후반전 시간도 한참 흐른 뒤 69분에야 한국 선수들의 첫 번째 슛 기록이 찍혔다. 그것도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간 21살 막내 강채림의 오른발 중거리슛이었으니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를 상대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이동국(당시 19살) 선수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내가 강채림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한국 강채림이 드리블하고 있다.

▲ 내가 강채림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한국 강채림이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8일 오전 4시(한국시간) 파리에 있는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벌어진 2019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개최국 프랑스와의 개막전에서 0-4로 완패하고 말았다.

르나르의 코너킥 헤더 2골, 속수무책

지난 캐나다 월드컵(2015년) 이후 다시 한 번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는 윤덕여호는 에이스 지소연을 중심에 두고 4-3-3 포메이션을 내세워 개최국을 상대하는 개막전을 치렀지만 후방 빌드 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압박에 흔들려 무너지고 말았다.

캐나다 월드컵 16강에서 만나 0-3으로 완패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에 우리 선수들은 매우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개인 기량의 차이부터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 시작 후 9분만에 왼쪽 측면에서 빌드 업을 시도하다가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압박 그물에 걸려든 것이 완패의 시작이었다.
  
가자! 정설빈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한국 정설빈이 드리블하고 있다.

▲ 가자! 정설빈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한국 정설빈이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소연 '으악!'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한국 지소연이 수비에 막히고 있다.

▲ 지소연 '으악!'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한국 지소연이 수비에 막히고 있다. ⓒ 연합뉴스

 
거기서 프랑스 플레이 메이커 아만딘 앙리에게 오른쪽 측면 돌파를 허용했고, 그녀의 컷 백 크로스에 이은 외제니 르 소메르의 오른발 슛이 한국 골키퍼 김민정 글러브를 스치며 들어가고 말았다. 

태극낭자들은 중앙선을 넘어 드리블하거나 패스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프랑스의 탄탄한 압박 전술에 밀린 것이다. 27분에도 프랑스 미드필더 엠보크 바티에게 오른발 발리 슛으로 골을 내줬다. 그런데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으로 골 순간을 체크하면서 엠보크 바티의 오프 사이드 반칙이 발견되는 바람에 우리 선수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대로 전반전을 끝낼 수 있다면 후반전에 놀라운 반전도 기대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 선수들은 측면에서 계속 밀리면서 코너킥 세트 피스를 여러 차례 내주는 바람에 주저앉고 말았다. 

35분에 프랑스가 자랑하는 키다리 센터백 웬디 르나르의 헤더 추가골이 터져나왔다. 티네의 오른쪽 코너킥 크로스 궤적을 따라 높게 솟구친 선수는 웬디 르나르 뿐이었다. 봄이 엄마로도 알려진 맏언니 센터백 황보람이 따라붙었지만 높이 차이와 피지컬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이민아에게 찾아온 기회, 너무 급했다

르나르의 위력적인 세트 피스 헤더 능력은 전반전 추가 시간 2분이 다 끝날 무렵 쐐기골로 다시 한 번 빛났다. 아멜 마즈리의 왼쪽 코너킥을 받아 다시 한 번 르나르가 헤더 슛을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약 12분 전에 르나르에게 골을 내줄 때 제대로 몸싸움을 펼쳐보지도 못했던 황보람이 이번에는 따라붙어 점프했지만 르나르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전반전 마친 지소연, 굳은 얼굴로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전반 종료 후 한국 지소연 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전반전 마친 지소연, 굳은 얼굴로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전반 종료 후 한국 지소연 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막전 2골을 몰아넣은 르나르는 헤어 스타일이나 포지션 면에서 최근 남자축구계의 스타 센터백으로 떠오른 판 다이크(네덜란드)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것이다. 최근 열린 UEFA(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에서 네덜란드를 결승전에 올려놓은 판 다이크는 리버풀 FC(잉글랜드) 소속으로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으니 이번 대회를 통해 르나르의 활약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완벽할 것 같았던 웬디 르나르도 결정적인 수비 실수를 저질렀다. 77분에 트래핑 실수로 한국의 후반전 교체 선수 이민아에게 단독 드리블 기회를 내준 것이다. 여기서 이민아는 프랑스 골키퍼 사라 부하디와 혼자서 맞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오른발 슛을 날리는 바람에 공이 왼쪽으로 벗어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민아 슛 날려보지만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한국 이민아가 슛하고 있다.

▲ 이민아 슛 날려보지만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한국 이민아가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악몽 같았던 프랑스전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한국 이민아가 슛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 악몽 같았던 프랑스전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한국 이민아가 슛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친 우리 선수들은 85분에 아만딘 앙리에게 오른발 감아차기 쐐기골까지 얻어맞았다. 김정미, 윤영글 등 기존 골키퍼들의 줄부상 때문에 새롭게 대표팀 글러브를 끼고 선발로 나온 김민정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궤적으로 날아가 꽂힌 것이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오는 12일(수) 오후 10시 그레노블에 있는 스타드 데 알프에서 나이지리아와 두 번째 게임을 펼치게 된다. 유럽의 강팀 노르웨이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을 생각하면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나이지리아와의 게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입장이다.
 
프랑스전 지켜보는 윤덕여 감독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한국 윤덕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프랑스전 지켜보는 윤덕여 감독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한국 윤덕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2019 FIFA 여자월드컵 개막전 결과(8일 오전 4시, 파르크 데 프랭스-파리)

한국 0-4 프랑스 [득점 : 외제니 르 소메르(9분,도움-아만딘 앙리), 웬디 르나르(35분,도움-티네), 웬디 르나르(45+2분,도움-아멜 마즈리), 아만딘 앙리(85분,도움-르 소메르)]

한국 선수들
FW : 이금민, 정설빈(86분↔여민지), 강유미(52분↔강채림)
MF : 조소현, 지소연, 이영주(69분↔이민아)
DF : 장슬기, 김도연, 황보람, 김혜리
GK : 김민정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40%, 프랑스 60%
유효 슛 : 한국 1개, 프랑스 8개
슛 : 한국 4개, 프랑스 21개
코너킥 : 한국 1개, 프랑스 13개
오프 사이드 : 한국 0, 프랑스 2개
패스 성공률 : 한국 74%, 프랑스 87%
패스 : 한국 227/305개, 프랑스 540/619개
태클 : 한국 15개, 프랑스 10개
파울 : 한국 11개, 프랑스 11개
뛴 거리 : 한국 105km, 프랑스 10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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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여자월드컵 윤덕여 르나르 강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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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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