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페이버릿> 스틸컷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자신이 원하는 무엇도 이루지 못한 채 무시당하는 하녀로 평생 살아갈 수 있다는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앤은 다리에 상처를 지니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앤 여왕에게 통증을 주는 다리의 상처는 왕실 업무 하나 자신의 의사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현실을 더욱 강하게 인식시켜준다. 앤은 상대를 누르고 싶은 권력욕과 상처 받기 싫은 소녀 같은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녀는 여왕이지만 왕실 업무를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기 싫어하며 사라에게 의존한다. 그녀는 여왕이라는 중요한 위치에서 자신의 '다리'로 걷지 못한다(혹은 않는다).
애비게일과 앤은 이 상처를 통해 만나게 된다. 애비게일이 자신의 상처에 바르던 약초를 앤에게 발라주면서 둘 사이의 인연은 피어난다. 반면 사라의 상처는 앤과의 사이에서 균열을 일으키는 시발점이 된다. 사라는 애비게일의 계략으로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이 상처는 앤이 사라를 거부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어린아이가 예쁜 꽃은 좋아하지만 징그러운 두꺼비는 멀리하듯 마치 아이 같은 앤은 복잡한 내면의 심리보다 외형적인 이유로 사라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거위이다. 거위 경주를 즐기는 귀족들은 거위에게 끈을 묶어 데리고 다닌다. 총리인 고돌핀은 가장 빠른 거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들의 모습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왕국 밖 현실에 있다. 영국은 프랑스와 전쟁 중이며 그 비용을 위해 토지세를 올리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에 처해 있다. 한마디로 백성들은 전쟁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데 귀족들은 자신들의 유희를 즐기고 있다. 토마토를 특정 남성에게 던지며 즐기는 장면이나 짙게 화장한 남자 의원들의 모습은 백성과 나라가 아닌 오직 유희와 권력만을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인다.
거위는 이런 귀족들의 모순을 보여준다. 거위 경주를 시키며 유희를 즐기는 모습과 함께 거위를 던져 총으로 쏘는 사냥을 통해 말이다. 이 사냥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강한 권력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애비게일이 총을 쏴서 거위를 맞췄을 때, 그 피가 사라에게 튀는 장면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장면을 통해 애비게일이 사라의 권력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입으로는 백성과 국가를 말하지만 자신들의 권력과 유희에만 몰두하는 귀족들의 모순된 모습을 영화는 거위를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권력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