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임스(Grimes)의 'We appreciate power' 뮤직비디오 캡쳐
Grimes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그라임스(Grimes)는 지난해 11월 28일 인공지능(정확히 말하자면 '딥러닝')을 광고하는 노래 'We appreciate power'를 발표했다. 북한의 10인조 여성 밴드 모란봉악단에게서 절도 있는 움직임과 프로파간다적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그는 공산주의의 선전성 메시지를 인공지능의 입장에서 재해석했다. 서른 살의 괴짜는 일찍이 지드래곤과 투애니원을 좋아한다고 밝혀, 관심 영역이 한반도의 음악 전체로 넓어졌다고 한들 그리 놀랍지는 않다.
퍼포먼스 측면에서 생각해보자면 그라임스는 2000년대 후반 한국의 가요 시장을 강타했던 미래지향적인 일렉트로니카보다는 그 이전의 세기말적인 분위기에서 탄생한 1990년대 가수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듯 보인다. 물론 그의 디스토피아적인 콘셉트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포착한 결과물이지만, AI가 인류를 지배함으로써 종의 멸망(지배력을 잃고 자연 세계에서 2등 시민으로 전락한 인간은 서구의 입장에서 충분히 '멸망'이다)을 꾀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약 20년 전 외계생명체 혹은 사이보그에 의한 문명의 파괴 내지는 아포칼립스를 기다리는 세기말의 두려움과 맥을 같이한다. 21세기를 향한 불안과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가요 뮤직비디오 5편을 소개하며 1990년대를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