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새해 들어 파죽의 3연승 행진을 달리며 전반기 일정을 마쳤다.

이도희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1-25,25-21,25-19,25-17)로 승리했다. 시즌 개막 후 17경기에서 1승16패 승점5점에 그쳤던 현대건설은 2019년에 열린 3경기에서 승점 9점을 적립하며 5위 KGC인삼공사(16점)와의 승점 차이를 2점으로 줄였다(4승16패).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밀라그로스 콜라(등록명 마야)가 46.71%의 공격점유율로 36득점을 퍼부으며 공격을 책임졌고 주장 양효진이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7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날 마야와 양효진이 마음껏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던 비결은 후위에서 안정된 서브리시브를 통해 이다영 세터가 편하게 토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특히 62.5%의 리시브 성공률과 15개의 디그를 기록한 '밍키' 황민경은 현대건설 승리의 숨은 주역이었다.

넘치는 파이팅과 강한 승부근성을 가진 코트의 살림꾼
 
 황민경은 보상선수로 GS칼텍스로 이적한 지 1년 만에 FA자격을 얻어 다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황민경은 보상선수로 GS칼텍스로 이적한 지 1년 만에 FA자격을 얻어 다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 한국배구연맹

 
대구에서 태어난 황민경은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이사해 세화여고에 진학하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174cm의 신장은 배구 선수, 특히 공격수로서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황민경은 높은 점프력과 탄탄한 기본기로 2007년부터 꾸준히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되며 두각을 나타냈다. 황민경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염혜선(기업은행)에 이어 전체 2순위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지명됐다. 

루키 시즌 14경기에 출전한 황민경은 2009-2010 시즌부터 주전자리를 차지했고 2010-2011 시즌엔 179득점으로 기량 발전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황민경은 2011-2012 시즌 세트당 0.43개의 서브득점으로 서브왕에 오르며 도로공사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도로공사는 이후 표승주(GS칼텍스 KIXX), 문정원, 고예림(기업은행) 등이 차례로 입단했지만 공수에서 팀 내 공헌도가 높은 황민경의 입지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황민경은 무릎과 어깨에 고질적인 부상이 있지만 코트에 서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비록 고질적인 부상과 작은 신장이라는 약점이 뚜렷하지만 황민경의 플레이는 신장이 작은 날개 공격수의 교본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대단히 부지런하고 기본기가 탄탄하다. 황민경은 코트 밖에서도 응원단장 역할을 자처하며 동료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격한 리액션을 보이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황민경은2015-2016 시즌에도 득점 19위(266점), 퀵오픈 8위(40.71%), 리시브4위(세트당 3.15개), 수비(리시브+디그) 3위(세트당 6.95개)를 기록했다. 비록 팀 성적은 1위에서 5위로 떨어졌지만 황민경은 공수에서 살림꾼으로 맹활약하며 도로공사의 간판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황민경은 2015-2016 시즌이 끝나고 도로공사가 영입한 배유나의 보상선수로 GS칼텍스로 이적했다.

GS칼텍스에는 표승주,이소영에 유망주 강소휘까지 레프트 자원이 풍부한 편이라 주전 경쟁은 더욱 어려워지는 듯 했다. 하지만 황민경은 표승주의 센터 변신과 강소휘의 부상 공백을 틈 타 GS칼텍스에서도 주전 레프트로 활약했다. 도로공사 시절에 비해 서브의 위력은 다소 감소했지만 42.28%의 안정된 서브리시브와 탄탄한 수비, 과감한 공격을 두루 겸비한 선수로 여전히 팀 내 공헌도가 높았다.

부진한 공격력에도 뛰어난 수비로 팀에 기여하는 황민경
 
 황민경은 V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 윙스파이커 중 한 명이다.

황민경은 V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 윙스파이커 중 한 명이다. ⓒ 한국배구연맹

 
황민경은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다. 2017년 V리그 여자부 FA시장에는 김희진, 김수지(이상 기업은행), 박정아, 김해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등 대어들이 유난히 많았다. 2016-2017 시즌 수비 불안으로 우승팀에서 4위로 추락한 현대건설은 스타 선수들 대신 수비 보강을 위해 황민경을 영입했다. 불과 1년 전 보상선수 지명을 받았던 선수가 FA로 다시 팀을 이적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현대건설의 황민경 영입 효과는 2017-2018 시즌부터 곧바로 나타났다. 황민경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29경기에 출전해 43.32%의 리시브 성공률과 세트당 3.49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현대건설을 한 시즌 만에 다시 플레이오프로 복귀시켰다. 물론 황민경은 지난 시즌 블로킹이 세트당 0.14개에 불과할 정도로 높이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양효진과 김세영(흥국생명)을 보유한 현대건설에서 황민경의 낮은 높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2018-2019 시즌 4라운드 2번째 경기까지 1승16패를 기록하며 역대급 추락을 경험했다. 김세영의 이탈과 외국인 선수 베키 페리의 부진으로 팀의 균형이 흔들렸고 황민경 역시 전 시즌 대비 공격 성공률이 10% 이상 하락했다. 안정된 서브리시브는 여전했지만 팀의 연패 속에서 황민경의 수비는 전혀 빛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황민경과 현대건설은 프로 데뷔 후 가장 '우울한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도희 감독은 새해 들어 고유민을 선발로 투입하며 수비를 우선시하는 전술을 선보였고 이는 현대건설의 시즌 첫 3연승으로 이어졌다. 황민경 역시 공격보다는 수비에 집중하며 살림꾼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실제로 황민경은 이번 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높은 리시브 성공률(44.55%)과 가장 많은 디그(세트당 4.14개)를 기록하고 있고 13일 기업은행전에서는 9득점을 올리며 공격에서도 많은 기여를 했다.

전반기를 3연승의 상승세로 마쳤지만 승점 14점의 현대건설은 3위 기업은행(35점)과 여전히 20점 이상 차이가 난다. 후반기 잔여 경기 수가 10경기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현대건설이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 하지만 가파른 상승세로 전반기를 마친 현대건설은 후반기 상위권 팀들의 순위 싸움에 커다란 변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대건설 수비의 중심 황민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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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황민경 밍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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