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12월 27일 노사협의를 통해 영화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사측대표 민성욱 부집행위원장 이충직 집행위원장, 노측 대표 문병용 기획운영실장, 강사라 콘텐츠미디어실 프로젝트마켓팀장, 김현지 콘텐츠미디어실 프로그램팀 팀원 (단기스태프)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12월 27일 노사협의를 통해 영화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사측대표 민성욱 부집행위원장 이충직 집행위원장, 노측 대표 문병용 기획운영실장, 강사라 콘텐츠미디어실 프로젝트마켓팀장, 김현지 콘텐츠미디어실 프로그램팀 팀원 (단기스태프) ⓒ 전주국제영화제

 
지난해 10월,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문제 제기했던 국내 영화제 스태프들에 대한 연장근로 미지급 임금 및 처우 문제가 국내 영화제들의 공감 속에 하나둘 해결되는 모습이다. 국내 영화제들의 전향적인 입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영화제 스태프 처우에 대한 문제 제기가 긍정적 방향으로 해결되는 모습이다.
 
다만 문제가 불거진 연장근로 미지급 임금 해결에 집중되면서, 고용안정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고민도 더 필요해 보인다.
 
전주영화제 근무환경 개선 노사 합의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사합의를 통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2월 27일 단기 스태프를 포함한 근로자 대표 3인을 선출해 연장근로 임금 지급 방식 등에 대한 노사합의를 진행했다"면서 "청년유니온의 문제 제기 이후 개선을 위한 노력의 시작으로 근무환경 점검 및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를 검토하여 후속 조치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주영화제 노사 양측은 영화제 기간의 장시간 노동 방지책과 연장근로 임금 지급 방식 개선 등 구체적 협의를 거쳐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와 관련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 가장 먼저 개최되는 국제영화제인 만큼 지난해 불거진 전체 영화제 스태프 처우 문제에 대해 선구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 스태프를 비롯해 영화제 종사자들의 임금 부분과 노동 조건이 법과 제도에 부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주영화제 측은 청년유니온이 시간외 근무수당 체불, 임시직에 대한 포괄임금계약 등을 지적한 데 대해 답변서를 보내 "청년 임시직 스태프의 임금 부분과 관련된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체불임금이 지급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예산 수립·편성 과정에서부터 임시직 스태프 임금과 노동조건이 법과 제도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노사 합의를 통해 이를 실천한 것이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을 만나 미지급 임금 지급 및 처우 개선을 약속받은 청년유니온

오거돈 부산시장과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을 만나 미지급 임금 지급 및 처우 개선을 약속받은 청년유니온 ⓒ 청년유니온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부산영화제도 지난 11월 22일 오거돈 부산시장과 이용관 이사장이 청년유니온 관계들을 만나 시간외 수당 미지급 문제 등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오거돈 시장은 "영화제를 꾸려가는 직원들이 부산영화제 정상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면 완전한 정상화가 아니다"라며 "청년 스태프들의 고통이 가중되지 않도록 시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체불임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부산영화제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부산영화제 역시 "단기계약직 스태프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선도적인 자세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국내 영화제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롤 모델로 삼아 관행적으로 운영되어온 상황에 무한한 책임과 문제해결에 대한 의무감을 갖고, 국내 영화제들과 협력해 새로운 롤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지난해 연장근로 미지급 임금 문제를 해결했다. 부천영화제 관계자는 "부천시의 지원을 받아 미지급 임금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했다"며 "앞으로는 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영화제 차원에서도 주의를 기울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해 다른 영화제들과 보조를 맞춰다.
 
고용안정 논의는 아직 미흡
 
하지만 고용안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개선 방안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미지급 수당 문제라는 급한 불을 먼저 끈 상태에서 다음 순서로 고민할 문제기는 하지만 어느 한 영화제만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어서다.
 
 부산영화제 개막식을 앞두고 청소에 열중하고 있는 영화제 스태프들과 자원봉사자들

부산영화제 개막식을 앞두고 청소에 열중하고 있는 영화제 스태프들과 자원봉사자들 ⓒ 유성후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영화제 스태프 34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계약 기간 4.4개월이었고, 단기고용 속에 영화제를 전전하고 있었다. 평균 경력 기간은 2년, 경력 기간 동안의 평균 영화제와의 근로 계약 횟수는 3.3회였다. 경력이 쌓여도 대부분 임시직 노동자로 영화제를 전전하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스태프가 영화제 경력이 축적됨에도 불구하고 단기계약으로 인한 불안정노동과 전망 불투명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일부 영화제는 정규직고용을 피하기 위해 몇 개월 단위로 고용 계약을 맺는 일명 쪼개기 계약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나마 한 영화제에 7~8개월 정도 일하면서 재고용되거나 다른 영화제로 옮겨 다니는 경우는 고용보험 수급 조건을 충족하는 최소 기간(주 5일 기준, 최소 7.5개월이상)에 해당돼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이에 청년유니온 측은 추후 영화제 스태프들의 처우를 개선한다고 할 때, 고용 기간을 실업급여수급요건을 충족하게 함으로써 불안정노동으로 인한 소득 저하를 어느 정도 해소시켜줌과 동시에 비정규직 스태프의 승진 및 호봉반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럽영화제들처럼 영화제들 간의 인력 교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2007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 컨설팅 사업으로 전북대 인문영상연구소가 만든 자료에 따르면 '유럽 국가의 250개 영화제가 회원으로 참여한 유럽 영화제 위원회는 1999년 이후 스텝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회원으로 가입한 영화제와 스태프들에게 수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소개하고 있다.
 
스태프 고용안정은 이처럼 개최 기간이 각기 다른 영화제들이 머릴 맞댈 경우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제 준비를 위해서는 5~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스태프 고용안정 문제는 영화제들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국내영화제 사무국장들이 소통을 통해 개선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영화제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영화제 고용안정 미지급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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