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최근 6년 동안 5번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으며 2번의 우승을 일궈냈다. 그러나 그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타자의 힘보다는 국내 선수 타선의 힘으로 성적을 냈다. 타자와 투수를 포함하여 총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KBO리그 규정을 생각하면 전력 구성에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었다.

두산은 2016년과 2018년 압도적인 전력으로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던 2015년, 그리고 2위였던 NC 다이노스와 엄청난 승차를 보였던 2016년을 제외하고 두산은 우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2018년에도 정규 시즌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었지만 그들이 원하는 100% 전력은 아니었다.

두산 전력의 큰 구멍이었던 외국인 타자

2016년 두산이 압도적인 통합 챔피언을 차지할 수 있었던 핵심 전력은 '판타스틱 4'에서 오른손 투수를 담당했던 외국인 투수들이 있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며 정규 시즌 MVP까지 차지했던 더스틴 니퍼트는 2017년을 끝으로 두산을 떠났고, kt 위즈에서 1년을 뛰었다가 현재 구직 상태다.

그러나 두산의 외국인 타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015년에 우승을 달성할 때도 잭 루츠와 데이빈슨 로메로는 그 힘을 보태지 못했다. 2016년 우승에 기여한 닉 에반스가 그나마 어느 정도 활약을 해 준 선수였다. 에반스는 2017년까지 두산에서 뛰었고 이후 팔꿈치 수술을 거쳐 재활한 뒤 멕시코 윈터리그에서 뛰고 있다.

2018년 두산의 외국인 타자는 지미 파레디스였다. 그러나 파레디스가 전력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하자, 이번에는 류현진의 전 팀 동료로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뛰었던 스캇 반 슬라이크를 데려왔다. 하지만 반 슬라이크는 1군에 몇 경기 보이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고, 결국 포스트 시즌에 끼지도 못하고 퇴출됐다.

외국인 투수 부문에서는 최고의 성과를 냈던 두산이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활약했던 니퍼트는 KBO리그 역대 외국인 최다승 기록까지 세우며 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뒤를 이어 온 조쉬 린드블럼 역시 2018년에 최동원 상까지 수상했을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항상 외국인 타자들이 이에 맞는 밸런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두산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
 
 두산 베어스 새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

두산 베어스 새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 ⓒ UPI/연합뉴스

 
겨울이 되자 두산은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 두 외국인 투수와는 느긋하게 재계약을 마쳤다. 그리고 새로운 외국인 타자 영입에 공을 들인 결과 어느 정도 이름을 들어 본 타자 영입에 성공했다.

새롭게 영입된 타자는 쿠바 출신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로 지난 시즌 LA 에인절스 오브 애너하임에서 뛰었다. 1988년 4월 27일 생으로 2013년 제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쿠바 대표팀으로 출전했던 이력이 있다.

WBC 출전 이후 다수의 쿠바 선수들이 그랬듯이 페르난데스 역시 망명을 시도했다. 2014년 10월 1차 망명 시도에서는 실패했지만, 2015년 아이티를 거쳐 미국 망명에 성공했다. 이후 2017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더블A에서 3할 대 타율을 기록했음에도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18년에는 에인절스와 계약하고 더블A와 트리플A에서 활약하다가 6월에 메이저리그로 승격됐다. 주전 1루수 알버트 푸홀스의 백업으로 주로 활약했으며, 마이너리그 타율 0.333(리그 2위) 및 메이저리그 타율 0.267을 기록했다. 하지만 에인절스에서도 1년 밖에 기회를 얻지 못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던 중 두산이 페르난데스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우투좌타이지만 왼손 투수에게 강하며 2년 동안 마이너리그 184경기 775타석 68삼진에 그쳤을 정도로 선구안이 좋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격형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의 이적으로 인하여 두산은 당장 주전 포수 양성이 필요함과 동시에 타선의 보강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기존 포수 자원들이 수비는 할 수 있겠지만, 양의지의 타격 공백을 메울 자원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타자 영입에 공을 들였다.

보장 연봉 최소화, 인센티브 35만 달러

KBO리그 외국인 선수 신규 영입 때 계약 총액 100만 달러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새로 생겼다(기존 팀 재계약은 상관 없음). 두산도 그 동안 외국인 타자 영입에서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한 만큼 페르난데스에게 가는 금액 모두가 보장된 연봉은 아니다.

12월 26일에 발표된 두산과 페르난데스의 계약을 살펴보면 계약금은 5만 달러, 보장된 기본 연봉은 30만 달러에 불과하다. 여기에 대폭 강화된 인센티브 35만 달러가 들어간다. 이를 모두 합하면 최대 7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일단 두산이 최근 외국인 타자들의 실패 사례도 있고 해서 위험부담을 크게 낮췄다. 페르난데스가 올 시즌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왔으며 그 전까지 더블A와 트리플A에 주로 머물렀다는 점도 그의 몸값을 낮춘 요인이 됐다. 덕분에 두산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페르난데스를 영입할 수 있었다.

페르난데스의 보장 연봉이 적은 이유 중 하나로는 그가 아직 수비 포지션을 확실히 잡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푸홀스의 백업으로 주로 뛰었지만 2루수 수비로도 나선 적이 있었다.

다만 KBO리그에서는 주로 1루수나 지명타자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주환과 오재원이 주전 키스톤을 맡고 있기 때문에 김재환과 함께 페르난데스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교타자 페르난데스의 지상과제, 잠실에서 살아남기

사실 그 동안 두산의 홈 경기장인 잠실 종합운동장 야구장은 장거리 타자들이 적응하기 힘든 곳이었다. 2018년까지 쓰였던 KBO리그 경기장들 중 가장 규모가 커서 투수들에게 친화적인 곳이 잠실이었기 때문이다.

투수 친화적인 경기장에서는 플라이볼 성향의 투수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다소 애매한 비거리로는 홈런이 나오기 힘들고 수비 범위가 넓은 외야수들의 활약 속에 큰 타구들이 아웃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페르난데스는 홈런이 아주 적은 타자는 아니지만 홈런보다는 타격의 정확도에 중점을 맞추는 스타일의 타자다. 따라서 페르난데스가 출루를 위한 안타나 선행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적시타를 많이 만들기 위해 큰 타구보다는 외야수들 사이에 꽂아넣는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페르난데스보다 파워가 조금 더 강하긴 했지만, 지난 해까지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로저 버나디나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버나디나의 경우도 타격 정확도는 페르난데스보다는 낮지만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선을 오가며 두 역할 모두 만족스럽게 수행한 편이었다.

두산이 외국인 타자를 교타자로 영입한 사례가 흔치 않았던 만큼 이번 페르난데스의 영입은 2019년 KBO리그 시즌을 맞이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두산이 다음 시즌 페르난데스에게 공격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많이 맡기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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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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