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이 수간, 근친상간, 소아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비디오.
유튜브 갈무리
'유럽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후 수간과 근친상간이 합법화됐다'는 주장도 몰상식하기는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라. 동성결혼 합법화가 수간, 근친상간, 소아성애와 무슨 논리적 관계가 있는가?
덴마크에서는 2012년 동성결혼이 허용되었고, 3년 뒤인 2015년에 동물과의 모든 성행위가 법으로 금지됐다. 동물은 성행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인권'의 시각을 동물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의 영상이 사실을 거꾸로 말한 셈이다.
그냥 '잘 쓰면' 될까?
거짓정보는 유튜브의 문제가 아니라 영상물을 올린 사람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는 공간만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이 사이트는 특정 비디오를 임의로 선택해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권할 뿐 아니라 자동으로 틀기까지 한다. 이렇게해서 유튜브는 2017년 한해만도 35억 달러, 한화로 4조 원에 달하는 돈을 벌어 들였다.
물론 유튜브에 무가치한 영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유익하고 희귀한 자료들도 많다. 예컨대 나는 얼마 전 논문 자료를 찾다가 유튜브에서 1980년대의 금성 '테크노피아'와 삼성의 '휴먼테크' 광고를 찾을 수 있었다.
유튜브가 아니었다면 이 옛날 텔레비전 광고들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강의 시간에도 유튜브는 언론법에 관해 더 없이 소중한 자료를 제공해 준다. 그렇다면 '잘 골라 보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용자들이 정보의 진위와 가치를 투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세상에 걱정할 게 뭐가 있을까? 언론의 오보나 조직적 왜곡도 문제가 될 까닭이 없고, 이익을 위해 사람을 교묘하게 속이는 사기꾼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은 당사자가 '잘 판단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유튜브 비디오를 요긴하게 쓰고 있고, 그것을 올려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이런 자료들은 대개 돈이 되지 않는다. 유튜브의 주인인 구글에 수익이 되지 않으며, 그것을 올린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앞의 '휴먼테크' 광고는 4년이 지났는데도 조회수가 7천 대에 머문다. '테크노피아'는 올라온 지 1년이 채 안 된 탓에 백여 건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강의자료로 애용해온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New York Times v. Sullivan)' 명예훼손 관련 비디오는 성적이 더 초라하다.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이 영상은 장장 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데도 조회수가 6천 대 수준이다. 게다가 수업준비와 강의를 위해 60~70번은 족히 시청했는데도, 유튜브는 지난 몇 년 간 이 주제와 관련해 단 하나의 영상도 추천하지 않았다. 이런 유튜브가 먹방, 음모론,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가치' 대신 '자극'을 보상하도록 설계된 유튜브는 앞으로 어떤 영상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소비될 것인지 뚜렷한 그림을 보여준다.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의 그림자
나는 앞의 '목사'와 '수간합법화'에 대한 진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간단하다. 10여 분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출처가 분명하고 신뢰할 만한 방송보도와 재판기록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렇게 쉽게 진위가 판별되는 정보가 수 년간 사람들을 속여온 것이다.
이 사실은 오늘날 정보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과거에는 '누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는가'가 중요한 문제였다. 정보 자체가 희소했기에 정보의 양이 곧 권력의 차이를 의미했다. 하지만 누구나 정보를 만들어 전세계로 유포할 수 있게 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문제는 가장 막강한 매체로 부상한 유튜브가 '양질의 정보' 대신 '많이 보게' 만드는 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한국에서 1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앱은 유튜브다. 이 비디오 사이트가 네이버뿐 아니라 카카오톡과 페이스북까지 넘서섰다는 사실은, 유튜브가 정보검색뿐 아니라 소통의 기능까지 흡수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유튜브는 가장 막강한 온라인 매체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오프라인 매체인 텔레비전의 영향력까지 넘어서기 시작했다. 미국의 10대는 가장 많이 쓰는 오락매체로 유튜브(34%)를 꼽는다. 넷플릭스는 27%였고, 텔레비전을 꼽은 이들은 유튜브의 절반인 17%에 지나지 않았다. 비슷한 양상이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문제는 있으나 '조심해서 쓰는 것'으로 충분할까, 아니면 영향력에 걸맞은 규제가 필요할까? 유튜브에서 일하다 해직된 한 프로그래머를 통해 유튜브의 문제를 좀 더 깊이 살펴보고, 가능한 해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3편으로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기획①] 충격적인 유튜브 '엄마 몰카', 그보다 더한 것들
▲유튜브는 공간만 제공하는 중립적 서비스가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볼만한 자극적인 영상을 적극 권하고 자동으로 트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사진은 유투버로 돈을 버는 방법을 교육하는 영상.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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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