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 평전>
한겨레출판
<미스터 션샤인> 속의 이완익 자식은 아버지를 벌레 대하듯 대하지만, 실제의 이완용 자식은 그렇지 않았다. 이항구는 "국민의 한 사람 한 사람이 현재 전장에서 싸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치열한 친일파의 길을 걸었다. 아버지의 길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 가문의 친일은 2대를 이어 3대로까지 계승됐다. <이완용 평전>에 나오는 또 다른 대목이다.
"1926년, 이완용 사후에 그의 작위는 이항구의 아들 이병길에게 세습되었다. 이병길은 일찍 사망한 이완용의 첫째아들 승구의 양자였다."이완용의 첫째아들 이승구는 1905년에 죽었다. 이 때문에 이승구의 조카이자 이항구의 아들인 이병길이 이승구의 제사를 위해 양자로 입양됐다. 이완용이 죽은 1926년, 이병길은 장손 자격으로 할아버지의 후작 작위를 계승했다. 이로써 이완용-이항구-이병길 3대가 일본 작위의 보유자가 됐다.
이병길도 할아버지 덕을 입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 친일파의 길을 걸었다. 그 역시 일본의 침략전쟁에 한국인들을 동원하는 데 가담했다. 이 때문에 해방 뒤, 친일파 잡는 반민특위에 체포됐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이 반민특위를 무력화시키고 친일파를 보호하는 바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런데 이 집안의 문제점은 3대로 끝나지 않았다. 이완용의 증손자까지 4대째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시대에 들어서도 이 집안은 친일과 관련된 문제로 말썽을 일으켰다. 1990년대에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있었다. 해방을 계기로 상실한 친일파 조상들의 토지를 되돌려달라며 후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다.
해방 후에 친일파 재산이 전부 몰수된 것도 아니었다. 많이 몰수된 것도 아니었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이 친일파를 보호했기 때문에, 많이 몰수될 리도 없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몰수 재산을, 땅값이 상승하는 틈을 타서 되돌려 받으려고 후손들이 1990년대에 나섰던 것이다.
이완용 증손자의 소송, 친일파 재산 원상복귀 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