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역사상 가장 작고 강력한 히어로 '앤트맨'이 <앤트맨과 와스프>란 이름으로 3년 만에 돌아왔다. 북미보다 이틀 일찍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는 7월 4일 국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점령하며 '마블 불패'의 위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신선한 비주얼과 서민적인 메인 캐릭터 등 기존 히어로물과 차별화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앤트맨> 시리즈의 뒷이야기들을 해보고자 한다. 

1. <앤트맨>과 에드가 라이트

 <앤트맨>의 본래 감독이었던 에드가 라이트

<앤트맨>의 본래 감독이었던 에드가 라이트 ⓒ 소니픽처스코리아


현재 <앤트맨> 시리즈의 감독은 '페이튼 리드'이지만, 본래 감독은 <뜨거운 녀석들>과 <베이비 드라이버>로 잘 알려진 '에드가 라이트'였다. <앤트맨>의 팬이었던 에드가 라이트는 마블에 액션 어드벤처 코미디로 무장한 '앤트맨'의 영화화를 제안했다. 이후 에드가 라이트는 시나리오 작가 조 카니시와 함께 <앤트맨> 개발에 착수했지만, 마블 스튜디오와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2013년 5월 촬영을 몇 주 앞둔 채 <앤트맨> 프로젝트를 완전히 떠나게 되었다.

비록 프로젝트를 떠났지만 에드가 라이트는 <앤트맨>시리즈와 MCU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우선 앤트맨의 주인공 폴 러드를 비롯해 마이클 더글라스와 에반젤린 릴리 그리고 마이클 페냐까지 <앤트맨> 시리즈의 주역들은 모두 그가 캐스팅한 것이다. 프로젝트 하차 후 <앤트맨>의 각본은 애덤 멕케이와 폴 러드에 의해 새로 쓰여졌지만, 그가 조 카니시와 함께 만들었던 각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이 있다. 본래 '어벤져스'의 초기 멤버였던 원작 만화와 달리 영화에선 <앤트맨>이 뒤늦게 어벤져스에 합류하게 되는데, 이것은 <앤트맨>의 솔로무비가 나오기 전까지 어벤져스 합류를 보류해 달라는 에드가 라이트의 요청 때문이었다. 결국 <앤트맨>은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까지 등장하지 못하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원작만화에서 울트론을 만든 건 다름아닌 '1대 앤트맨' 행크 핌이었다.

 1,2대 앤트맨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과 스콧 랭(폴 러드)

1,2대 앤트맨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과 스콧 랭(폴 러드)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 원래 주인공은 '스콧 랭'이 아닐 '행크 핌'이었다

마블 코믹스에서 <앤트맨>은 핌 입자를 발명한 천재 과학자 행크 핌을 원조로 하고 있으며, 2대 스콧 랭과 3대 에릭 오그레이디까지 있다. 당연히 마블은 1대 앤트맨 행크 핌에 중점을 두고 영화 개발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원작 만화 속에서 행크 핌은 여자친구 자넷 반 다인을 폭행하는 등 친 가족적이지 못한 캐릭터였다.

당연히 행크 핌은 마블 스튜디오를 인수한 디즈니 정서에 맞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초점이 2대 앤트맨 스콧 랭으로 옮겨졌다. 좀도둑이긴 하지만, '딸 바보' 이미지가 강한 스콧 랭은 디즈니 정서에 적격이었던 셈이다. 결국 행크 핌은 <앤트맨>에 스콧 랭의 멘토와 지원하는 역할로 등장하게 되었다.

3. 애인에서 장모로?

 26년만에 히어로 무비에 출연한 미셸 파이퍼

26년만에 히어로 무비에 출연한 미셸 파이퍼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1대 앤트맨 행크 핌의 부인이자 1대 와스프로 미셸 파이퍼가 캐스팅 돼 화제다. 제작 초기에는 후보로 샤론 스톤이 거론되기도 했었다. 2대 와스프이자 앤트맨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에반젤린 릴리는 실제로 자신의 엄마역으로 미셸 파이퍼를 원했었다고 한다. 정작 남편으로 나오는 마이클 더글라스는 자신의 실제 부인 캐서린 제타존스를 원했다고 한다.

미셸 파이퍼는 이 작품을 통해 두 번째로 히어로 무비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첫 번째 히어로 무비는 1992년작 <배트맨2>였다. 그녀는 당시 영화에서 캣우먼을 맡았었다. 감독 페이트 리드는 미셸 파이퍼와의 작업을 위해 그녀의 예전 작품들을 재감상했다고 한다.

재미난 점은 미셸 파이퍼와 폴 러드의 영화 속 관계이다. 미셸 파이퍼와 주인공 폴 러드는 2007년작 <절대로 네 여자가 될 수 없을거야>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데, <앤트맨과 와스프>에선 미셸 파이퍼가 폴러드 여자친구 호프 반 다인의 엄마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만약 둘이 극 중에서 결혼하면 장모인 셈이다. 두 사람이 주연을 맡았던 <절대로 네 여자가 될 수 없을거야>는 이혼녀에 중학생 딸을 둔 40대 프로 방송 작가 로즈가 방송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11살 연하의 아담과 연애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재미있게도 실제 두사람의 나이 차이는 11살인데, 11년 만에 영화에서 다시 만났다. 아쉽게도 <절대로 네 여자가 될 수 없을 거야>는 국내 개봉에 실패했고, DVD로만 정식 출시되었다.

4. 마블 최초로 제목에 이름을 올린 여성 히어로 '와스프'

 MCU 처음으로 제목에 이름 새겨넣은 여성 히어로 와스프

MCU 처음으로 제목에 이름 새겨넣은 여성 히어로 와스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앤트맨의 속편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20번째 작품인데 주목할 점은 처음으로 제목에 여성 슈퍼히어로의 이름이 쓰였다는 점이다. 바로 에반젤린 릴리와 미셸 파이퍼가 연기한 '와스프'이다.

이는 2019년 개봉을 앞둔 브리 라슨 주연의 <캡틴 마블>이나 제작을 앞둔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블랙 위도우>보다 앞서는 일이다. 한편 와스프는 <어벤져스4>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5. 원작과 성별이 바뀐 메인 빌런 '고스트'

 마블 코믹스와 다르게 설정된 메인 빌런 '고스트'

마블 코믹스와 다르게 설정된 메인 빌런 '고스트'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번 영화의 메인 빌런인 고스트는 <앤트맨 과 와스프>에서 여성으로 나오지만 사실 원작 만화에선 남성이다. 영화 속 고스트는 배우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피날레역을 맡은 해나 존 케이먼이다.

성별 변경에 따라 고스트는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맡았던 헬라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여성 메인 빌런이 되었다. 재미난 사실은 원작 만화에선 앤트맨과 고스트가 전혀 싸운 적이 없다는 점이다. 마블 코믹스에서 고스트는 아이언맨의 적으로 등장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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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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