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의 복귀작 < Nasir > 앨범 커버.

나스의 복귀작 < Nasir > 앨범 커버. ⓒ 유니버설뮤직


나스(Nas)는 현재 힙합 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전설이다. 그의 첫번째 정규 앨범 < Ilmatic >은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반의 지위에 올랐고, '거리의 삶'을 아름답게 기록한 앨범으로 평가받았다. 데뷔 앨범은 그의 자랑이었지만, 동시에 거대한 그림자이기도 했다. 그가 내놓는 앨범들은 위대한 전작과 끊임없이 비교당해야 했다.

그의 커리어에는 분명히 크고 작은 굴곡이 있었다. < Stillmatic >처럼 다시 팬들을 열광시킨 앨범이 있었고, < Nastradamus >처럼 저조한 평가를 받은 앨범도 있었다. 그가 비트를 고르는 안목을 문제삼는 힙합 팬들도 있다. 그러나 나스가 최고의 래퍼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스는 여전히 켄드릭 라마, 제이콜 등 젊은 거장들을 설레게 하는 이름이다.

나스가 오랜만에 새 앨범 < Nasir >을 들고 돌아왔다. 'Nasir'는 나스의 본명 '나시어 존스'(Nasir Jones)에서 따온 이름이다. 2012년에 발표한 < Life Is Good > 이후 6년 만의 복귀작이다. < Nasir >는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추진하는 '와이오밍 프로젝트(Project Wyoming)'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카니예가 5개의 앨범을 연달아 프로듀싱하는 것인데, 레이블 G.O.O.D Music의 사장인 푸샤 티(Pusha T)의 < Daytona >, 칸예 본인의 신보 < ye >, KIDS SEE GHOSTS(Kid Cudi x Kanye West)의 < KIDS SEE GHOSTS >, 그리고 테야나 테일러의 앨범으로 마무리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카니예는 늘 대중들의 이목을 끄는 존재다.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음악적 능력, '이지 부스트'로 입증된 패션에 대한 출중한 감각, 거기에 "노예 제도는 선택이다"라고 말하는 등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언행까지 있으니 말이다.

인트로 역할을 하는 'Not For Radio'부터 꽤 인상적이다. 카니예가 전작인 < The Life Of Pablo >의 'Ultralight Beam'에서 들려주었듯이, 여러 겹 쌓아올린 웅장함이 전반에 깔려 있어 매력적이다. 이러한 사운드는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려놓는다. 바로 이어지는 'Cops Shot The Kid'는 인종 차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은 중요하다) 운동에 대한 지지를 드러낸 곡이다.

'White Label' 같은 경우에는 카니예의 장기인 보컬 샘플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 앨범에서 카니예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에 그의 흔적이 강하게 베어 있다. 이란 록 뮤지션 Kourosh Yaghmaei의 'Gole Yakh(Winter Sweet)'을 멋지게 샘플링한 'Adam and Eve' 역시 필청 트랙이다. 가사에 초점을 맞추자면, 자신이 이뤄낸 성취를 긍정하는 엔딩곡 'Simple Things' 역시 아름답다.

"I love the past, but see, where I'm goin' I get to fly
(나는 과거를 사랑해. 하지만 내가 향하는 곳을 봐. 난 날아오르고자 하지.)

Never sold a record for the beat, it's my verses they purchase
(비트를 위해 레코드를 팔지 않아.내가 쓴 '벌스'를 그들이 사는거지.)"

- 'Simple Things' 중에서.

나스의 신보는 언뜻 6년 만에 발표한 신보처럼 들리지 않는다. 총괄 프로듀서인 카니예 웨스트에게 주도권을 많이 내준 탓일까. 'The Dream'이 피처링한 'Everything'이 주객전도의 대표적인 예다. 미국 내 주요 매체들의 평가 역시 엇갈렸다. 오히려 나스와 카니예 웨스트의 컬래버레이션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듣는다면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 Nasir >에서 나스는 자신이 변함없이 최고의 작사가이며, 래퍼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한때 뉴욕의 왕을 놓고 겨뤘던 나스와 제이지(JAY-Z) 두 사람이 모두 여전히 예리한 칼로 남아 있다는 것은 힙합 팬들에게 축복일 것이다. < Nasir >에서 나스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찬란하게 빛난다. 노련한 나스의 래핑을 확인하고 싶다면, 일단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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