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주 신본기, 적시타  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8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롯데 신본기가 역전 2루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2018.4.1

▲ 구세주 신본기, 적시타 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8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롯데 신본기가 역전 2루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2018.4.1 ⓒ 연합뉴스


롯데가 연이틀 불방망이를 뽐내며 파죽의 5연승을 내달렸다. 조원우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0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8안타를 터트리며 11-4로 승리했다. 지난 주말 시즌 첫 스윕에 이어 kt와의 주중 시리즈에서도 일찌감치 위닝 시리즈를 확보한 롯데는 5연승 행진을 달리며 중위권을 향한 진격을 이어갔다(33승 36패).

6월 들어 '미친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가 시즌 4번째 멀티 홈런을 기록하며 작년의 홈런 수(15개)를 채웠고 선발 펠릭스 듀브론트는 6이닝 2실점 1자책 호투로 시즌 5승째를 챙겼다. 번즈의 맹활약으로 하위타선의 힘이 부쩍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이 선수의 성장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프로 데뷔 7년 만에 드디어 타격에 눈을 뜨며 3할 타율을 이어가고 있는 '선행왕' 신본기가 그 주인공이다.

깔끔한 수비에 비해 타격이 아쉬웠던 신본기

KBO리그는 비교적 지연 연고제가 활발한 편이라 다른 프로 스포츠에 비해 각 팀에 연고 지역 출신의 선수가 많은 편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부산에서만 학교를 다닌 신본기도 어린 시절부터 롯데 자이언츠를 동경하며 자란 부산 토박이다. 신본기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2라운드(전체 14순위) 지명을 받으며 어린 시절부터 꿈에 그리던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롯데는 조성환(두산 베어스 수비코치)이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었고 박기혁(kt위즈)이 군에 입대하면서 내야, 특히 키스톤 콤비의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신본기에게는 적절한 타이밍에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셈. 동아대 시절부터 깔끔한 수비와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고 평가 받은 만큼 비해 타격에서만 경험이 쌓이면 충분히 주전 경쟁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신본기의 타격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신본기는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1군에서 212경기에 출전하며 깔끔한 수비 실력을 뽐냈지만 타격에서는 타율 .212(410타수87안타)에 그치며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포지션 경쟁자 문규현도 넘볼 수 없을 정도의 성적을 올린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아쉬운 성장 속도였다. 결국 신본기는 2014 시즌이 끝난 후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입대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2015년 타율 .348 3홈런3 6타점 53득점을 기록한 신본기는 2016년 95경기에 출전해 타율 .353 116안타 3홈런 51타점 95득점의 성적으로 퓨처스리그 최다 안타와 득점 부문 1위에 올랐다. 많은 선수들의 야구인생을 바꿔 놓았다는 '유승안 매직'이 신본기에게도 찾아오는 듯 했다.신본기는 2016년 9월 전역 후 1군에 합류해서도 25경기에서 타율 .309(81타수 25안타)를 기록하면서 롯데의 새로운 주전 내야수 후보로 떠올랐다.

실제로 신본기는 작년 시즌 2루수와 유격수, 3루수를 오가면서 128경기에 출전해 황재균(kt)이 떠난 롯데 내야의 빈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타율 .237 5홈런 47타점으로 홈런 숫자가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입대 전과 비교해 타격에서 이렇다 할 발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타고투저가 된 KBO리그에서 타율 .250이 채 되지 않는 내야수는 아무리 수비가 좋아도 활용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잦은 포지션 변화에도 3할 타율 유지, 실력까지 겸비한 선행왕

신본기는 성적과 별개로 야구계의 대표적인 '선행왕'으로 유명하다. 입단 당시부터 계약금의 일부를 동아대학교에 장비 구입 비용으로 기부했고 2013년 올스타전에서는 번트왕에 선정돼 상금 200만 원을 모교인 감천초등학교에 기부했다. 2013년 신본기의 연봉은 단 3000만 원에 불과했다. 시즌 중에도 한 달에 한 번씩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신본기의 착한 마음 씀씀이는 야구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사실 신본기는 선행보다 야구로 유명해지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롯데에서 신본기의 위치는 풀타임 주전으로 뛰기엔 타격 능력이 떨어지는 유틸리티 내야수에 불과했다. 올 시즌에도 조원우 감독은 장타력을 갖춘 루키 한동희를 주전 3루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유격수에는 경험 면에서 신본기와 비교하기 힘든 베테랑 문규현이 있었다. 결국 올해도 신본기의 역할은 내야 전 포지션을 떠도는 유틸리티 자원에 그칠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신본기는 올 시즌 유격수로 43경기, 3루수로 37경기, 2루수로도 14경기에 출전하며 롯데 내야의 빈 곳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롯데 내야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신본기는 올 시즌 롯데가 치른 69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14 5홈런 44타점 35득점 OPS(출루율+장타율) .848로 프로 데뷔 7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44개의 타점은 이대호(64개), 손아섭(45개)에 이어 팀 내 3위에 해당한다.

신본기는 20일 kt전에서도 3연타석 2루타를 때려내며 롯데가 초반 분위기를 제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2회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출루한 신본기는 이어진 김동한의 2루타때 홈을 밟았고 3회에도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하나 추가했다. 신본기는 4회에도 2사1루에서 손아섭을 불러 들이는 1타점 2루타를 때려 냈다. 당겨서 2개, 밀어서 1개의 장타를 기록한 타구의 방향도 대단히 이상적이었다.

올해 유격수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유격수 문규현은 종아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3루수 자리에도 한동희, 황진수, 오윤석, 김동한, 정훈 등을 세워 봤지만 확실한 주인이 나오지 않았다. 신본기가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자리가 2개나 된다는 뜻이다. 아직 어떤 포지션에 정착할 지는 알 수 없지만 6월 들어 .370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간다면 어떤 자리에서도 신본기는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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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신본기 선행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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