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후반부의 이야기는 이렇다. 옥분과 정심(손숙 분)을 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다. 두 사람은 일본군을 피해 함께 도망쳤다. 정심이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고발하려던 것과는 달리 옥분은 사건을 숨기려 했다. 그러던 중 정심이 치매에 걸려 증언을 못 하게 되자 옥분이 대신 연설 무대에 선다. 그녀는 정심으로부터 주인됨을 이어받아 주권을 행사하게 된다. 영화의 제목인 <아이 캔 스피크>는 '나는 말할 수 있다'라는 뜻으로, 연설대에 오르게 되는 옥분의 모습을 뜻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는 두 가지 주인이 있다. 옥분은 '어느 곳에 있어야 할지를 아는 주인'이고, 정심은 '일을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는 주인'이다. 영화는 옥분이 정심을 계승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인물의 대비를 통해 문제가 부각되고, 각각 대립 관계의 인물과 성격이 뒤바뀌게 된다. 말하자면 인물들이 서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반부에서 법과 제도를 중시하던 옥분은 법과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과 갈등을 빚는다. 시장을 돌아다니며 갑갑하리만큼 사소한 일에 법을 주장하던 그녀가, 대회협력팀이라는 이름의 용역 깡패가 이웃에게 행패를 부리는 걸 막지 못한다. 소소함에 집착하다 큰 것을 놓친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옥분과 대비되는 사람이 바로 구청 직원 민재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민재는 옥분처럼 법과 제도를 중시한다. 첫 번째로는 민원서류를 들고 온 옥분에게 번호표를 먼저 뽑으라며 대응하는 모습이 있고, 두 번째로는 구청장과의 대화에서 재개발 회사에 형식상 고소를 하고 소송에서 지면 그만이라며 '짜고 치는 고스톱'을 건의한 것이 있다. 즉, 두 사람은 표면적으로 성격이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