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봄' 여는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나무망치를 함께 들고 디저트인 초콜릿 원형돔 ‘민족의 봄’을 열고 있다.

▲ '민족의 봄' 여는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나무망치를 함께 들고 디저트인 초콜릿 원형돔 ‘민족의 봄’을 열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간 평화 교류와 협력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체육계 남북단일팀 구성 여부가 다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체육교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남북 정상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2018년 아시안 게임을 비롯한 향후 국제 스포츠대회에 지속적으로 단일팀을 구성해 파견'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밝혔다.
 
남북은 올해 국내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해 북한 선수단의 참가와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 성화 공동 봉송 등을 이뤄내며 냉각됐던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국제종합대회 사상 최초로 남북이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여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최초로 남북 단일팀 구성 가능할까

남북 단일팀의 시초는 1991년 3월 일본 지바에서 개최된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다. 당시 단일팀은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의 아성을 허물고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같은 해 5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도 한반도기를 걸고 단일팀이 출전해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로도 여러 차례 단일팀을 구성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한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첫 남북 공동입장을 시작으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등에서 남북 공동입장을 통해 남북체육교류를 통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남북관계가 냉각되면서 한동안 체육교류도 사실상 끊겼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으로 남북 단일팀의 물꼬를 다시 튼 데 이어 오는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8월 18일~9월 2일)도 기다리고 있다. 종합대회인 아시안게임으로는 남북이 단일팀으로 출전한다면 역사상 최초가 된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가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진행한 단일팀 구성 의향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아시안게임 40개 종목 중 탁구와 농구, 유도, 정구, 하키, 카누, 조정 등 7개 종목이 긍정적인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남북 정상이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면서 다수의 종목에 걸쳐 '역대 최대 규모의 단일팀' 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평창올림픽 당시에도 있었던 단일팀 논란, 그만큼 신중해야

마지막 경기 마친 남북 선수들의 포옹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북측 황충금(39번) 선수가 한도희(20번) 골리를 안아주고 있다.

▲ 마지막 경기 마친 남북 선수들의 포옹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 이희훈


하지만 단일팀 구성이 마냥 순탄하기만 할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일단 절차상 아시안게임 운영을 관리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동의가 있어야한다. 단일팀 구성에 따라 종목별로 출전하는 선수 인원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OCA와 해당 종목 국가-협회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평창올림픽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경우 대회 흥행을 위해 달리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등 한국 정부가 주도했던 이벤트에 협조적이었지만, OCA는 중동 국가들의 입김이 강하고 아시아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협상이 더 필요하다. 당장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 선수들과 금메달을 경쟁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스포츠 강국들의 입장도 변수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스포츠계와 여론의 반응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정부가 다소 성급하게 단일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한다"는 일부 비난 여론도 있었다. 단일팀의 특성상 지난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대표팀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배분해야 할 엔트리로 인해 국내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한다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단일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단일팀 구성의 난관은 촉박한 시간이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기간이 4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 앞서 평창올림픽 때 경험으로 좀 더 여유 있다고는 하지만, 단일팀 구성에 필요한 과정과 팀으로서의 완성도까지 감안하면 여전히 넉넉한 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 남북 체육교류의 장기적인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이미 평창올림픽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모두 겪어본 상황에서, 굳이 코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부터 또 단일팀을 서둘러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단일팀으로 시너지 효과, 화제성도 높이는 결과 가져온다면

손흥민, 혼신을 다한 슛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카밀 글리크를 앞에 두고 혼신을 다해 슛하고 있다.

▲ 손흥민, 혼신을 다한 슛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카밀 글리크를 앞에 두고 혼신을 다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시안게임은 한국이 굳이 단일팀으로 나서지 않아도 우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 많다. 게다가 남자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게 되면 병역혜택까지 얻게 된다. 특히 손흥민(축구)처럼 유명 선수들이 많고 주목도가 높은 축구, 농구 같은 종목들은 팬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물론 탁구 등 전문가들도 단일팀에서의 시너지 효과와 국제 경쟁력을 더 높게 예측하는 종목도 있다. 탁구는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당시 단체전을 제외한 단식, 복식 등은 단일팀 엔트리를 2배로 확대해 준 전례도 있다. 유도 역시 남북한 대표팀 관계자들이 1990년대부터 국제대회에서의 꾸준한 교류를 통해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누나 조정같이 개인 능력보다 철저한 협업이 더 중시되는 단체 종목들의 경우는 오히려 단일팀 구성을 통해 대중적인 관심도와 화제성을 더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지금은 남북 평화무드가 한층 무르익는 분위기에 현 정부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높은 편이지만, 단일팀에 대한 실무적인 논의로 접어들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나올 수 있다. 일단 해당 종목 체육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조율하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자칫 우리 선수들에게 돌아올 수 있는 불이익이나 역차별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단일팀의 취지에도 맞는 상생의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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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단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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