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이 극적인 조 1위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수원은 17일 오후 7시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에 위치한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리그 6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와 맞대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수원은 지난 2015년 이후 3년 만에 ACL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내친김에 더 높은 곳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수원은 이날 경기를 무조건 잡아야만 조 1위 16강 진출이 가능했다. 비기거나 패하면 시드니 FC와 상하이 선화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3시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원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올 시즌 원정 경기 5전 전승이었다. ACL 2경기, K리그1 3경기를 모두 이겼다. 홈 승률은 다소 아쉬웠지만(ACL 1무 2패·K리그1 1승 2무 1패) 원정에 대한 자신감은 확실했다.

결승골 환호하는 수원 삼성 데얀 수원 삼성 데얀(오른쪽)이 17일 일본 이바라키 현 가시마 시의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6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최종전에서 전반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2018.4.17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연합뉴스]

▲ 결승골 환호하는 수원 삼성 데얀 수원 삼성 데얀(오른쪽)이 17일 일본 이바라키 현 가시마 시의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6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최종전에서 전반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2018.4.17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연합뉴스] ⓒ 연합뉴스


또 이겼다. 수원은 전반 29분 데얀이 바그닝요가 시도한 프리킥 슈팅의 방향을 절묘하게 바꿔 놓으면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조 1위 16강 진출을 위해 공격에 힘을 실은 가시마의 공세에 흔들린 순간도 있었지만, 수원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ACL 조 1위 16강' 수원, 명가 부활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

3년 만에 ACL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수원은 한때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매해 줄어드는 투자와 스타급 선수의 이적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다. 지난 시즌에도 ACL 무대를 밟는 데는 성공했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6시즌과 2017시즌 모두 조 3위에 머물렀다.

수원은 K리그1에서도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이어갔다.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 어느덧 10년이다. 2008시즌 K리그1을 제패한 것이 마지막이다. 2014시즌과 2015시즌 연속으로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최고'가 익숙한 팀에게 '2인자'란 결과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명가 재건을 위해 이를 갈았다. 지난 시즌 K리그1 득점왕 조나탄이 팀을 떠났지만, 데얀과 바그닝요, 임상협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수원의 올 시즌 출발은 경쾌했다. 지난 1월 베트남의 FLC 탄호아와 치른 ACL 플레이오프를 가볍게 통과하며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ACL 본선 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시드니 FC 원정에서는 2-0으로 완승하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기뻐하는 수원 삼성 선수들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5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시드니 FC의 경기. 동점골을 기록한 수원 삼성 데얀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8.4.3

▲ 기뻐하는 수원 삼성 선수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5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시드니 FC의 경기. 동점골을 기록한 수원 삼성 데얀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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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도 역시나 싶었다. 수원은 ACL 조별리그 2차전 가시마와 홈경기에서 1-2로 패했다. 데얀의 PK 실축을 비롯해 골 결정력 부족이 아쉬웠다. 2018시즌 K리그1 개막전에서는 지난 시즌 가까스로 강등을 피한 전남 드래곤즈에게 홈에서 패했다.

초반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조나탄의 공백, 변화를 찾기 힘든 전술과 전략, 완벽지 못한 조직력과 집중력 등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불안했다. 수원은 상하이와 치른 ACL 홈경기에서도 아쉬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압도적인 흐름 속 수많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살리지 못했다. 심판 판정의 아쉬움과 상대의 시간 끌기 작전까지 더해지면서 수원은 홈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K리그1에서 반전을 꾀했다. 수원은 대구 FC 원정에서 올 시즌 K리그1 첫 승리를 거뒀다. 상하이 원정에서 치러진 ACL 4차전을 승리(2-0)로 가져가면서 기세가 올랐다. 지난 3일 시드니와 치른 ACL 5차전 홈경기에서 충격적인 1-4 대패를 당했지만, K리그1 6경기 무패를 내달렸다.

지난 14일에는 상주 상무를 홈으로 불러들여 올 시즌 첫 K리그1 홈경기 승리를 따냈다. ACL 16강 운명이 결정된 이날 일본 원정에서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목표를 이루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이날 가시마 원정 승리에는 행운이 따랐다. 가시마는 수원과 경기 이전 ACL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만큼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 3명을 포함한 주전 선수들을 대거 제외했다. 그동안 경기 출전이 어려웠던 후보 선수들이 중심이었다. 반면 수원은 데얀과 바그닝요, 염기훈 등 최정예 전력을 내세워 승리를 따냈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상당하다. 우선 전방이다. 올 시즌 수원 공격의 핵심은 데얀과 염기훈이다. 이 둘은 30대 후반이다. 아직 시즌 초인만큼 별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급격한 체력 저하가 올 수 있다. 특히 ACL 토너먼트에서는 더 강한 압박과 밀착 수비에 맞서 싸워야 한다.

바그닝요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임상협, 강원 FC 원정에서 가능성을 보인 김건희, 지난 시즌 축구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특급 재능 유주안 등의 도움이 절실하다. 여전한 클래스를 과시 중인 데얀만 믿었다가는 허무하게 시즌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

다양한 공격 전술도 요구된다. 수원의 공격은 너무 단순하다. 대부분 측면을 활용한 크로스로 득점을 노린다. 수비가 밀집한 공간을 아기자기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뚫어내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상대와 우당탕 맞부딪히다 득점을 욱여넣는 느낌이다. 이날 득점처럼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장면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또다시 쓰러진 중원의 핵심 김은선, 장호익의 빠른 발을 제외하면 아쉬움이 가득한 좌우측 수비,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허무한 실점을 내주곤 하는 후방 등 수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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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VS가시마 앤틀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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