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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 봄, 지하철역에서 이 영화의 예고편을 봤다. 예고편을 보고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극장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보며 영화 나름대로의 여러 장점을 찾을 수 있었다.

영화<너와 100번째 사랑>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인생 레코드'를 발견한 리쿠(사카구치켄타로)가 어릴 적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아오이(미와)와의 슬픈 운명을 바꾸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는 타임리프 감성 로맨스물이다. 눈치가 약간 빠른 사람이라면 타임리프라는 소재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은 제목에서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은 영화 <어바웃 타임>(2013)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유치하고 뻔한 전개, 그러나 좋았던 건


최근 몇 년새 많은 영화, 드라마가 '타임리프' 설정을 차용했다. 이는 과거로 돌아가 무언가를 고치면 현재를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너와 100번째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리쿠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인생 레코드'를 통해 타임리프를 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과거로 언제든 이동할 수 있다. 여자 주인공인 아오이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리쿠는 아오이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나 온갖 방법을 써 봐도 그녀를 구할 방법은 없다. 그런 리쿠에게 아오이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죽음을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이 영화는 일본 멜로 영화 특유의 잔잔함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사도 있다. 별다른 반전도 없어 어찌 보면 뻔한 결말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름다운 색채다. 그리고 감미로운 OST가 귀를 사로잡는다. 영화 스토리로만 보면 몰입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영화는 단점을 음악으로 커버한다.

남녀 주인공으로 참여한 배우들도 눈에 띈다. 리쿠 역을 맡은 사카구치 켄타로는 모델 활동으로 연예계 데뷔했다. 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에서 켄타로를 멋있게 그려지기에 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오 역의 미와는 가수인데 정말 듣기 좋은 음색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배경과 사건의 중심에는 아이오와 리쿠가 속한 '밴드'가 있다. 자연히 노래부르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영화에 미와의 목소리가 녹아들면서 관객의 감정이입 효과를 높인다. 아이오가 극중 직접 부른 노래들은 듣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등 한국에서도 널린 알려진 일본 로맨스 영화들은 대부분 '새드엔딩'으로 끝난다. 이러한 경향은 <너와 100번째 사랑> 역시 마찬가지여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타임 슬립 또는 타임 리프 설정을 차용한 작품은 많다. <너와 100번째 사랑>에서 리쿠가 시간을 몇 번이고 되돌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거에 연연할 것이 아닌, 지금을 소중히 하라는 것. 반전 없고 예상 가능한 결말은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마지막까지 이러한 교훈을 충실하게 전한다.

작가의 뜻이 담긴 한 마디는 리쿠의 삼촌 캐릭터를 통해 표현된다. 아오이는 리쿠에게 "죽음을 인정하자"며 시간여행의 매개체 '레코드'를 부순다. 이를 고치려는 리쿠에게 삼촌은 "소중한 지금 이 시간을 레코드나 붙이며 보낼거야?"라는 대사를 던진다. 어차피 바꿀 수 없는 미래라면 지금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삼촌의 말이 리쿠를 변화시킨다.

영화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리쿠와 아오이가 함께 작곡한 곡 '아이오쿠리(アイオクリ)'는 '사랑을 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간 자체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마치 지금이 영원할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