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스틸컷. 밖에서는 같은 모습이지만, 안에서는 저마다의 개성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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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영화의 초반부에서 설정한 갈등과 위기만으로 극을 이끌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설정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적 갈등의 위치를 옮겨간다. 특히 앞서 언급한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내외적 갈등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일곱 명의 자매가 살아남기 위해 '카렌 셋맨'이라는 하나의 인격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극의 초반부에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이율배반적 상황이 발생한다.
한 자녀 이상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와 일곱 명의 아이를 지키려는 테렌스 셋맨. 이들 가족의 삶은 일곱 명이 발각되지 않고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규칙에 따라 유지된다. 누구든 바깥세상에서는 '카렌 셋맨'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고 자신의 이름과 같은 요일에만 외출할 수 있다. 또 매일 밤 밖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에게 공유해야 한다. 여기에는 비상시 대피를 위한 훈련과 같은 노력 역시 모두 포함된다. 해선 안 되는 일을 비밀리에 실행하는 상황에서, 이 영화의 스토리 구조는 범죄물에서 등장하는 갈등 구조와 유사하다.
04.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외부와의 갈등은 내부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한다. 특히 누구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자아에 대한 욕구가 강한 써스데이(목요일)는 바깥세상에서 공유하는 카렌 셋맨이라는 인물과 집 안에서의 진짜 자신에 괴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동안 테렌스 셋맨의 통제 하에서 모든 것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요소가 이를 뚫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여기서 자연적 성장과 인위적 제한의 관계는 니콜렛 케이먼 박사의 행위와도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선데이 역시 죽기 직전에 "I don't Know who I am"이라는 말을 남기며 이에 대한 직접적 문제를 던진다. 개인의 내면에서 발생한 괴리는 자라나 집단에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하고, 우리에 대한 믿음을 조금씩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