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중 한 장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중 한 장면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목이 이상했다. '물의 형상'이라니. 번역하기 어려웠는지, 이 영화의 한국어 부제는 "사랑의 모양"이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은 물은 그 모양을 규정할 수 없어서 물을 담은 용기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고 말씀하셨다. 정육면체에 담으면 사각형으로 보였고 물컵에 담아 옆에서 보면 사다리꼴, 위에서 보면 원으로 보였다.

하늘에서 비로 떨어질 땐 직선으로 보이기도 하고 눈으로 내려올 땐 솜뭉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물의 모양을 규정하기 어려운 것처럼 사랑의 모양도 규정하기 어려운 것임을 깨닫게 된다. 사랑의 모양.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들은 물과 사랑을 환상적인 주제로 그려낸 감독이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핸디캡'으로 고통받는 엘라이자의 주변인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한 장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엘라이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handicap)를 가진 청소노동자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엘라이자에게 출근 전 목욕은 가장 중요한 일과다. 그녀에게 욕조와 물은 희열을 맛보기 위한 소중한 공간이다. 들리긴 하지만 말을 할 수 없는 그녀지만 그녀에게 말을 하지 못함은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다.

정작 장애를 가진 그녀는 자신의 결함을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보다 완벽한 듯이 보이는 그녀의 주변인들은 타고난 핸디캡이 아닌 사회의 시선,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핸디캡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더 그 결함으로 인해 괴로워한다.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계약을 거절당하는 '대머리' 화가 자일스는 성소수자다. 워킹맘으로 열심히 살지만 '인종차별'(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60년대 초)의 위험에 노출되어있고 무능한 남편 때문에 늘 쳇바퀴 도는 인생을 사는 젤다도 있다.

아마존에서 잡아온 괴생명체에게 절단된 손가락을 억지로 접합하여 썩을 때까지 버리지 못하는 고위관리 스트릭랜드. 그는 워싱턴 D.C.에서 살지 못하는 '결함'을 캐딜락으로 채우려 한다. 소련 스파이로 미국에 잠입하지만 조국을 위해 일하다 결국 조국에 의해 버림받은 드미트리도 있다.

이런 이들을 비웃듯이 엘라이자는 자신의 땅과 물을 떠나온 (어쩌면 핸디캡을 느꼈을) 괴생명체에게 마음을 열고 삶은 달걀을 매개로 소통 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생각했던 그녀의 핸디캡은 더 이상 핸디캡이 아니다.

영화 내내 물이 흐른다, 사랑이 흐른다

 지난 4일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 한 장면
지난 4일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과연 인간과 괴생명체의 사랑은 가능할 것인가. 영화 내내 의심과 의문을 놓치 않고 부지런히 이성을 깨워내면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그들의 소통. 그러나 마침내 욕조 아니 욕실을 물로 가득 채워 그들 만의 방으로 만들었을 때 나의 의심은 탄성으로 바뀌었다.

물 속에선 말이 들리지 않는다. 말이 필요 없다. '이젠 믿을 수 있겠어?'라고 하듯 엘라이자는 그녀가 희열을 느끼는 공간이었던 그 물 속에서 둘만의 모양을 만들어 낸다. 사랑의 모양을.

제발 해피엔딩이길 바랐다. 그러나 괴생명체가 총 맞은 그녀를 안고 물 속에 뛰어들 때 다시 한 번 난 이성을 소환했다. 인간은 물 속에서 살 수 없다.

그러나 목덜미에 있는 그녀의 상처(육지에서는 결함, 흉터였다)가 아가미로 바뀌고 결국 그 결함은 그녀가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하게 해줬다. 말하자면  결함이 아닌 필수 불가결한 기관이 되었다.

이제 물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낼 모양이 무엇일지 상상해본다. 그것이 무엇이든 행복하길 빈다. Happily ever after…

셰이프 오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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