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트레이트> 방송 중 공개된 문자 내용. "그동안 삼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왔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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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이 삼성 입안의 혀처럼 굴고 있군요."MBC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 진행자인 배우 김의성이 4일 방송에서 한 말이다. 이날 <스트레이트>는 각 언론사 간부들이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차장)에게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이 문자 속엔 삼성이 언론을 어떻게 주무르는지, 그리고 언론이 삼성의 눈에 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김의성 진행자의 탄식대로 정말 언론은 '삼성 입안의 혀'나 다름없었다.
'경악스러운' 삼성의 정보력, 언론과 연락 주고받은 정황 드러나우선 삼성의 치밀한 정보력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2014년 12월 제일모직이 상장되고, 삼성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삼 남매는 5조 8천억 원에 이르는 시세 차익을 챙긴다. 투자금 81억의 730배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제일모직 상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 이어 재계 2위의 주식부자로 등극한다. 더욱 중요한 건 제일모직 상장이 삼성그룹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 성격이 강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일모직 상장은 한국 경제와 사회에 심각한 파장을 미칠 중요한 '뉴스'였다.
그러나 KBS·MBC·SBS 등 공중파 3사 보도에서 관련 소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장충기 사장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사장님, 방송은 K·M·S 모두 다루지 않겠다고 합니다."이 문자는 이인용 팀장이 각 방송사의 내부 사정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결국 방송사 누군가가 고급 정보를 이 팀장에게 흘렸고, 이 정보가 최종적으로 장 사장에게 전달된 셈이다. 속된 말로 삼성이 언론사 고위층에 '빨대'를 꽂아 놓았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이뿐만 아니다. 언론사 간부가 삼성에 노골적으로 충성을 맹세한 정황도 드러났다. <스트레이트> 방송에 따르면, 국기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이아무개 편집국장은 장 사장 앞으로 이런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