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영화의 한 장면
넷플릭스
과거 극영화의 형식으론 <챔피언 프로그램>, 다큐멘터리는 <암스트롱의 거짓말>이 랜스 암스트롱의 사기극을 다룬 바 있다. <이카루스>는 이들과 접근법을 달리한다. 감독 겸 주연을 맡은 브라이언 포겔은 아마추어 사이클 대회에 출전하면서 돈 캐틀린 UCLA 올림픽 연구소 창립자와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모스크바 올림픽 연구소장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약물을 투여하여 경기력을 향상하는 과정을 준비한다. <이카루스>는 '스테로이드'판 <슈퍼 사이즈 미>가 되고자 한다.
<이카루스>는 세계 최고의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들이 출전하는 미니 '투르 드 프랑스'에 약물의 힘을 빌려 참가한 브라이언 포겔의 여정은 순조롭게 따라간다. 그러나 그리고리 로드첸코프가 도핑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영화는 의외의 국면에 접어든다.
독일의 한 방송국이 러시아 국가대표의 약물 복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러시아가 승리를 만드는 방법>을 내보낸 후 그리고리는 국가적인 도핑 파동의 중심에 선다. 그는 자신을 러시아와 세계반도핑기구(WADA)를 모두 죽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세계반도핑기구의 조사, 대통령과 체육부 장관, 연방보안국이 연루된 러시아 정부 차원의 약물 커넥션, 올림픽 출전 정지, 미국 국무부와 FBI의 개입 등 일련의 진행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은 줄곧 그리고리를 체포하는 데 혈안이 된다.
처음엔 약물 검사를 통과하여 시스템의 결함을 증명하려던 <이카루스>는 어느새 국가 권력에 쫓기는 개인의 사연으로 바뀌어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 미국에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간 그리고리에겐 미국 정부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과 그를 담았던 다큐멘터리 <시티즌 포>가 겹쳐진다. 그리고리가 즐겨 읽는 조지 오웰의 <1984>는 곧 그의 이야기가 된다.
<이카루스>는 약물 검사 프로그램의 허점을 짚어준다. 러시아 도핑 스캔들을 담은 다음엔 <1984>처럼 모든 것을 통제하는 국가 권력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영화를 보는 도중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단연 그리고리 로드첸코프다. 감독 스스로 "소치 올림픽에서 검사를 담당했던 반도핑기구 연구소장이 왜 이걸 수락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부정을 택한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