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포스터.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포스터. ⓒ 이수C&E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돈이라고, 아니면 명예라고, 혹은 친구, 가족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다 필요하겠지만, 필자 본인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삶에 '감동'이라는 것이 있으면 더 가치롭고 잉여로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감동을 전해주는 영화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추리 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작가의 몇 안 되는 추리 소설이 아닌 작품 중 하나이다.

지난 2012년 출간된 이래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작품으로, 국내에서 영화 개봉 전부터 원작이 영화로 나온다는 사실에 멈출 수 없는 기쁨이 차올랐다.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책을 잘 쓸까',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이 사람은 참 대단하구나' 싶을 정도로 내용이 풍성하고 완벽하게 얽혀 있었고, 감동을 전하고 위로를 하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와 닿았다.

비밀을 간직한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3인조 도둑이 32년 전 과거로부터 온 편지에 답장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일이 주된 이야기를 이루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과는 차별화 된 따스한 감성이 작품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영화를 연출한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상상 속에만 있던 그림들을 완성도 높게 표현하기 위해서 규슈의 오이타현에 직접 세트를 짓고 한 달 간 촬영했다고 했다. 영화는 잡화점을 통해 과거와 현재 인물들이 주고받는 편지에 집중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사를 들여다볼 수 있고, 편지를 통해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묘미가 있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스틸컷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스틸컷 ⓒ 이수C&E


그럼에도 이러한 것들이 오히려 독이 된 부분도 있다. 너무 자주 1980년대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다보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도 있을 수 있고, 집중도나 몰입도가 떨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또한 국내 책에서도 45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의 내용을 2시간에 담으려다 보니 내용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여러 사건이 모여 커다란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책의 내용 특성상 영화에서 여러 사건으로 인해 집중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 본인은 영화를 보기 이전에 책을 미리 읽었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영화 내용이 상상과는 다른 장면, 부분이 있어도 보기 좋았고 만족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미리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영화가 책만큼의 감동을 주기 힘든 구조였다. 책을 읽었다면 호평을,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루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영화 속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나미야 유지는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질문부터 인생의 기로에 놓인 어른들의 고민까지 진심을 다해 답장을 해준다. 나미야 유지의 절묘한 해답은 관객들에게도 묘한 위로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미야 유지는 시한부 삶을 선고 받고 자신이 보낸 편지가 그들의 인생에 도움이 됐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 시절 1980년과 32년 이후의 2012년이 딱 하루 연결된다. 2012년 젊은 청년들의 현실적이면서도 엉뚱한 조언은 1980년의 사람들에겐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는데 이 점 또한 눈여겨 볼 만하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스틸컷. 영화 中 니시다 토시유키(나미야 유지 역).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스틸컷. 영화 中 니시다 토시유키(나미야 유지 역). ⓒ 이수C&E


나미야 유지의 걱정과 달리 나미야 유지에게서 조언을 얻은 이들은 대부분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에게 원했던 것은 단순한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그저 따뜻한 위로 한마디였던 것이다. 자신들이 가려는 길이 올바른지,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 길에 대한 용기 한 마디를 얻고 싶었던 것.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미야 유지는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행복이었다고, 마지막 선물이었다고 흐뭇해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는 책을 읽을 때 상상했던 모습과는 달랐지만, 영화 속 나미야 역의 니시다 토시유키 분이 연기를 참 잘해 울컥하기도 했다.

편지를 보내오는 사람들의 사연을 읽는 것도 하나하나의 재미가 있고, 또 다양한 인생사와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전한다. 영화를 보면서 작가와 감독이 얼마나 내용을 잘 구성했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 할 것이다.

세상은 단순히 고난과 불행의 연속이 아니다. 행복도 여기저기에 있다. 가기 전 책을 읽고 간다면 작가와 감독이 주고자 하는 감동과 행복감을 배 이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본 글은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나미야잡화점의기적 영화 리뷰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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