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매스스타트 금메달!이승훈 선수가 24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함께 경기를 뛴 정재원 선수와 함께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희훈
올림픽 초대 챔피언 역사를 쓴 매스스타트 경기에서도 이승훈은 후배와 함께했다. 함께 출전했던 정재원은 이승훈의 레이스를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재원은 초반 상대 선수들이 멀찌감치 앞서 나가자 후미그룹의 선두로 나오며 이들과 거리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정재원은 약 9바퀴 가량을 3위권에서 달리며 바람막이 역할은 물론 거리를 좁혀 나갔다. 이 덕분에 이승훈은 선두그룹과 격차가 벌어지지 않고 쉽게 선두권에 진입했으며 마지막 대역주를 펼칠 수 있었다.
그렇게 이승훈은 후배들과 함께 아시아 빙속 선수로는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가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만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로 무려 5개다. 혼자가 아닌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과 그를 보며 성장해온 미래의 주역들이 함께 했기에 더욱 값진 결과였다. 팀추월에서 김민석, 정재원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었고 마지막 매스스타트에서도 정재원과 함께 링크장을 돌며 한국 빙속의 역사를 썼다.
37.4km 달린 이승훈, 진정한 철인이승훈은 이번 올림픽에서 5000m와 10000m, 팀추월, 매스스타트 등 총 4개 종목에 출전했다. 자신의 주 종목인 매스스타트 경기가 열기기 전 이미 상당한 거리를 달린 이승훈은 마지막날 매스스타트에서 준결승과 결승 두 차례 레이스를 더 펼쳐 400m 트랙을 32바퀴를 돌았다. 그가 올림픽 개막 후 마지막 경기까지 달린 거리는 무려 37.4km다.
거리뿐만 아니라 기록에서도 이승훈은 이미 놀라운 결과를 여러 번 냈다. 5000m에서 6분14초15, 10000m에서 12분55초54로 2010년 21살의 나이에 출전했던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보다도 빠른 기록을 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30대의 기록이 20대 초반의 기록을 앞질렀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기록이다. 그가 평창을 앞두고 얼마나 독한 훈련을 해왔을지 예감되는 부분이다.
선수층이 얇고 유럽에 비해 선수생명이 길지 않아 20대 후반이면 대개 은퇴 길로 접어드는 한국 빙속계의 현실에서 이승훈은 당당히 'NO'를 외치며 홀로 길을 걸어왔다. 대가 끊긴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뛴 장거리, 후배들과 함께한 팀추월, 스피드 선수로서 자신의 제2의 꿈이었던 매스스타트 올림픽 초대 챔피언, 이 세가지를 모두 해내기 위해 어쩌면 20대 때보다 더욱 독하게 임했다. 그렇기에 그는 진정한 철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