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외쳤던 언론학자들은 KBS 새 사장 선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KBS 이사회는 29일 제894차 임시이사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새 사장 논의 절차에 돌입한다.

29일 '후임 사장 임명제청을 위한 절차와 방법에 관한 건'으로 열리는 임시이사회에서 새 사장 공모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전영일 이사(여권)는 "사장을 뽑기 위해 여러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몇 달 전 최승호 사장 선임을 공개적으로 진행한 MBC의 방식과 몇 백 명의 표본을 뽑아 며칠 동안 토론을 치러 화제가 된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방식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이사는 새 사장 선임에 대해 "결국 MBC와 똑같다. 개혁을 하려면 외부의 KBS를 잘 모르는 사람이 할 수는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개혁하고 이 난국을 마무리하려면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전영일 이사의 말은 KBS 새노조가 노보를 통해 밝힌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고대영 사장 해임 가결 소식을 듣고 피켓을 들어 축하하는 모습.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고대영 사장 해임 가결 소식을 듣고 피켓을 들어 축하하는 모습. ⓒ KBS 새노조


새노조 "KBS 내부인이었으면"

KBS 새노조 성재호 위원장은 2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간의 언론 적폐 청산과, 동시에 KBS에 대한 개혁을 이끌어나가기 적합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 '적합한' 사람으로 KBS 새노조에서는 "무엇보다 KBS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며 10년 동안 우리와 함께 싸워온 사람이 가장 적합하다"고 구체적인 인물상을 제시했다.

성 위원장은 이어 "과연 내가 KBS에서 10년 동안 같이 싸워왔는지를 본인 스스로 판단해봐야 한다"며 "단순한 명망가나 KBS에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만으로 사장 후보에 나서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장낙인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또한 "노조에서 (사장 후보에 대한) 정답을 내놓았다"고 평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일차적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KBS 새 사장으로 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사장이 하는 일은 외압을 막아서 제작과 편집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면서 SBS 보도국장 임면 동의제를 사례로 제시했다. SBS는 최근 내부 구성원의 동의를 받은 사람으로 보도국장 임면을 하기로 결정했다. 또 최진봉 교수는 "지금까지 그 사람이 살아온 행적들이나 칼럼 등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7월 '고대영 사장 퇴진' 연서명에 동참했던 언론학자 김서중 KBS 이사 또한 "핵심은 공정성"이라고 답했다. 김 이사는 "첫째로는 공영방송의 가치를 복원시키려는 의지와 자세, 능력이 필요하고 그 다음으로는 방송 전반의 기술·경영적인 측면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 해결책을 찾거나 고민하는 사람 그리고 세번째로 조직 구성원들이 마음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사장의 기준을 밝혔다.

한편, 익명을 요청한 KBS의 한 피디는 "내부인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적폐 청산에 있어서 엮이는 것들이 있다. 내부인이면 오히려 친소 관계가 조금씩 있다 보니 좀 더 영향을 덜 받는 아예 새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우려를 전했다. 이어 "아무리 훌륭한 제작자라 하더라도 경영자가 됐으면 직책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피디 출신 경영자가 내부 시사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전례를 들기도 했다.

 왼쪽부터 KBS 1TV <일요진단> 앵커였던 김진석 기자. 한국PD연합회장이었던 양승동 PD, KBS 새노조 초대위원장 엄경철 기자, KBS 민주당 도청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정필모 기자.

왼쪽부터 KBS 1TV <일요진단> 앵커였던 김진석 기자. 한국PD연합회장이었던 양승동 PD, KBS 새노조 초대위원장 엄경철 기자, KBS 민주당 도청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정필모 기자. ⓒ KBS/남소연/이영광/권우성


사장 후보 하마평에 오른 4인 "아직 밝힐 단계 아냐"

한편, KBS 내부에서 사장 후보로 폭넓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로는 <일요진단> 앵커였던 김진석 기자, 한국PD연합회장이었던 양승동 피디, 새노조 초대위원장 엄경철 기자, KBS 민주당 도청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정필모 기자가 있다. 지난 2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이들 네 사람은 모두 차기 KBS 새 사장 출마에 대해 말을 아끼는 한편 아직 사장 공모 절차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 선언을 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진석 기자는 "신임 사장을 어떻게 선출할지 이야기가 나온 것이 없는 상황에서 뭔가 언급하는 건 외람된 일인 것 같다"며 "일단 내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 사장에 대한 기준은 KBS 식구들이 생각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양승동 피디 또한 "아직 조심스럽다"며 김진석 기자와 마찬가지로 "KBS 새노조에서 제시한 새 사장 선임 기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엄경철 기자는 "개인의 (출마) 선택도 중요하지만 결국 새로운 KBS를 건설하는 데 있어 어떻게 하면 좋은 사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집단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엄 기자는 "10년 간 KBS의 저널리즘과 공적 서비스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내부에서 목격한 사람만이 빠른 시일 내에 정확하게 새로운 KBS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본질적으로 KBS 새노조의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

정필모 기자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나보다 더 좋은 후보들이 나설 경우 내가 굳이 나설 이유 없지만 주변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도 좋다는 권유들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정 기자는 "(누구든) 만에 하나 KBS를 떠맡아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만들지 못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다시는 KBS를 개혁할 이런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심경을 밝혔다.

KBS 새 사장 KBS 새노조 적폐 청산 KBS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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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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