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못 맞추면 뺑뺑이.

마치 군대의 사격훈련 때와 같은 모습이 평창에서 펼쳐진다. 바로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소총 사격을 결합한 바이애슬론 종목이다. 스키를 신고 3~4km를 달린 선수들이 50m 거리의 표적을 향해 '서서쏴'와 '엎드려쏴' 두 가지 방식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5차례 사격한다. 표적을 맞추지 못하면 1분의 추가 벌점을 받거나 따로 마련된 150m 벌칙 코스를 돌아야 한다. 최상위권 선수들은 그 순위가 1분 이내에서 갈리기 때문에 벌칙을 받으면 메달 색이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다.

김용규 '서서 쏴' 지난 2017년 3월 5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포츠파크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바이애슬론연합(IBU) 바이애슬론 월드컵 남자 계주 경기에서 한국의 세 번째 주자 김용규(가운데)가 사격을 하고 있다.

▲ 김용규 '서서 쏴' 지난 2017년 3월 5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포츠파크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바이애슬론연합(IBU) 바이애슬론 월드컵 남자 계주 경기에서 한국의 세 번째 주자 김용규(가운데)가 사격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군대 사격 훈련과 같은 모습은 우연이 아니다. 바이애슬론은 18세기 후반 노르웨이와 스웨덴 양국 수비대가 스키와 사격을 겨룬 것에서 시작했다. 이런 역사 때문에 1924년 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 때는 '밀리터리 패트롤'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밀리터리 패트롤'은 당시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소총 사격만 아니라 스키 '등산'까지 결합된 종목이었다. 지금 같은 형태의 바이애슬론이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60년 스쿼밸리 동계올림픽 때다.

최소 3.5kg의 총을 등에 메고 긴 거리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은 기본이다. 사격의 정확성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스키 주행으로 가빠진 호흡을 정리하고 표적을 노릴 수 있는 집중력 역시 요구된다. 이 때문에 바이애슬론 선수들은 최대 속도로 뛰고 돌아와 빠르게 맥박을 가라앉히고 모의사격을 하는 '인터벌 훈련'을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부 종목은 개인·스프린트·추적·단체출발·계주·혼성계주로 나누어진다. 개인 종목은 가장 주행거리가 긴데, 남자 선수는 20km, 여자 선수는 15km를 달려야 한다. 가장 주행거리가 짧은 스프린트의 경우, 남자 선수는 10km, 여자 선수는 7.5km를 달린다. 추적은 전날 치른 자격경기 1위 선수가 가장 먼저 출발하고 뒷순위 선수가 앞서 출발한 선수와의 기록 차만큼 시차를 두고 출발해 따라잡는 방식이다. '뺑뺑이' 벌칙은 가장 주행거리가 긴 개인 종목(벌점 1분 추가)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 적용된다.

국내에선 낯선 종목이지만 유럽에서는 인기가 높은 스포츠다. 노르웨이와 독일이 강국으로 꼽힌다. 역대 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에서 독일은 45개, 노르웨이가 35개의 메달을 따냈다.

고지를 향해 지난 2017년 3월 5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포츠파크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바이애슬론연합(IBU) 바이애슬론 월드컵 남자 계주 경기에서 선수들이 언덕을 오르고 있다.

▲ 고지를 향해 지난 2017년 3월 5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포츠파크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바이애슬론연합(IBU) 바이애슬론 월드컵 남자 계주 경기에서 선수들이 언덕을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에 실패한 노르웨이의 올레 아이나르 뵈른달렌(44, 남) 선수만 하더라도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부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총 13개(금 8·은 4·동 1)의 메달을 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고 장담한 로라 달마이어(24, 여) 선수는 독일 출신이다. 2011~2012 시즌부터 6년 연속 바이애슬론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출신의 마르탱 푸르카드(30, 남) 선수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한국 바이애슬론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경험이 없다. 그러나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땐 귀화 선수를 통해 첫 메달을 거두겠다는 입장이다. 바이애슬론은 아이스하키(귀화 선수 11명) 다음으로 많은 숫자의 귀화 선수(4명)를 영입했다.

이 중 러시아 출신 티모페이 랍신(30, 남) 선수가 가장 메달권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6차례나 따냈다. 지난해 2017~2018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10km 스프린트에서 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바이애슬론(금메달 11개)
남자 : 개인 20km, 스프린트 10km, 추적 12.5km, 단체출발 15km, 계주 4×7.5km
여자 : 개인 15km, 스프린트 7.5km, 추적 10km, 단체출발 12.5km, 계주 4×6km
혼성 계주



바이애슬론 사격 군대 벌칙 크로스컨트리 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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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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