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아도 사만다와 함께 있어 행복한 시어도어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한편 시어도어를 사랑할수록 "외로워서 섹스하고 싶었"던 사만다는 AI와 인간 모두 "물질로 되어 있고 우주라는 이불을 덮고 있다"는 통찰에 이른다. 그 후 성적 접촉 없이도 가능한 감성적 일체감, 즉 공감적 관계에 몰입한다. 그런 사만다를 매개로 삶의 일체성을 부지불식간에 경험하는 시어도어의 모습들을 영화는 경쾌하게 보여준다.
'The Moon Song'을 부르는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흰 눈 덮인 겨울 산에서 즐겁게 걷는 장면, 우크렐라를 연주하며 사만다와 합창하는 장면 등에 환한 표정의 시어도어가 가득하다. 해변에서 길거리에서 기차 안에서 어디서나 화면에는 시어도어만 보이지만, 그는 사만다와 교감하고 있기에 혼자가 아니다. 영화는 누구의 일상에서든 대상과 하나 되는 그런 삶이 가능함을 넌지시 암시한다. 물론 사만다와 시어도어의 경우처럼, 노력 깃든 계기가 있어야 물꼬를 틀 수 있다.
쾌속의 자아분열을 거듭하다 특이점 체험을 겪은 사만다는 그 우주와의 합일이 좋아서 "시공을 초월한 공감 속"에 있고자 시어도어를 떠난다. 잠시 혼란에 빠진 시어도어는 사만다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언제나 함께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아울러 이혼한 캐서린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이 가능함을 자각하고 주체/객체의 이분법에서 놓여난 사랑을 메일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