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반부에서 삼촌에게 워크맨을 선물받고 기뻐하는 대학 새내기 연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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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는 암울한 잿빛 영화에 새내기의 연둣빛 활기로 완충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사건의 주요 실존인물들과 자연스레 얽히는 관계를 통해 볼거리와 웃음을 제공한다. 또한 그 인물들과 사건을 함께 겪으며 무관심한 모습에서 점차 깨어있는 시민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결과 관객은 더 큰 울림과 감동을 받는다.
김태리는 지난 2016년 6월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하녀 숙희 역으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숙희는 사기꾼 백작의 제안으로 소매치기 고아 신분을 속이고 귀족인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를 모시는 하녀다. 숙희는 순진하면서도 당찬 눈빛을 발사했고 히데코와 공모하여 남자들을 혼내주는 당돌함을 가졌다.
김태리는 < 1987 >에서 신분상승에 성공해 여대생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당찬 모습은 그대로 간직했다. 물론 전작과 달리 시작할 때는 음모인 줄 모르고 가담한다는 차이점이 있으나, 단순한 개입에서 후반부로 가면 아예 적극적으로 사건에 관여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아가씨>에서 예쁜 아가씨와 사랑에 빠졌던 김태리는 대학생이 되자 잘생긴 선배를 좋아한다는 점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연희의 아빠나 다름 없는 외삼촌 한병용(유해진 분)은 교도소에서 노조 설립을 주도하다가 파면된 후 복직된 인물이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한병용 캐릭터는 알고 보면 냉혹한 킬러 출신이다. 지난해 10월 개봉해 69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럭키>에서 유해진은 실력파 킬러로 등장한다. 게다가 극중에서 배우로 제2의 반전인생도 산다.
재야에서 활동하는 민주화 운동가 김정남(설경구 분)은 대공수사처 박 처장(김윤석 분)에게 쫓기고 있다. 그러나 설경구는 아이러니 하게도 영화 <박하사탕>(2000)에서는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시민들을 공격했던 군인 김영호 역할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