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죽음의 F조'에 편성됐다.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 북유럽의 전통적인 강호 스웨덴과 만나게 됐다.

2일 자정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에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추첨 행사가 진행됐다. 고든 뱅크스, 디에고 마라도나 등 세계 축구의 전설들이 내년 러시아로 향할 32개 국가들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개최국 러시아가 A조의 첫 번째 국가로 선택받은 것을 시작으로 조추첨이 시작됐다. 4번 포트에 위치한 한국은 초조하게 조편성을 기다렸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포함된 B조가 한국 입장에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조였다. 다행히도 3번 포트에 이란이 B조로 향하게 되면서 '같은 대륙 같은 조' 금지라는 조항에 따라 B조는 무조건적으로 피할 수 있게 됐다.

가장 무난해 보였던 조는 러시아-이집트-우루과이의 A조와 폴란드-세네갈-콜롬비아의 H조였다. 아쉽게도 4번 포트에서 A조에 속하게 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E조까지 조편성이 완료됐을 때도 한국은 호명되지 않았다.

F조에 처음으로 선택받은 4포트 국가는 파나마였다. 하지만 같은 대륙인 멕시코가 F조에 미리 위치하고 있었기에, 파나마는 벨기에-튀니지-잉글랜드로 구성된 G조로 향했다. 4번 포트에는 한국과 일본만이 남았다. 객관적인 전력상 독일과 멕시코보다는 폴란드와 콜롬비아 등이 위치하고 있는 H조가 더 '괜찮은' 조였지만, 조추첨에 나선 파비오 칸나바로는 한국을 F조로 뽑았다. 자연스럽게 일본은 더 괜찮은 조였던 H조로 향하면서 웃게 됐다.

굉장히 어려운 조에 편성된 한국이다. 1차전 상대인 스웨덴은 이번 지역 예선에서 네덜란드를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월드컵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국가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무려 이탈리아를 꺾고 월드컵 본선행을 결정지었다. 스웨덴 최고의 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한 것은 다행이지만, 힘과 특유의 끈끈함을 가진 스웨덴은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

2차전 상대인 멕시코는 더욱 어려운 상대다. 멕시코는 그 어떤 국가도 조별리그에서 만나기를 꺼리는 국가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출중하고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한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세계적으로도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지역 에선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1위로 러시아 티켓을 거머쥐었다.

월드컵에서도 그 위력은 대단하다. 월드컵 본선에 16번 참여한 멕시코는 1994 미국 월드컵부터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6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어떤 조에 속하든 멕시코는 특유의 조직력으로 상대 국가들은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한국은 멕시코에게 1998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1대3으로 패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한국은 멕시코를 상대로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하석주가 선제 득점을 터뜨렸지만, 하석주가 거친 백태클로 퇴장을 당한 이후 내리 세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마지막 상대인 독일은 최악의 상대다. 독일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이자 현재 FIFA 랭킹 1위 국가다. 월드컵 트로피만 4번 들어올린 월드컵의 강자다. 마누엘 노이어, 마츠 훔멜스, 메수트 외질, 토마스 뮐러 등 세계 최고의 클럽 주축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수두룩한 정도가 아니라 2군 멤버를 이끌고 올해 있었던 2017 FIFA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했을 정도다.

지역 예선도 완벽했다. 예선 10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고 43골을 넣었다. 수비진은 단단하고 미드필더진은 화려하다. 공격진에는 치명적인 득점력을 가진 공격수들이 넘쳐난다. 여러 가지 면에서 러시아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다. 한국과는 본선에서 두 번 맞대결이 있었다. 한국은 독일에게 1994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2대3으로 패했고, 2002 한·일 월드컵 준결승에서는 0대1로 졌다. 홈에서 열렸던 월드컵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할 기회를 독일이 방해했다.

'죽음의 조'에 속하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일단 같은 조에 최강 국가가 존재하고 있는 점이 한국에게는 긍정적이다. 전력이 애매한 국가보다 확실한 전력으로 모든 국가들에게 1승씩을 가져올 수 있는 독일의 존재는 현실적으로 2위 자리를 노리는 한국에게는 오히려 위안거리다. 실제로 한국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당시 다소 불완전한 경기력을 보여준 프랑스의 존재로 승점 4점을 챙기고도 3위에 그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스웨덴과의 1차전과 2차전 멕시코와 경기가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에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본선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월드컵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려운 조에 속한 만큼 한국은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반 년 후 러시아 땅에서 신태용 감독이 웃을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 얼마만큼 완벽에 가깝게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다. 월드컵은 벌써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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