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박우성과 배우 유아인이 트위터에서 주고받은 글.
트위터 갈무리
유아인의 "애호박으로 맞아볼래" 발언은 어느 누리꾼의 지적처럼 '폭력적인' 표현이라 사과해야 마땅한 경우일 수 있다. 혹은 유아인의 입장에서는 '그냥 드립이었는데' 폭력성을 지적받아 억울할 수도 있다. 유아인의 결론이 전자였다면 사과했을 테고, 후자였다면 그저 무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는 누리꾼의 지적을 일일이 받아치며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는 쪽을 택했다. 그것도 자신을 비판하는 누리꾼의 행동을 '메갈 짓'으로 표현해가면서.
그가 말한 '메갈 짓'이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자신을 향한 비판들이 '무의미한 헐뜯기'에 가깝다고 생각했다면 더욱 '무시하기'로 대응했어야 적절하지 않았을까. 거기다 유아인은 '남성'인 영화평론가에게는 존중을 담아 답변하면서 '강약약강'(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다)이라는 비판까지 받게 됐다.
존댓말과 반말의 사용, '맞아볼래' 같은 표현이나 '메갈 짓' 등의 딱지를 붙이는 행위까지.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더라면,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더욱 세심하게 생각했어야 마땅하다. 그의 논리와 문장이 아무리 화려해 보이더라도, 팬들 일부를 적으로 돌리는 태도는 지양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가 '진정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나누는 행위야말로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이라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닫기를 바란다.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유아인의 선언이 그저 수식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발언에 불과 며칠 앞서 SNS에 수험생을 위해 따뜻한 위로의 글을 남겼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트위터에서는 '유아인' 팬 계정들이 "탈덕합니다"라며 계정 폐쇄를 선언할 정도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심으로 배우 유아인이 앞으로라도 팬들의 실망을 만회하고 '강약약강'이라는 비판을 뒤집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는 누리꾼의 특정 집단을 '막말하고 막 대해도 되는', 혹은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