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디펜딩 챔피언' 기업은행을 완파했다.

이도희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7,25-21,25-13)으로 완승을 거뒀다. 외국인 선수 엘리자베스 캠벨이 23득점을 기록했고 '거요미' 양효진도 블로킹 5개를 포함해 16득점을 올렸다.

이날 기업은행은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기업은행 선수들의 몸놀림이 전체적으로 무겁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현대건설의 경기력이 워낙 압도적이었다.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9경기를 치른 현재 7승2패, 승점 20점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봄 배구조차 하지 못했던 현대건설이 이번 시즌 이렇게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막강 트윈타워에 이다영 가세, '난공불락' 현대건설의 높이

 장신세터 이다영은 현대건설의 트윈타워 위력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세터'다.

장신세터 이다영은 현대건설의 트윈타워 위력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세터'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전통적으로 높이가 강한 팀이다. 8시즌 연속 블로킹 여왕에 빛나는 V리그 최고의 센터 양효진이 버틴 현대건설은 지난 2013-2014 시즌부터 2016-2017 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 팀 블로킹 부문에서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2014-2015 시즌 출산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던 김세영이 복귀하면서 현대건설의 높이는 더욱 막강해졌다.

현대건설의 '트윈타워'는 워낙 유명했지만 지난 시즌까지 주전으로 활약했던 염혜선 세터(기업은행)의 높이는 오히려 현대건설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상대 공격수들은 염혜선 세터가 전위에 있을 때 염혜선 세터가 서 있는 방향으로 집중 공격을 퍼부었고 현대건설은 상대의 전략을 뻔히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실제로 염혜선 세터는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정규시즌에서 세트당 0.3개 이상의 블로킹을 기록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시즌부터는 염혜선 세터의 자리에 서전트 점프 55cm에 달하는 뛰어난 운동 능력에 179cm의 큰 신장을 가진 이다영 세터가 들어갔다. 이다영 세터는 이번 시즌 9경기에서 세트당 0.77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블로킹 부문 5위에 올라 있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높이를 책임지는 양효진, 김세영, 이다영 트로이카는 세트당 평균 2.6개의 블로킹을 합작하며 블로킹 부문 1, 2, 5위를 달리고 있다.

세터 교체 효과는 단순히 블로킹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신장이 좋은 이다영 세터가 높은 타점에서 빠른 토스를 하면서 센터진의 공격력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 실제로 양효진과 김세영은 이번 시즌 각각 62.67%와 53.45%의 성공률도 속공 부문에서 1, 2위를 질주하고 있다. 여자부 6개 구단 중에서 팀 속공 성공률이 50%를 넘긴 팀도 현대건설(58.65%)이 유일하다.

중앙에서 압도적인 높이를 발휘하다 보니 날개 공격수들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의 외국인 선수 엘리자베스의 경우 외국인 선수 중 두 번째로 적은 공격시도(478회)에도 성공률(42.68%)은 리그 전체에서 가장 높다. '꽃사슴' 황연주 역시 2012-2013 시즌 이후 5년 만에 40%가 넘는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압도적인 높이의 힘으로 만들어낸 '공격 분산 효과' 덕분이다.

1억3000만원의 황민경, 알고 보니 FA 최대어?

 황민경이 가세하면서 현대건설의 조직력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황민경이 가세하면서 현대건설의 조직력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 한국배구연맹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김희진,김수지(이상 기업은행),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김해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등 국가대표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FA 자격을 얻었다. 김희진이 3억 원, 김수지가 2억7000만 원, 박정아가 2억5000만 원의 대박 계약을 따냈을 때 1억3000만 원에 현대건설과 계약한 '밍키' 황민경의 이적 소식은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황민경이 강한 서브와 좋은 수비, 그리고 넘치는 파이팅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날개 공격수로서 신장(175cm)이 작아 전위 블로킹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실제로 황민경은 이번 시즌에도 세트당 0.11개의 블로킹에 그치면서 현대건설의 '블로킹 구멍'으로 상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에서 황민경의 활약은 낮은 높이의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뛰어나다. 황민경은 이번 시즌 세트당 2.97개의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수비)와 46.76%의 높은 리시브 성공률로 현대건설의 수비 조직력 안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번 시즌 황민경보다 많은 리시브를 기록한 선수는 많지만 리베로를 제외하고 황민경보다 높은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 중인 공격수는 고예림(기업은행, 48.24%) 한 명 뿐이다.

황민경의 존재는 이다영 세터의 경기 운영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리시브가 불안하게 올라오면 경험이 많지 않은 이다영 세터가 구상하던 세트 플레이가 어긋나면서 팀 조직력이 와해될 수 있다. 하지만 황민경은 안정된 수비와 서브 리시브로 현대건설의 조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배구팬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황민경을 영입한 현대건설이 지난 오프 시즌의 진정한 승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주전 레프트이자 팀 내 최고참 한유미가 아직 이번 시즌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다. 지난 2015-2016 시즌 백업 레프트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고유민도 원포인트 서버로만 나서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황민경이 주전으로서 완벽한 활약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존의 강점이었던 높이의 극대화와 조직력 및 수비의 약점을 지워준 황민경의 가세. 이번 시즌 현대건설이 승승장구할 수밖에 없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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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블로킹 황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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