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추석 연휴가 막을 올렸다.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가족과 함께, 때로는 나 혼자 영화 한 편 보기에 이만한 시기도 없다. 지상파와 영화전문 채널을 막론하고 TV에서도 맛깔나는 작품이 즐비하니 리모컨만 있다면 흥미진진한 시간이 펼쳐질 게 분명하다.
특히 이번 연휴 동안은 바다나 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여럿 준비돼 있다. SCREEN 채널이 지난달 30일과 1일 각각 방영한 <딥 워터 호라이즌>과 <연평해전>을 시작으로 모두 10여 편이 바다나 배와 관련된 영화들이다. 멀리 떠날수록 집과 가족이 간절해지는 법, 이번 연휴엔 먼바다, 배에서의 이야기에 빠져 보시라.
아래 이번 연휴에 TV에서 볼 수 있는 바다 관련 영화들을 소개한다.
[하나] <타이타닉>
▲ 타이타닉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이 영화를 빼놓고 바다와 배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누구보다 바다를 사랑하는 감독이 역사상 최악의 해난사고를 영화로 만들었으니 그 작품이 바로 <타이타닉>이다. 미모란 표현이 어울리던 시절의 레오나르도 드카프리오(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초호화 여객선과 함께 차디찬 바다 아래로 침몰하던 그 순간이 던진 충격이 생생하다.
영화는 돈 때문에 마음에 없는 남자와 약혼한 귀족 여인 로즈(케이트 윈슬릿 분)와 내기도박에서 이겨 타이타닉호 3등칸 탑승권을 거머쥔 잭 도슨의 운명적 사랑과 비극을 다뤘다. 절대로 침몰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타이타닉 호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침몰하고 그 안에서 인간이 빚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참히 수장되고 만다.
전작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에이리언 2>에서 기계문명·첨단기술에 대한 과신을 경고한 제임스 캐머런은 <타이타닉>에서도 자신의 관점을 그대로 이어간다. 아이러니한 건 이 영화가 당대 최고의 기술력의 집약체였다는 것이다. <타이타닉>에 들어간 2억8000만 달러의 제작비는 당시 한국영화 300여 편의 제작비와 맞먹고 이 돈의 상당 부분이 CG와 세트제작, 편집 등에 쓰였다.
현존하는 최고의 영화감독 가운데 한 명인 한 제임스 캐머런이 오랜 공백을 깨고 <아바타> 속편 제작에 돌입한 지금 그의 대표작 <타이타닉>을 보는 건 색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하다. 세기의 사랑을 담은 세기의 영화는 4일 밤 22시 30분 채널CGV에서 방영된다.
[둘] <해적:바다로 간 산적>
▲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을 소재로 삼은 가장 유명한 영화는 누가 뭐래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일 것이다. 올여름 다섯 번째 시리즈가 나와 화제가 된 이 영화는 한·중·일 3국에서도 열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 최대 흥행작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굳건히 했다. 도입부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매력적인 테마음악과 조니 뎁이 연기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 잭 스패로우 선장은 이 유명한 시리즈의 상징이다.
2014년 개봉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다. 비슷한 분위기의 테마음악과 캐릭터, 주요한 장면까지 닮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김남길과 손예진을 비롯해 검증된 출연진이 극을 안정되게 이끈다. <명량> <군도: 민란의 시대> 등이 경쟁했던 8월 극장가에서 860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다.
조선 초기 국새 강탈사건이 발생했다는 상상에서 출발해 누명을 쓴 해적들의 고군분투를 재미있게 꾸렸다. 시종일관 웃음이 꽃피는 이 영화만큼 명절에 잘 어울리는 작품도 드물다. 5일 아침 07:25분 SCREEN 채널에서 방영한다.
[셋] <인천상륙작전>
언제고 나올 영화였다. 지난해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은 호평과 혹평이 맞물린 논란 속에 7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했다. 한국전쟁 당시 승패를 가른 유명한 작전을 영화화한 것으로 올여름 개봉해 흥행한 <덩케르크>와 전쟁을 다루는 상반된 시각을 보여준다 할 만하다. 제한된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을 한 편의 영화 안에 담았다는 점에서 유사점도 없지 않다. 두 영화를 비교해 보는 건 할리우드와 한국영화의 오늘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포화 속으로>를 감독한 이재한의 연출작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역을 맡은 리암 니슨을 비롯해 이정재, 이범수, 정준호, 박철민, 진세연 등 유명 배우가 여럿 출연한다. 5일 저녁 20시 KBS2에서 방영된다.
[넷] <하트 오브 더 씨>
▲ 하트 오브 더 씨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아마도 <모비딕>은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나는 이쉬마엘이다(Call me Ishmael)"로 시작되는 소설의 첫 장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다리 한 짝을 앗아간 흰 고래를 끈질기게 추적했던 에이헵 선장을 기억한다. 소설이 출간된 지 한 세기 하고도 절반이 넘게 흐른 오늘날, 에이헵이 쫓던 고래 모비딕(Mobi-Dick)과 커피를 좋아하던 일등항해사 스타벅(Starbuck)은 이 소설로 알려진 다른 무엇보다도 더욱 큰 명성을 얻었다.
<하트 오브 더 씨>는 고래의 습격을 받은 포경선 선원들의 고난을 다룬 미국 문학의 또 다른 정수로부터 파생된 작품이다. 너새니얼 필브릭의 논픽션 <바다 한 가운데서>를 원작으로 삼은 이 영화는 오랜만에 등장하는 해양재난 블록버스터란 점에서 관객과 평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블록버스터 안에 휴머니즘을 녹일 줄 아는 명감독 론 하워드가 크리스 헴스워스, 킬리언 머피, 벤 위쇼 등을 재료로 연출했다.
풍요의 공간이었던 바다가 재난의 현장으로 다가왔을 때 선원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폴라리스쉬핑의 대형벌크선 스텔라 데이지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침몰하고 대형 해운사 소속 선원 여럿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목숨을 잃은 올 한 해 이 영화는 우리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도 하다. 7일 밤 22시 채널CGV에서 방영.
[다섯] <명량>
한국영화 사상 역대 흥행 1위. 무려 1761만명의 관객이 본 대작 <명량>이 이번 추석연휴의 대미를 장식한다. 9일 아침 8시30분 채널CGV에서 방영하는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서로 아는 영화를 보는 건 얼마나 쏠쏠한 재미던가. 크리스마스엔 <나 홀로 집에>, 설과 추석엔 성룡의 수많은 영화들이 얼마나 우리를 즐겁게 했던가. <명량>이 그와 같이 친숙한 목록에 추가된다 해도 반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김한민 감독이 연출뿐 아니라 제작에 참여해 큰 성공을 거머쥐었다. 자타공인 명배우 최민식이 이순신 역을 맡았고 류승룡, 조진웅, 진구, 이정현, 이승준 등 화려한 출연진이 힘을 보탠다. 해상 전투신도 매끄럽게 연출돼 한국영화의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널리 알렸다. 캐릭터에 대한 고찰과 역사적 고증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영화다.
온 가족 함께 둘러앉아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보는 것도 멋진 경험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