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혹성탈출 : 종의 전쟁>에 참여한 기술 스태프. 왼쪽부터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 감독과 앤더스 랭글랜즈 시각효과 감독.

영화 <혹성탈출 : 종의 전쟁>에 참여한 기술 스태프. 왼쪽부터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 감독과 앤더스 랭글랜즈 시각효과 감독. ⓒ 올댓시네마


오는 15일 국내 개봉을 앞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을 두고 고전의 완벽한 재해석이자 리부트 시리즈의 완결판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영화 속 유인원들의 모습에 역대 최고의 기술력이 집중된 작품이라는 찬사가 들린다. 실제 배우 연기에 디지털 기술을 입힌 이 영화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혹성탈출> 리부트 3부작에 참여한 웨타디지털 소속 인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용산CGV에서 이런 물음들에 답했다. 현장엔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 감독과 앤더스 랭글랜즈 시각효과 감독이 참석했다. 임창의 감독은 <아바타> <어벤져스> <아이언 맨3>등 다수 작품에 참여했고, 엔더스 랭글랜즈 역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마션> <엑스맨: 아포칼립스> 등에 참여하며 입지를 넓혀왔다.

기술의 발전

디지털 캐릭터 기술의 발전으로 결국 실제 배우가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앤더슨 랭글랜즈 시각효과 감독은 "몇 년 간 계속 거론돼 온 문제"라며 "개인적으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랭글랜즈 감독은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디지털 캐릭터 기술이 진보한 건 사실이지만 <혹성탈출> 속 시저(앤디 서키스), 로켓(테리 노터리), 모리스(카린 코노발) 등의 캐릭터는 배우가 없었으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배우들 연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게 우리 일"이라 설명했다.

이 질문에 임창의 기술 감독은 "관객 입장에선 배우라고 하지만 영화 속에선 다들 캐릭터다"라며 "디지털 캐릭터와 실제 배우의 차이점을 분류할 필요 있을지 의문이다. 그 분류 기준은 기술력으로 이미 사라졌다"고 다소 다른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이번 영화 속 시저가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 게 내 꿈"이라 밝혔다.

최신 기술과 디지털화는 막대한 예산을 요구한다. 현장에선 이런 작업의 거대화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간 거리감을 더 넓힐 수도 있다는 질문이 있었다.

임창의 감독은 "토론할 문제"라며 "예산 규모에 따라 독립과 상업영화가 있고, 국적에 따라 할리우드나 로컬 영화들이 있는데 할리우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예산도 크고 거기에 맞는 작업 방식이 적용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기술력과 자본은 대부분 비례하긴 하지만 적은 인력으로 뛰어난 기술을 만드는 회사도 있다"며 "자본의 문제라기 보단 질문하신 건 결국 작업에 대한 방법론 문제인 거 같다"고 덧붙였다.

랭글랜즈 감독 역시 "웨타디지털 같은 스튜디오가 이쪽 업계의 선두주자 인 건 맞다. 기술을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중요한 건 기술력이나 예산이라기 보단 거기에 참여하는 아티스트 재능"이라 강조했다. 랭글랜즈 감독은 "중소규모 회사들도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좋은 인재들과 함께 매진한다면 수준 높은 기술력에 도달할 것"이라 답했다.

 영화 <혹성탈출 : 종의 전쟁>에 참여한 기술 스태프. 왼쪽부터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 감독과 앤더스 랭글랜즈 시각효과 감독.

영화 <혹성탈출 : 종의 전쟁>에 참여한 앤더스 랭글랜즈 시각효과 감독. ⓒ 올댓시네마


998명의 노고

질의응답과 함께 <혹성탈출: 종의 기원>이 이룩한 성과와 디지털 캐릭터에 대한 작업자의 철학도 알 수 있었다. 앤더슨 랭글랜즈 감독은 "유인원과 사람 얼굴 구조가 다르기에 단순히 데이터만 전환 시키는 게 아니라 수작업을 중간중간 했어야 했다"며 "감독이 요구하는 연기를 배우가 하면 그걸 유인원을 통해 구현되게 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 설명했다.

이어 랭글랜즈는 "꼭 기억하실 건 이 유인원의 연기는 100% 배우 연기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며 "인간의 감정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유인원의 골격은 물론이고, 해당 기술도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혹성탈출> 개봉 전에 공개된 영상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우리가 실제 오랑우탄을 데리고 촬영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우리 현장엔 실제 유인원이 등장하지 않았다. 모두 디지털 캐릭터다. 이 모든 게 완벽함을 추구한 우리 998명 스태프들의 노력 덕이다." (앤더슨 랭글랜즈)

임창의 감독은 세 편의 시리즈에 모두 참여한 뒤 이제 떠나보내야 하는 심경을 "애증 관계"로 표현했다.

"거의 6년이 지났다. 물론 <혹성탈출> 작업만 한 건 아니지만 떠나야 하는 게 좋으면서도 싫다. 일이라는 게 그렇잖나. 행복한 순간은 굉장히 짧고 고통의 순간은 길다. 근데 고통이 길수록 행복한 순간이 빛을 발하는 거 같다. 유인원과의 이별은 홀가분하면서도 그리울 거 같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떠내보내는 기분이다." (임창의)

 영화 <혹성탈출 : 종의 전쟁>에 참여한 기술 스태프. 왼쪽부터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 감독과 앤더스 랭글랜즈 시각효과 감독.

ⓒ 올댓시네마


끝으로 두 사람은 "꼭 영화를 극장에서 볼 것을 권한다"며 "사람의 감정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혹성탈출 앤디 서키스 유인원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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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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