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한 장면
영화사 진진
기타노 다케시는 일본의 대표적인 연예인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비트 다케시라는 코미디언으로 더 많이 알려졌기에 그가 감독으로서 인정받는 게 일본에서는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훌륭하면서 유머감각까지 갖춘 매력 있는 감독으로 인식됐다.
그의 유머 감각은 당시 <하나비>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한국 관객들의 진지한 질문에 솔직하면서도 재밌게 답변해 웃음과 박수가 같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관객 : 당신의 영화를 보면 조폭과 형사의 싸움에서 조폭들이 하나같이 한 대만 맞아도 코피를 흘린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냐?기타노 다케시 : 아마 다들 혈압이 높아서 그런 것 같다. 관객 : 영화를 보면 그림들이 나온다. 누가 그린 그림이며 어떤 의미가 있나?기타노 다케시 : 내가 그린 그림이다. 전시를 하고 싶은 데 전시회를 열기가 어려워 영화를 통해 전시한 거다.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가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었다. 98년 월드컵 한일전을 남겨 놓고 있는 시기였는데, 제발 일본이 월드컵에 갈 수 있도록 한 번만 져 달라고 읍소하는 것이었다. 무대 위에 올랐을 때 그는 감독이었지만 코미디언의 기질을 그대로 드러낸 특이한 감독이었다.
<기쿠지로의 여름>은 기타노 다케시의 코믹 재능이 빛을 발한 작품이었다. 역시나 감독의 명성으로 인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돈 벌러 나간 엄마를 찾아 가려는 어린 소년과 소년이 걱정된 이웃집 아줌마가 전직 야쿠자 남편을 동행시키면서 철업는 중년 남성과 어린 소년의 여향을 웃음과 애잔함으로 그린 영화다. 영화 속 음악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대중적인 재미로 인해 기타노 다케시 팬들의 기대를 흡족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