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흥미로운 예능적 조합을 넘어 <냄비 받침>이 의미가 있었던 이유는 또 있다. 그간 손혜원, 나경원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오해'를 넘어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김군자 할머니 장례식장에서의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문제가 되었던 손혜원 의원. 그 일에 대해 다른 사안에서는 매사에 자신이 넘쳤던 손혜원 의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무조건 '사과'했다. 자신이 순간 경계가 풀렸었다며, 정치인으로서의 행보에 대한 반성과 어려움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 날의 상황을 설명했다. 김군자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빈소에 사람이 너무 없었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급하게 요청을 했는데, 그 요청에 100명이 넘는 분들이 와주셨다고. 그분들과 함께 장례식장에서 상주처럼 분주했던 손 의원. 내내 '사진 한 장 찍자'는 부탁을 거절하다가, 늦은 밤 장례 일정을 마무리하고 너무 미안한 마음에 한 장 찍은 사진이 그만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고 한다.
사과는 사과대로, 하지만, 그 사과와는 별개로 그 날의 설명을 담담하게 한 손 의원의 해명은, 분명 적절치 못한 행동이지만 아직 정치인 초년생의 해프닝을 누군가는 이해할 수 있게끔 터전을 만든다. 그런 손 의원이기에, 그의 "닥치세요"라는 그 유명한 발언에 "오죽하면 그랬겠어요"라는 해명을 이해하도록 만든다.
어쩌면 이득을 더 많이 본 건 나경원 의원 쪽일지도 모르겠다. 늘 '해'가 드는 곳에만 있는 '공주' 같은 미모의 정치인, 심지어 표정 변화가 없어 '얼음 공주'란 별명까지 얻은 연륜의, 하지만 어쩐지 인간미가 없어 보였던 이 정치인. 그의 또 다른 면을 <냄비 받침>은 들춰낸다.
사람들은 늘 '실세'라고 하지만, 자신은 그 누구의 세력이었던 적이 없단다. '공주'라 하지만 '무수리'처럼 늘 여당의 어려운 뒷설거지를 마다하지 않았단다. 때론 패장으로 잠시 정치의 무대를 멀리한 적도 있었던, 하지만 여전히 그의 근황이 뉴스거리가 되는 성실하고 진득한 직업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 다른 당 소속의, 한 자리에 만나기도 힘든 초선과 다선이지만, 국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나경원 의원을 지켜보게 되었다는 손 의원. 그의 말처럼, 불통의 아이콘, 독불장군 '노땅'의 상징이 된 야당에서도 나경원은 여전히 자신의 보수적 신념에 따라, '당명'에서부터 진솔하게 터놓고 고민한다.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노력하고자 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신선'했다.
물론 이런 나경원 의원의 모습을 오랜 정치적 경험을 통과한 세련된 자기 포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손 의원의 진솔한 자기표현 역시 그에 상응하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당연히 예능이라는 '프레임'은 편집을 통해 제작진이 의도한 '사실'들을 선별적으로 전해준다. 그건 '미디어'가 가지는 본질이다. 마치 사람들이 소주를 마시면서도 그 이름이 '참이슬'이라 하니, 이슬을 마신 듯한 청량감을 느끼듯이.
예능판 <썰전>의 가능성을 잘 살려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