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테이프로 발매한 첫 EP <곡소리>.

카세트테이프로 발매한 첫 EP <곡소리>. ⓒ 밴드 팎


"안팎의' 팎'처럼 분출의 느낌이 있는 음악." (김대인, 기타 보컬)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음악." (김태호, 드럼)
"스틱 운전하듯, 들으면 들을수록 익숙해지는 기승전결과 멜로디가 있는 음악." (박현석, 베이스)

밴드 아폴로 18과 해파리소년에서 활동한 김대인이 주축이 되어 2014년에 결성된 밴드 팎은 2016년 3월, 첫 EP <곡소리>를 카세트테이프로 발매했다. 기괴한 분위기의 곡은 탄탄한 연주 때문에 서정성을 얻었다.

"어렸을 때 카세트테이프로 많이 들었었잖아요? 로망 같은 것 때문에 낸 거죠." (김대인)

14개월이 지난 5월에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공개했다. 밴드의 첫 정규 앨범 <살풀이>(7월 발매 예정) 발매에 앞서 사전 계획된 일이다. 첫 정규 음반에는' 연적(硯滴)', '곤(困)'. '살(煞)', '유(䰰)', '해(害)', '악(惡)', '겁(怯)', '파(破)', '재(再)', '여적(餘滴)' 10곡을 담을 예정이다.

"나직한 소리로 목 놓아 울어본다. 나른한 소리로 목청껏 외쳐본다." - 팎, <살풀이> '곤' 가사 중에서

"악독한 악질들. 추악한 악담패설. 씹어라. 뱉어라. 외쳐라. 부딪혀라." - 팎, <살풀이> '악' 가사 중에서

1집에 수록될 노래의 가사는 EP <곡소리>에 담긴 '각혈', '벽사무'처럼 음습한 기운이 감돈다.

"무엇을 전달해야겠다 한 것은 아니고요. 들으시는 분들이 알아서 해석하면 좋겠어요. 읽어보면 나름대로 전달하고 싶은 의미는 있어요." (김대인)
"한국적으로 다가가고 싶은 표현들을 넣고 싶었던 거죠." (박현석)
"듣는 사람이 자기 상황에 맞게 해석할 수 있는 거예요." (김태호)

팀명은 안팎의 '팎'을 뜻한다.

"무언가를 분출하는 느낌 때문에 팎으로 지은 것 같아요. 쌓인 게 많았나 봐요. 분노할 일들이 주위에 많으니까요." (김대인)

한국에서 밴드 음악 하기가 쉽지 않지만, 공연을 마치고 멤버들과 함께 마시는 맥주 한 잔의 시원함을 느끼며 평생 음악을 하고 싶다는 팎을 지난 6월 3일, 홍대 경의선 책거리에서 만났다.

살을 날리다

 김태호(드럼), 김대인(보컬 기타), 박현석(베이스).

김태호(드럼), 김대인(보컬 기타), 박현석(베이스). ⓒ 김광섭


- 팎은 어떻게 결성되었나요?
김대인 "제가 해파리소년의 3집을 준비하고 있을 때 만났어요. 현석은 대학교 후배였고, 김태호는 다른 팀에서 연주하고 있었는데 도와 달라고 해서 만난 거죠. 그러다가 해파리소년 말고 새로운 밴드로 해보자 해서 팎이 된 거죠."

- 해파리소년 활동은요?
김대인 "무기한 쉬는 거죠."

- 첫 EP <곡소리>를 카세트테이프로 낸 지 1년이 지났는데, 어떤가요?
김대인 "책상 한편에 카세트테이프를 세워 놓는데 볼 때마다 좋기는 해요. 카세트테이프로 낸 팀들이 많지 않아 희소성도 있고요."

- 카세트테이프로 발매한 EP를 지난 5월, 음원으로 공개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대인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온라인으로 노래를 풀자고 내부적으로 정했었어요."

- 1집 앨범 명은 무엇인가요?
김대인 "<살풀이>이에요. 콘셉트를 살풀이 느낌으로 정했어요. 제목도 대부분 한 글자죠. EP의 콘셉트, 느낌은 이어가지만 조금 더 음악과 사운드적으로 분출했죠."
김태호 "타이틀곡은 '살'이라는 노래예요. 살 날릴 때의 살이요."

- 영화 <곡성> 느낌인데요?
"(웃음)"

- 가사와 제목들은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해요.
김대인 "'곤', '유', '파'는 EP 발매 전부터 나왔던 곡들이에요. 제목을 한 글자로 하면 재밌겠다 이야기가 있었는데 현실화된 거죠. 가사는 잘 모르겠어요. 무엇을 전달해야겠다 한 것은 아니고요. 들으시는 분들이 알아서 해석하시면 좋겠어요. 읽어보면 나름대로 의미나 전달하고 싶은 것은 있어요."

- 멤버들은 가사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나요?
김태호 "연주할 때, 머릿속에 생기는 이미지가 있거든요. 그것이 가사로 구체화한 거죠. 연주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분위기에 맞게 잘 표현한 느낌이 들어요. EP 연장선 느낌도 있고요. 되게 신경 쓰고 쓴 줄 알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썼나 보네요. (웃음)"
김대인 "신경 썼지."
박현석 "개인 해석대로 분출이 되었으면 해요."
김대인 "곡을 먼저 만들어놓고 맨 마지막에 가사를 쓰고 제목을 붙여요. 연주하면서 느꼈던 느낌들이 자연스럽게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 이견이 있을 때는 어떤가요?
김대인 "특별히 견해차가 있지는 않아요. 저는 이견이 있으면 어쨌든 해보자는 주의예요. 해보고 이상하면 철회를 하고 해봤는데 괜찮다 하면 가는 거죠. 특별히 부딪히거나 의견 충돌이 있지는 않아요."

책임을 져야 할 때

 밴드 팎.

밴드 팎. ⓒ 김광섭


- 팎의 라이브 공연 분위기를 전한다면?
박현석 "생각지도 못한 희열? (웃음)"
김대인 "저희 음악이 신나게 놀자 느낌은 아니거든요. 어둡고 습한 느낌이 있어서 막 신나게 즐길 수는 없지만 보다 보면 몰입이 되는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 관객 표정은 어때요?
김태호 "멍하시죠. 그런데 진짜 집중해서 들으시는 느낌이 있어요."
박현석 "팎의 공연을 두세 번 오시면 같이 즐기시더라고요."

- 1집 <살풀이> 발매는 언제인가요?
김대인 "6월 말 즈음에 녹음이 들어가요. 7월 중에는 무조건 발매를 하려고요."

- 그때도 카세트테이프인가요?
김대인 "아뇨, CD요."

- 소개하고 싶은 곡들이 있다면?
김태호 "곡 '살'이요. 타이틀곡이 될 확률이 높아요. EP 작업을 마칠 때 즈음, 셋이 처음 작업을 한 곡이에요. 신선한 시도도 했고 한 번에 빨리 만들어진 곡이고요. '곤' 같은 곡은 저희가 제일 처음 만나서 연습한 곡에요. 두 곡은 정이 많이 든 것 같아요. 연주도 많이 했던 곡이고요. 저는 두 곡이 인상적이에요."
김대인·박현석 "다 좋아요. (웃음)"
김태호 "너무 한 거 아냐? (웃음)"
김대인 "'곤'은 매번 첫 곡으로 연주해서 포문을 여는 느낌이 있어요. 이 곡을 하지 않으면 이상한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고요."
박현석 "화장실 갈 때 휴지를 안 가지고 가는 느낌? (웃음) 마지막 곡 '재'는 가장 긴 곡이에요. 손이 많이 갔던 곡 같아요. 우여곡절 끝에 같이 만들어서 희열감이 있어요. 다른 곡은 후다닥 진행됐지만 '재'가 좀 전전긍긍하며 만든 곡이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뿌듯함도 있고 아끼는 곡이에요."

- 포부가 있다면?
김대인 "열심히 해야죠."
김태호 "꽤 신경을 많이 썼어요. 본격적으로 활동을 알리는 정규 1집이니까 책임을 질만 한 활동을 해야겠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밴드 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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