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주인공 숙희를 연기한 김옥빈. 그녀는 이 영화에서 한국 여배우 가운데 액션신을 비교적 능숙하게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지원, 전지현을 능가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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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의 감독 정병길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액션키드다. 2004년 서울 액션 스쿨 수료작인 <칼날 위에 서다>로 데뷔했고 2008년 서울 액션 스쿨 8기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를 발표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통 액션 영화 연출자의 기근 속에서 액션 팬들이 정병길 감독에게 큰 기대를 하는 이유다.
<악녀>는 한국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 원톱 액션 영화다. 중국교포 암살단의 여성 킬러가 경찰에 붙잡혀 정보기관 요원으로 다시 양성된다는 설정으로 뤼크 베송의 역작 <니키타>를 그대로 본떴다.
<니키타>는 여성 원톱 액션 영화의 상징적 작품이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인정받아 할리우드에서 브리짓 폰다 주연의 <니나>로 리메이크됐고 시얼샤 로넌 주연의 <한나>나 스칼릿 조핸슨 주연의 <루시> 같은 영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액션 연출과 분위기, 극적 전개가 높은 수준에서 조화를 이뤘고 이전까지 보인 적 없던 여자배우의 액션도 수준급으로 평가받았다.
<악녀>는 노골적으로 <니키타>의 이야기를 베껴왔으나 승부수는 전혀 다른 쪽에서 던졌다. 액션 영화가 가장 추구해야 할 것, 바로 액션이다. 영화는 1인칭 액션 게임을 연상시키는 파격적 오프닝에서 시작해 수많은 영화가 따라 했으나 근처에도 다가서지 못한 <올드보이>의 복도 신을 성공적으로 변주한다.
공중에서 총을 맞고 떨어지는 1인칭 시점이나 일본도를 휘두르며 바이크를 모는 추격신, 달리는 차 보닛 위에 올라타 핸들을 돌리는 장면은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보았던 어떤 액션과도 견줄 만큼 완성도가 높다. 액션 하나하나가 도전이고 실험이며 그 가운데 몇몇 부분에선 기억해 마땅한 성취를 이룩한 듯 보인다.
순수한 창작보다 창조적 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