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움이 좋은 영화의 기본 키워드가 된 요즘, 따뜻한 좋은 영화를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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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명백한 코미디 느낌으로 시작해 그 느낌을 이어나간다. 좌충우돌 소동극이라고 해도 무방한 스토리 라인을 보여주기 때문인데, 그 자체에 비극의 씨앗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부모님과 세 사람의 대조적인 모습에서 엿볼 수 있는데, 동성애에 대한 생각과 세대 간 갈등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다.
영화는 이런 요소들을 머금은 채 초반에 쉽게 풀다가 중반 이후에 폭발하면서 문제들을 드러내고는 마지막에 아름다운 반전으로 기막힌 화해를 선보인다. 대만 최고의 톱배우 조문선의 데뷔작으로도 유명한 이 작품에서 그는 상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 역의 랑웅과 더불어 협력과 대립의 조화를 이끈다.
특히 랑웅은 이안 감독의 동양 배경 영화에 모두 출현해 중심을 톡톡히 잡는데, 2002년에 세상을 떴기에 <와호장룡>을 마지막으로 찾아볼 순 없다. 계속 살아있었다면 이안 감독의 동양 배경 영화에서 계속 만나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하튼 그는 이 작품에서 동양, 전통, 보수의 상징과도 같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반전 중 하나라 할 만한 그의 영어 실력은 그 모든 걸 일거에 무너뜨린다.
우린 이 영화를 통해 대립되는 것들의 단점을 날카롭게 파헤치거나 통렬하게 비판하거나 악랄하게 찍어내리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25여 년 전이라 그럴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건 순전히 이안 감독의 의도이자 그가 추구하는 방법론이다. 우린 2008년 이후 자본주의의 폐해를 섬뜩하게 파헤치고 비판하는 '좋은' 영화들을 많이 봐왔다. 그런 와중에 <결혼 피로연>의 따뜻함을 목격한다면,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 하나의 느낌이 들 것 같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다루는 영화들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그럼에도 이 영화가 그 어떤 영화보다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좋은' 영화인 것도 사실이다.
조화로 나아가자
▲영화는 세대, 동서양, 남녀의 차이를 허물고 조화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주)케이알씨지
애초에 동성애에 대한 생각과 세대 간의 갈등,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5여 년 전에, 그것도 촌스럽지 않고 감각적으로 풀어낸 이안 감독의 천재성에 혀를 내두르면서, 그의 담론에 동의한다. 동성애에 찬성과 반대의 논리 따위는 성립될 수 없다. 세대 간에 갈등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갈등도 존재할 수 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도 마찬가지로 차이만 있는 게 아니라 동질성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강렬하게 다가 오고 부각되고 기억에 남는 한 면이 곧 전체를 대변하는 나쁜 예들이다. 우린 이 길지 않는 영화 한 편으로 나쁜 예들과 함께 해결되는 모습들을 완벽에 가깝게 들여다볼 수 있다. 결은 완연히 다르지만 전체를 풀어내는 느낌은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한국의 김애란 소설가 초기의 모습과 닮아 있다. 코미디 또는 잔잔한 일상에서 건져올리는 아픈 문제들. 다만, 이 문제를 푸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이쯤에서 '결혼 피로연(결혼식)'의 폐해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대만의 전통 결혼 피로연이나 미국의 약식 결혼 피로연이 아닌, 한국의 결혼 피로연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결혼식은 이것 저것을 합친 '짬뽕'인 것 같다. 짬뽕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음을 밝혀두며, 과도한 돈으로 치장된 보여주기식은 결혼식으로서의 의미를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의 약식 결혼식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영화로 봤을 땐 대만의 전통 결혼식이 가장 괜찮아 보였다.
전통이 사라지는 것도 신식이 하대받고 무시당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것 또한 한 면이 전체를 대변하는 나쁜 예의 하나가 아닌가. 역시 조화밖엔 답이 없을 텐데, 여기서 해석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잘못된 해석의 총합은 폐해를 낳는다. 그건 곧 대립과 부조화를 낳아 오래된 비극을 만들기 십상인 것이다. 조화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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