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 2002 한-일 월드컵, 2007 U-17 월드컵까지, FIFA가 주관하는 4대 이벤트 중 3개 대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오늘(20일)부터 전주와 수원, 인천 등 6개 도시에서 2017 U-20 월드컵을 개최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FIFA가 주관하는 4개 대회를 모두 개최하는 영광을 안게 된다. 

20일 오후 2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독일과 베네수엘라의 조별리그 B조 맞대결로 대회의 시작을 알린다. 오후 4시 30분에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A조 맞대결이 벌어진다. 오후 5시에는 다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바누아투와 멕시코의 B조 맞대결이 열리게 된다.

그리고 오후 8시가 되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공식 개막전인 우리나라와 기니의 조별리그 A조 경기가 열린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기니전 입장권은 이틀 전에 매진됐다. 우리나라 U-20 대표팀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의 힘찬 함성을 등에 업고, 목표인 8강 이상의 성적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다.

'개막전 매진', 알제리전 교훈 떠올려야 할 기니전

U-20 월드컵은 스타의 산실이다. 디에고 마라도나부터 티에리 앙리와 루이스 피구, 리오넬 메시 등 수많은 축구 스타들이 이 대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마라도나는 일본에서 열린 2회 대회에서 6골을 터뜨리며 대회 MVP와 우승을 차지했고, 메시 역시 2005년 대회에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 수상은 물론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 역시 2013 터키 대회 최우수선수 출신이다. 우리나라도 기성용과 이청용, 구자철 등 이 대회를 통해 수많은 스타를 발굴해냈다. 특히,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개최될 뿐 아니라 이승우와 백승호 등 초대형 유망주들이 출전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첫 경기가 중요하다. 평가전을 통해 아프리카 챔피언 잠비아, 남미 우승팀 우루과이를 꺾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말 그대로 친선 경기에 불과할 뿐이다. 개막전 상대인 기니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부족해 전력을 알 수 없는 만큼,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맞붙었던 알제리전의 교훈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국내 언론과 축구팬들은 환호했다. 러시아와 알제리, 벨기에와 한 조에 묶이며, 역대 최고의 조란 반응이 쏟아졌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러시아전에서는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승리를 따내지 못했고, 벨기에전에서는 상대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패했다.

특히, 두 번째 경기였던 알제리전은 매우 아쉬웠다. 당시 우리나라는 알제리를 무시했다. 당연한 1승 제물이었고, 패하거나 무승부를 기록한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다.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첫 경기였던 러시아전에서 승점을 따내며 자신감은 더욱 올라간 상태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알제리는 당시 우리 대표팀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를 적극적으로 공략했고, 전반에만 무려 3골을 넣었다. 우리 수비는 너무 허술했고, 골키퍼의 실수까지 겹치면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후반전에 2골을 따라붙었지만, 1골을 더 실점하며 충격적인 2-4 패배를 받아들였다. 준비 부족과 자만이 불러온 큰 아픔이었다.

자만은 절대 금물

기니전을 앞둔 상황을 보면, 그 당시가 떠오른다. 다행히 신태용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일부 언론과 축구팬들은 다른 듯하다. 몇 대 몇을 예상하는지, 몇 골 차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지 신태용 감독과 '캡틴' 이상민에게 손가락으로 표현해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 기니를 당연한 1승 제물로 여기는 것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한 아프리카 국가대표팀이라면 정보를 찾기가 수월하겠지만, U-20 대표팀의 경우는 정보 찾기가 매우 어렵다. 조직위원회가 기니의 훈련 장소와 상황 등 행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국내 입국 후 가진 훈련에서도 초반 15분만을 공개하고, 인터뷰도 거절하는 등 전력 노출을 최대한 피했다.

이상민과 이승우 등이 나섰던 지난 2015 U-17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맞붙었고, 이번 대회에 당시 멤버 7명이 참가하기도 하지만, 2년 전 정보일 뿐이다. 올 시즌 유벤투스 B팀에서 31경기 출전 1,643분을 소화한 오마르 투레가 팀의 '핵심'선수라는 것과 공격의 핵인 나비 방구라와 모르라예 실라가 굉장히 빠르고 결정력이 뛰어나다는 것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기니의 전력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평가전을 통해 수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움직이는 선수를 여러 차례 놓쳤고, 공격 실패 이후 빠르게 전진하는 상대를 막아서는 데 애를 먹었다. 특히, 우리 지역에서의 불안한 볼 처리와 패스 실수를 범하는 모습도 보였다.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이 됐겠지만, 기니의 전력을 제대로 알 수 없는 만큼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신체 조건과 스피드, 드리블 등 개인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아시아 선수를 압도한다. 우리 수비진은 상대 공격수를 일대일로 막기보다는 미드필진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성을 더해야 한다. 활동량이 풍부한 스트라이커 조영욱을 비롯한 공격진의 전방 압박과 수비 가담도 이루어져야 한다.

기니의 빠른 역습과 번뜩이는 개인기를 조심한다면, 우리나라는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격력은 역대 어느 대표팀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막강하다. 이근호의 전성기를 떠올리는 18세의 조영욱과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선수다. 측면 풀백(윙백) 이유현과 우찬양의 날카로운 킥과 공격 본능도 신태용의 '자율 축구'의 큰 무기다.

팀 내에서 가장 프로 경험이 많은 한찬희와 '왼발의 마법사' 이진현이 이끄는 중원, '원더골 제조기' 강지훈과 임민혁 등 교체 투입이 예상되는 선수들도 창의성과 공격력이 뛰어나다. 공격은 '자율 축구'란 이름에 걸맞게 해온 대로만 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우리 대표팀은 선제 실점으로 인해 끌려가는 경기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선 무대에서 당연한 승리는 있을 수 없다. 기니는 38년 만에 본선 무대에 참가한 만큼,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남다르다. 우리나라 역시 국내에서 개최하는 대회인 만큼, 모든 이들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 자만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팀이 개막전 승리를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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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VS 기니 U-20 월드컵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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