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들의 동계 스포츠 축제인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6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6개로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사상 최다 메달 수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당초 목표로 했던 금메달 15개-종합순위 2위를 뛰어넘는 초과성적을 내며 평창을 앞두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7일간 눈과 얼음 위에서의 뜨거웠던 열전들을 되짚어 본다.

 심석희 레이스 모습

심석희 레이스 모습 ⓒ 박영진


쇼트트랙, 역시 '명불허전' 심석희-최민정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의 대표 동계스포츠 효자종목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금메달 5개를 수확해, 전체 금메달 16개 중 1/3 가량을 차지했다. 이런 성적을 낸 데는 단연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 심석희(한국체대), 최민정(성남시청)의 공이 컸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2관왕에 올랐다. 심석희는 1000m와 3000m 계주에서, 최민정은 1500m와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에서 전관왕에 도전했다. 최근 월드컵에서 최민정이 500m에서 계속해서 메달을 획득해옴에 따라 기대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중국이 또 다시 비매너 플레이로 분노를 들끓게 했다. 500m 결승에 오른 심석희를 판커신(중국)이 고의로 다리를 잡아 당겼고 결국 심석희와 판커신 모두 실격 처리됐다. 독을 품은 한국 선수들은 이튿날 1000m와 계주에서 실력으로 정의구현(?)을 보여줬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선두에서 끄는 레이스로 중국에 일말의 틈도 주지 않았고, 계주에선 최민정이 마지막 한 바퀴에서 아웃코스로 중국을 크게 앞질러 추월해 사이다 같은 레이스를 보여줬다.

남자 쇼트트랙 역시 부활을 알렸다. 부상으로 올 시즌 월드컵에 전혀 출전하지 못했던 박세영(화성시청)은 1500m에서 중국의 반칙을 뚫고 금메달을 차지했고, 1000m에선 서이라(화성시청), 신다운(서울시청), 이정수(고양시청)가 나란히 1,2,3위를 싹쓸이 했다. 특히 1000m 준결승에서 서이라와 이정수는 완벽한 팀플레이를 보여주며, 손을 쓰지 않고도 충분히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중국에 보여줬다. 특히 이정수는 1500m와 1000m에서 모두 후배들을 위해 희생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승훈의 레이스 모습

이승훈의 레이스 모습 ⓒ 박영진


스피드, 이승훈의 넘사벽 레이스

스피드스케이팅에선 이승훈(대한항공)이 탈아시아급 선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불과 2주 전 정강이가 찢어지는 부상으로 대회 출전조차 불투명했던 그는 보란 듯이 5000m를 시작으로 10000m와 팀추월, 매스스타트까지 전 종목을 석권하며, 한국 선수 최초로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승훈은 5000m와 10000m, 매스스타트에선 대회 2연패를 달성했고, 10000m와 팀추월은 아시아 신기록까지 새로 썼다. 특히 10000m와 팀추월은 같은날 불과 몇 시간 차이로 열렸음에도 이승훈은 전혀 지친기색 없이 레이스를 펼쳐, 그야말로 '철인'임을 아시아 전역에 보여줬다.

이승훈과 함께 그를 뒤쫓는 후배 김민석(평촌고)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간판으로 거듭났다. 김민석은 주종목인 1500m와 매스스타트에서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특히 김민석은 1500m에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 새로운 금맥을 이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민석은 2주전 강릉에서 열렸던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도 이 종목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5위로 선전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대회 금메달까지 거머쥐면서, 평창에선 새로운 메달이 탄생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빙속여제' 이상화(스포츠토토)는 유독 길었던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상화는 오랫동안 앓아온 무릎부상에 이어 최근 종아리 부상까지 겹치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보냈다.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며 아쉬움이 컸지만, 목표로 했던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은빛 레이스를 펼치며 여전히 죽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또한 아시안게임에서도 은메달을 거머쥐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물론 약간의 씁쓸함은 있었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모두 고다이라 나오(일본)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녀는 올 시즌 월드컵에서도 6차례나 정상에 서며 랭킹 1위에 오른 바 있는 실력파 선수다. 고다이라 나오가 평창을 앞두고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평창에서도 이들의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다빈의 연기 모습

최다빈의 연기 모습 ⓒ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최다빈이란 간판 탄생과 커진 평창 희망 

피겨에선 최다빈이 사상 첫 금메달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최다빈은 부상으로 기권한 박소연(단국대)을 대신해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불과 지난주 강릉에서 열렸던 4대륙 선수권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한 뒤, 곧바로 삿포로 넘어와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하지만 최다빈에게 그런 것은 통하지 않았다.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부터 깔끔한 클린연기로 1위에 올랐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출전해 한차례 회전수 부족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프로그램을 비롯해 코치진, 음악 등 수차례 변경을 시도하며 도전을 거듭해온 최다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최다빈은 동갑내기 후배인 김나현(과천고)이 심한 부상으로 세계선수권 대회에 기권하면서 그녀를 대신해 세계선수권까지 출전하게 됐다. 평창을 앞두고 자신감을 충만한 그녀는 두 번째 세계선수권에서 평창 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나선다.

남자싱글에 출전한 김진서(한국체대)도 4대륙선수권에서의 부진을 털고 후회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진서는 쇼트프로그램과 총점에서 비공인 개인 기록을 경신했다. 김진서 역시 최다빈과 함께 세계선수권에서 16년만의 한국 남자피겨의 올림픽 출전에 도전한다.

페어스케이팅에선 김수연-김형태 조가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를 시작으로 두 번의 B급 대회, 4대륙 선수권,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거치면서 점수는 물론 두 선수의 호흡과 경기력이 크게 는 모습이었다. 불모지였던 페어스케이팅의 한 줄기 희망이 보이던 순간이었다.

빙상종목은 한국의 동계스포츠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종목이다. 빙상이 동계스포츠에서 차지하는 것은 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모든 메달은 빙상종목에서 나왔다. 평창에서도 빙상은 최대 인기종목이자 메달밭으로 기대를 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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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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