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주연을 맡은 박보영. ⓒ jtbc
JTBC는 종편 채널 중에 가장 성공한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타 종편 채널들이 언론사 파생한 한계를 넘지 못하고 관심에서 멀어진 반면, JTBC는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그런 한계를 극복했다. 특히 손석희를 사장으로 영입하고 보도부문 전권을 준 보도국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도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최고 시청률 11%를 돌파하며 공중파를 뛰어넘는 신뢰도를 구축했다.
예능에서의 선전 역시 주목할 만하다. <비정상회담>과 <냉장고를 부탁해>의 성공을 시작으로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공중파를 포함하여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썰전>, 색다른 캐릭터와 웃음을 만들어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아는 형님>, 이경규와 강호동이 뭉친 <한끼줍쇼>까지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의 아쉬움그러나 유독 JTBC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JTBC는 다른 콘텐츠처럼 드라마에서도 사활을 걸었다. 특히 2012년부터 2013년 3월까지 방영된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는 이런 분위기를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이었다. 명불허전 시청률 제조기로 불리는 김수현 작가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무자식 상팔자>는 9%를 넘기며 획기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여자의 자격> <밀회>로 이어지는 정성주 작가의 작품들도 화제를 모으며 드라마 역시 순항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다만 tvN이 그동안 <응답하라>시리즈, <시그널> <또! 오해영> <도깨비>등으로 시청률 10%에서 20%를 넘겼고, <미생> <오! 나의 귀신님>(아래 <오나귀>) <디어 마이 프렌즈> 등으로 공중파를 뛰어넘기까지 했음에 비하면 JTBC 입장에선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JTBC드라마가 좋은 대본과 연출력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중 금토 드라마 라인은 상당한 심혈을 기울였다. 당장 2016년만 보더라도 <욱씨남정기> <마녀보감> <청춘시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판타스틱> <솔로몬의 위증>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들이 호평을 받으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비해 이 드라마들의 시청률은 tvN 금토 드라마에 대부분 밀리는 형국이었다. 최근 <도깨비>의 아성은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와중에 <힘센여자 도봉순>(아래 <도봉순>)은 <오나귀>로 로맨틱 코미디에 재능을 선보인 박보영을 내세우며 첫 회부터 4%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제훈, 신민아 주연의 <내일 그대와>가 상대적으로 약체로 떠오르면서 <도봉순>은 승기를 잡은 것은 물론, 흥행에도 청신호를 켰다. <도깨비>가 6.5%로 출발했단 걸 떠올리면 가히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도봉순이 떴다
▲ <도봉순>은 첫회부터 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작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 jtbc
<도봉순>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지나치게 힘이 센 캐릭터를 넣는 등,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드라마다. 다소 유치해 보일수도 있지만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것이 강점이다. 박보영은 이번에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선보인다. 박보영은 "도봉순이 <오나귀>의 나봉선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나귀> 때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한 바 있다. 그 말처럼 박보영의 연기는 남심을 자극할 만큼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있다.
번번이 취업에 실패해도, 라면을 끓여 먹는 생활연기를 해도, 거구의 사내들을 쓰러뜨리는 괴력을 발휘해도 박보영의 도봉순은 그저 사랑스럽다. 우려했던 것처럼 <오나귀>의 색깔이 짙어 보이지 않는다. 박보영이라는 연기자의 강점을 살려 드라마의 흐름을 잘 이끌어 이런 기세를 몰아 갈 수만 있다면 <도봉순>은 JTBC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도봉순>을 계기로 JTBC가 드라마마저 믿고 보는 방송사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믿고 보는' JTBC 드라마 왕국이 2017년에는 탄생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