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인 '스포트라이트'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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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보스턴 글로브> 지를 배경으로 하여 '스포트라이트' 라는 특종 전담팀이 이 케이스를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실제 4명으로 구성된 이 기자들은 다년간의 끈질긴 취재로 87명의 신부뿐만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고 있었던 가톨릭 전체 시스템에 '묵인과 은폐의 죄'를 물음으로써 여론의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퓰리처 상을 받았다.
<스포트라이트>는 일단 배우들의 역량이 뚜렷이 드러나는 영화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관전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배우들이 전문직종의 배역 (PD, 기자, 프로그래머, 작가 등등)을 연기 할 때 그 직업이 가진 스테레오 타입을 연기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배우가 역할에 감기지 않고 그 이미지만을 연기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예를 들어, 기자의 경우 시종일관 바쁘고 신경질적, 형사의 경우 염세적이고 세태에 찌든 말투와 행동, 프로그래머의 '오타쿠'스러움 등 대부분의 경우 상당히 과장 되어 있어서 보고 있노라면 인형극을 보고 있다는 느낌까지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엄연히 '기자들에 관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캐릭터도 '기자'를 연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은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한 인물을 연기한다. 예를 들어, 한 중견 기자의 은퇴 행사로 시작되는 영화의 시작 부분부터 배우의 저력이 압도적이다. 이 대목에서 스포트라이트의 팀장인 마이클 키튼은 그 특유의 저음과 안정된 발성으로 실제 <보스턴 글로브> 사무실에서 한 20년은 묵었을 만한 일상적이고 정겨운, 평범한 직장인의 작별 스피치로 동료의 은퇴를 '축하'한다.
마이클 키튼의 스피치는 격양되지 않지만, 모두를 주목하게 하고, 그가 읊조린 단어들을 되뇌게 만든다. 그의 어떤 행동도 으레 기자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재현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그의 전작인 <버드맨>에서의 연기보다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스포트라이트>는 곁가지에 낭비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관습적으로 넣어야 할 장면이나 설정이 없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보스턴 글로브>에 새로 부임한 편집장에게 마이클 키튼이 싱글이냐는 질문을 했을 때 그는 그렇다 할 뿐 왜 결혼을 하지 않았는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는다. 혹은 왜 보스턴으로 전근 오게 되었는지도 언급하지 않는다. 편집장은 영화에서 조연이지만 그가 성직자 케이스의 재취재를 명령한 인물이기에 그의 역할이 작지 않음에도 작품 전체에서 그에 대한 그 어떤 사적인 배경도 밝혀지지 않는다.
곁가지에 낭비하지 않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