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연기대상' 김의성-이시언, 장난기 발동한 씬스틸러들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6 MBC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W'의 배우 김의성과 이시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MBC 연기대상' 김의성-이시언, 장난기 발동한 씬스틸러들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6 MBC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W'의 배우 김의성과 이시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제가 마지막으로 MBC 드라마에 출연했던 것이 1997년이었습니다. 근 20년 만에 다시 MBC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도 영광인데 이렇게 상까지 주셔서 감사하고요, 마치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집에, 오랫동안 떠나있었던 직장에 돌아온 기분입니다.

해가 바뀌어 가고 있는데, 저는 이렇게 집과 직장에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부당한 이유로 집을 떠나고, 직장을 떠난 사람들, 일자리를 떠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아직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모두 자신의 집, 자신의 직장,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새해가 되기를 여러분과 함께 빌고 싶습니다."

"당연히 받을 것이라고 100% 예상했던 베스트커플상을 놓친 아쉬움을 이상으로 대신하겠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던 배우 김의성이 제작진 등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후 내놓은 수상 소감이다. 지난 30일 치러진 <2016 MBC 연기대상> 자리에서였다. 황금연기상을 받은 김의성의 이러한 발언은 해직언론인을 포함해 해고노동자를 의식하고 염려하는 발언으로 읽힐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전 언론노조 MBC 지부 홍보국장이었던 이용마 기자 등 6명의 해직언론인과 권고사직에 가까운 퇴사자를 양산했던 그 MBC의 시상식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 그 무게감이 더했다. 김의성은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제25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도 소신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부산행>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으면서 "고생이 많았던 <부산행>의 여성 스태프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며 "아직까지도 영화계에 남녀 성비의 차이가 많이 난다. 여성 인력들이 더 활발히 일할 수 있도록 영화계에 기틀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직노동자와 해직언론인, 여성 스태프 등 차별받고 소외받는 이들에 대한 그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할 만하다.

그렇게 2016년 병신년이 저물고, 2017년 정유년이 오고 있다. 한 해를 정리하며 각종 시상식이 열리는 가운데, 수상자들의 소감들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배우 김의성의 소감만큼이나 진심을 품고 철학을 담은 소감들이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줬다. 딱히 '개념 소감'이라기보다 한 창작인, 예술인 개인들이 동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수상 소감을 모아봤다. 2017년에도 부디 안녕들 하시며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뵙기를.

봉준호 감독의 촌철살인, 정우성의 소신

 2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영화단체의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 박환문 사무국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영진위의 영화발전기금 유용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봉준호 감독

2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영화단체의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 박환문 사무국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영진위의 영화발전기금 유용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봉준호 감독 ⓒ 성하훈


"나라 안팎으로 충격적인 일이 많아서 훈장을 받고 기뻐 날뛸 수 있는 심리적 상태는 아닌데요, 조만간 최순실씨와 도널드 트럼프가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건가 생각하니 어지럽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유머러스한 풍자 감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10일,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린 '프렌치 시네마 투어 S.T.Dupont 2016'에 참석하나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 국무장관 장 뱅상 플라세로부터 문화 예술 공로훈장을 수상하며 이러한 소감을 내놨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의 충격이 한창이던 시기이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일에 내놓은 위트와 날 선 비판을 겸비한 소감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매체에 따르면, 봉 감독은 당황해하던 통영사에게 "트럼프 당선 충격을 딛고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고 (통역)하시면 된다"고 전했다는 후문이다. 봉 감독의 소감이 촌철살인이었다면, 좀 더 길게 자신의 소신을 펼친 배우도 있었다.

"요새 시스템, 시스템 많이 하잖아요. 공심을 잊어버리고 사심으로 사익을 채우겠다는 그런 사람들이 권력 안에 있으면 굉장히 추악해지고 그걸 감추기 위해 계속해서 거짓말이 일어나요.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 순간 더 깊이 빠져들어 가 있고. 주모자가 아니라 공모자이더라도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돌아갈 수 없는 굉장히 큰, 주모자만큼의 악행을 하는 자기를 발견하게 되는 거죠."

정우성, '청룡영화상' 앞으로 나와!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아수라>의 배우 정우성이 입장하고 있다.

▲ 정우성, '청룡영화상' 앞으로 나와! 25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영화 <아수라>의 배우 정우성이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2일, 부산에서 열린 제17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에서 <아수라>로 남자연기상을 받은 정우성. 그는 "12, 13년 만에 처음 이런 상을 받았다. 신인상을 받는 기분이다"라면서 "<아수라>는 연기 열정을 되돌린 값진 작품"이라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이후 열린 질의응답 시간에 정우성은 현 시국과 관련된 발언을 이어간 것이다. 한국사회의 어두운 모순을 반영하는 <아수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만큼, 정우성은 영화와 관련된 소감 또한 사회적인 면과 연결짓기도 했다.

"저 역시 나이를 먹어가면서 기성세대가 되어 가는데 우리 후배들,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어떤 것을 얘기해 줘야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영화인이니까 영화배우로서, 또 영화인으로서 선배가 할 수 있는 문제, 사회인식들을 계속해서 제시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앞서 <아수라>의 열혈 팬들인 '안남시민'들과의 상영회 자리에서 "박근혜, 앞으로 나와"라고 외친 동영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정우성은 지난달 2일(현지시각) 개막한 제11회 런던한국영화제 참석차 들른 영국에서도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소신을 펼쳐 눈길을 끈 바 있다.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사는 게 제일 좋잖아요.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죠. 이해충돌은 늘 어느 시대에나 있는 그 시대의 기득권 세력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그 요구의 강요에 저항하면 리스트를 명명해서 이름을 올리고 하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그들이 만든 거지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거니까.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희망 촛불' 되새긴 이병헌, '꽃길' 기원한 유재석

이병헌,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최고의 별! 배우 이병헌이 27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종상영화제>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병헌,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최고의 별! 배우 이병헌이 27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종상영화제>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은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긴 것 같은 상황이란 생각이 들어요. (박수가 나오자 멋쩍게 웃으며) 소신 발언 이런 건 아니고요. TV를 보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아주 절망적인 마음으로 촛불을 든 걸 봤는데요. 저는 굉장히 아이러니하게 언젠가는 저 촛불이 희망의 촛불이 될 것이란 믿음을 가졌습니다."

정우성에 이어 이병헌은 '촛불'을 언급했다. 그렇게 10차까지 이어진 '1000만 촛불'은 할리우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이병헌의 눈에도 감동으로 비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병헌은 지난 27일 파행 속에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 참석, "선배들이 큰 뜻으로 이 영화제를 만들었을 것이니 이제 후배들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생각한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영화계 원로들에게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거시적인 시각으로 소신을 펼친 이는 또 있다. 국민 MC 유재석 말이다.

'MBC 방송연예대상' 무한도전 유재석, 영원한 마봉춘 예능 대상!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무한도전'의 유재석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MBC 방송연예대상' 무한도전 유재석, 영원한 마봉춘 예능 대상!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무한도전'의 유재석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무한도전>을 통해 많은 걸 느끼고 배웁니다. 요즘 특히 역사를 통해서 나라가 힘들 때,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를 구하는 것은 국민이고,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습니다. 요즘 꽃길 걷는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소수의 몇몇 사람이 꽃길을 걷는 게 아니고, 내년에는 대한민국이 꽃길로 바뀌어서 모든 국민 여러분들이 꽃길을 걷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께, 산타할아버지는 어제도 그렇고 앞으로도 다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도준우 PD의 SBS <연예대상> '올해의 프로그램상' 수상 소감과 함께 대표적인 올해의 예능 시상식 소감으로 꼽을 만 하다. 이들의 발언은 스타들과 창작자들 역시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시국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민의 사람으로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바람처럼, 유재석의 바람처럼, 부디 2017년은 대한민국이 "꽃길"로 바뀌면서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꽃길을 걷는 한 해"가 되기를. 유재석이 지목한 그 "소수의 몇몇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은 가지만, 그들 말고 모든 국민이 꽃길을 걷는 그런 한 해 말이다. 또 하나, 2016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열리는 또 다른 시상식에서는 또 어떤 수상자가 의미 있는 소감을 펼쳐 낼지도 기대해 보자.

김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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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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