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10주년 콘서트 0.TO.10 에 참석한 빅뱅 팬들.
YG Ent.
"기억하는 한 항상 누군가의 팬이었다." 아이돌 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환상통> 이희주 작가가 한 말이다.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할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교실 내에 축구팬이 많았던 만큼 아이돌 팬도 많았던 것 같다.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으로 시작하여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을 거쳐 지금의 EXO, 방탄소년단 등에 이르기까지 아이돌 문화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아이돌 문화가 커짐에 따라 팬 문화도 확대되었다. 이제 아이돌 팬 문화는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부분이 됐다. 네이버 'V LIVE'에 따르면, 한 아이돌 그룹 채널의 팬 수는 대략 35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축구팬과 아이돌 팬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대상을 향한 마음에는 차이가 없음에도 말이다. 여기 아이돌 팬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빠순이' 혹은 '사생팬'이다. 빠순이는 극렬한 팬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비하의 의미로 쓰이며, 사생팬은 아이돌의 사생활 일거수일투족 따라다니는 열성 팬을 가리킨다. 물론 극렬한 팬심으로 사생활 침해 등의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일부 팬들은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아이돌 팬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일부 팬들의 이야기다. 몇몇 팬들의 그릇된 팬심을 가지고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축구에는 '훌리건'이 라는 말이 있다.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과격 축구팬을 일컫는다. 역시 축구팬 중 일부분의 그릇된 팬심을 보여주는 팬들이다. 이때 훌리건은 일반 축구팬들과 철저히 분리된다. 훌리건이 존재한다고 해서, '축구팬은 과격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축구팬인 나는 훌리건이 아니며, 아이돌 팬들도 모두 사생팬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돌 팬은 어떨까? '빠순이'라는 단어 자체부터, 아이돌 팬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일부 팬들의 과격함과 평범한 팬들이 분리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이돌 팬 문화가 형성되었던 초기, 미디어는 이러한 편견을 강화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최근 견고해 보였던 아이돌 팬 문화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변화가 일고 있다. 아이돌 팬들은 스스로 사생팬들을 경계하며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팬들의 꾸준한 노력 덕택에, 사회의 시선에서도 일반 팬들과 사생팬들과의 분리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미디어에서 아이돌 팬 문화를 다루는 양상 또한 변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응답하라 1997>에서 등장하는 성시원(정은지 분)이다. 작품 속 그녀는 H.O.T.의 팬으로 등장한다. 기존의 '아이돌 팬은 과격하고, 맹목적이다'라는 편견과는 달리 평범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비춰진다. 이는 그녀가 'H.O.T. 좋아하더니 작가로 방송국까지 들어갔네, 성공했네'라는 말과 함께 완성된다. 아이돌 팬들의 기부 문화도 긍정적 인식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아이돌 팬은 꼭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는가지난 7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발표가 있었다. 높은 난이도에도 3명의 만점자가 배출되었다. 이 중 한 학생이 화제가 됐다. '디시인사이드' 전소미 갤러리에 수능 만점을 인증한 것이다. 그는 평소 걸그룹 I.O.I 전소미의 팬으로 수험 생활을 보내면서도 아이돌 팬 활동을 꾸준히 했다고 밝혔다. I.O.I 무대 영상을 보면서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확 풀 수 있었고, 전소미의 실패 해도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한다. 혼란한 정국 속 따뜻한 사연에 많은 사람이 반응했고 미디어 또한 이야기를 전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