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 JTBC


8.421%(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전원책 변호사도 여전했고, 9일 탄핵안 표결을 앞둔 정국도 '핫'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유시민 작가는 왠지 힘이 빠져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방송된 <썰전>에 출연한 유 작가는 조금 달라보였다.

개인적인 일정 탓일 수도 있지만, 유 작가의 피로에서 탄핵정국을 함께 견뎌내는 국민으로서의 피로감이 전해졌다고 한다면 과민함의 소산일까. 물론, 특유의 정리와 촌철살인은 분명 살아 있었다.

그는 새누리당 비박계의 입장 변화에 "6차 촛불집회가 영향을 준 것 같다"며 "5차에 비해 강도가 세졌다. 청와대 관계자 말에 따르면 국민들 목소리가 땅이 울릴 정도로 들린다더라"며 포문을 열었다.

방송 중간엔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주제는 바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이다"며 핵심을 짚기도 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가결 가능성이 90% 이상이다"라고 맞장구쳤다.  

"야당이 왜 이런 탄핵 소추안을 작성했는지 자체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나 같으면 딱 두 달안에 헌법재판소가 꼼짝 못하고 판결을 내릴 수 있는 탄핵소추안을 썼을 겁니다. 딱 두 개만 하면 됩니다. 1.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파괴 했다. 2.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은 권력을 사유화했다."

다소 피로해 보였던 유시민, 불만 많았던 전원책

 8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 JTBC


전 변호사는 야당의 탄핵소추안에 불만이 많아 보였다. 탄핵안이 가결된다 해도, 야당이 새누리의 덫에 걸린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황교안 권한대행으로 적어도 5개월은 간다"며 "4월말 특검수사 종료를 기다린 뒤 헌법재판소가 최종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3자 뇌물죄를 포함해 특검수사 결과가 필요한 탄핵사유가 많다.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빠르면 5월초, 늦으면 9월까지 갈 수 있다. 그러면 대선도 빠르면 7월초 늦으면 11월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원하는 시나리오 일 수 있다. 전 변호사의 논리는 탄핵사유를 무리하게 많이 집어넣은 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일일이 검토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는 주장이었다. 어쨌든 탄핵이 가결되든 안 되든, "시민의 분노가 정치권 전체로 다 돌아갈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유 작가는 "그 책임이 왜 야당으로 돌아가느냐"면서 "헌법재판소에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인용을 할 거라 본다"고 했다. 이어 그는 "촛불집회는 헌법재판소로 옮겨 갈 거고, 탄핵이 결국 인용되면 더워지기 전에 대선을 할 수 있을 거다"라고 반박했다. 또 "탄핵이 되든, 안 되든 조기대선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두 논객답게, 이날 의견도 대체로 엇갈렸다. 전 변호사가 탄핵 반대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두고 "양심의 자유"를 침했다고 목소리를 드높인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어쨌든, 지난 5일 녹화하고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방영한 이날 <썰전>은 하루하루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국을 '예측'하는 형식을 띨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다른 의미로 그 '운명'의 날에 대한 전후 예측이니 만큼 좀 더 조심스럽고 또 복잡한 심경일 수 있었을 것이다.

헌데, 8일 밤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생방송에 노회찬 정의당 의원과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함께 출연한 유 작가는 썰전 녹화때와는 달랐다. 이날 유시민 작가의 일성은 정치연설을 방불케 했다. 

"저는 박 대통령에게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공개 생방송에 출연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 유시민 작가, 진중권 교수.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공개 생방송에 출연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 유시민 작가, 진중권 교수. ⓒ 오마이TV


"총체적으로 평가해 보면, 원래 박근혜 정부는 탄생하면 안 되는 정부였어요. 그럼 그 정부가 왜 탄생했나. 원래 선거라는 게 표 많이 받는 게 당선되는 제도니까 때로 어리석은 사람, 사기꾼, 미친놈도 대통령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된 건 요즘 열심히 비판하고 있는 TV조선, 채널A 포함해서 미디어들이 특유의 '베이비토크' 화법을 '간결화법'이라고 했잖아요.

그리고 4선 국회의원 하는 동안 내놓을 만한 법안 하나 대표발의 한 적 없는 사람을 옛날 대통령 딸이라고 국정운영 잘할 거라고 아우라를 씌웠지요. 그 결과를 (유권자들이)알고 찍은 게 아니라고 봐요. 박근혜 후보 찍은 분들, 너무 자괴감에 빠지지 마십시오. 이런 줄 알고 찍은 게 아니에요. 이제 미디어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꿰뚫어 봐야 해요."

박근혜라는 대통령의 탄생부터 그 탄생을 방조한 세력에게까지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최순실과 공범들도 예외는 없었다. 대신 박 대통령의 무능함을 짚는 동시에 그를 찍은 유권자들을 위로하기까지 했다. 방송 카메라에서 벗어난 유시민 작가의 토크는 과거 정치인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두 번째는 박 대통령이 뭘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국정이 이렇게 된 것은 박근혜씨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직접적 산물입니다. 달리 어떻게 할 수 있는 분이 아니에요.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일당과 어울려서 공주놀이만 했죠? 옷 입고 가방 들고 화장하고 머리 올리고. 애들이 죽든 말든 관심이 없었어요. 혼자 밥 먹고 잘 자고, 이상한 약이나 하고.

그리고 실제 국정 운영을 누가 했느냐. 김영한 고 민정수석 비망록을 보면, 이 유신, 5공화국  시대로 돌아가는 역사적 퇴행이 김기춘 비서실장에서 비롯됐다는 거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실제 내치, 외교는 김기춘이 중심이 돼서 다 했고,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 만들어준 원고나 읽으면서 예쁜 옷이나 입고 예쁜 머리나 만들고 잠 자는 약이나 먹고 그렇게밖에 한 게 없어요.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가서 그렇게 된 거니까, 저는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유시민이 예측한 탄핵안 가결-부결 시나리오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공개 생방송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 공개 생방송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 ⓒ 오마이TV


박 대통령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는 유 시민 작가는 현재 박 대통령의 '멘탈'도 분석했다. <썰전>과는 사뭇 다르다. 톤도 높고, 표현도 직접적이다. 거리에서 시민들 앞에서 한 토크이긴 하지만, 그간 탄핵정국을 바라보는 유시민 개인의 분노도 뒤섞인 듯했다. 박 대통령의 멘탈 분석과 황교안 총리에 대한 평가는 이러했다.

"지금 대통령은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아요. 200만이 촛불집회에 나왔잖아요? 그럼 4800만은 박사모다. 그럼 촛불집회에 나온 200만은 누구냐. 노사모, 전교조, 민주노총, 전농 이런 좌파 빨갱이 단체가 촛불집회에 나왔다. 우리나라에 간첩이 저렇게 많았구나. 내가 사퇴하면 큰일 나겠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이 사실을 알면 나를 탄핵에서 구해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라 아무 근거 없이 추측해 봅니다."

"황교안 총리는 좋게 말하면 '범생'이고요, 정해진 대로 가는 사람이에요. 나쁘게 말하면 정의감이나 용기가 별로 없는 사람이에요. 저는 김병준씨나 손학규씨보다 오히려 마음이 놓입니다. 엉뚱한 일을 할 가능성이 적어요. 정계개편이나 개헌은 못할 분이세요."

어떻게 보면, <썰전>에서 다 못한 말을 좀 더 격앙된 분위기 속에 펼쳐 놓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부결 이후 분위기 예측은 설득력이 있었다. 가결 이후 조기 대선 타임라인은 매뉴얼 같았다. 탄핵 결정 이후 박 대통령과 시민들의 선택을 추측한 부분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탄핵안 부결 상황에 대해서는 탄핵 찬반 여론이 7대1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새누리당 의원들을 '해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들의 시위가 촛불만 켜고 소리만 지르는데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라며 "이 점을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250표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시켜 주기를 바랍니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럼 9일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다면, 박 대통령과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일까. 유 작가는 2월 말 헌재 결정이면, 4월 말 대선, 늦어도 3월 말 결정이면 5월 말 대선을 내다봤다. 그는  "첫째로 박 대통령은 지금처럼 청와대를 벙커로 만들고 혼자 밥 먹으면서 농성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사임하는 거예요"라며 "사임하면 탄핵심판이 중지되게 돼 있더라고요"라는 양자택일의 선택권을 추천(?)했다. 그리고 유 작가가 말한 시민들의 할 일은 이랬다.

"시민들의 선택은 그냥 헌법재판소를 믿고 기다리거나, 좀 못 믿어서 격려를 하러 가던가. 항의하거나 헌법재판소를 포위하거나 쳐들어가는 게 아니고요. 헌법재판관들이 애국심을 가지고 할 수 있도록 고무격려 하는 일. 그 방법은 시민여러분이 알아서 하셔야죠(웃음)."

유시민
댓글1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