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승을 기록한 첼시.

8연승을 기록한 첼시. ⓒ 첼시 공식 페이스북


리그 우승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각각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의 지휘봉을 잡은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과 안토니오 콩테 감독의 맞대결로 주목받았던 경기는 첼시의 3-1 역전승으로 끝났다. 첼시는 이로써 리그 8연승을 달렸고 맨시티는 최근 리그 6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마감했다.

이번 라운드 최고의 관심사가 모였던 경기다. 첼시는 리버풀과 아스널에 연패를 당한 직후 백스로 전환을 시도했고 상승세를 탔다. 7연승 과정에서 19골을 득점하는 동안 한 골밖에 내주지 않을 만큼 탄탄했다. 맨시티 역시 시즌 초반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지만 6경기 연속 패하지 않았다. 구단 역사상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를 꺾으면서 과르디올라 체제의 과도기를 넘어서고 있었다.

경기 전 과르디올라 감독은 "현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감독은 콩테"라며 콩테가 이끄는 3-4-3 첼시의 경기력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최근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는 첼시였지만 에티하드 스타디움 원정 경기를 속단하긴 일렀다. 첼시는 최근 맨시티 원정 경기에서 1승 1무 6패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직전 시즌 리그 두 차례 맞대결에선 모두 패했다. 당시 맨시티의 주포 세르히오 아게로는 두 경기에서 4득점을 기록했다. 최근 5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며 절정의 골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7연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공헌을 했던 네마냐 마티치가 경미한 근육 부상으로 맨시티전에 나설 수 없는 게 변수였다.

실제로 경기는 맨시티가 주도했다. 맨시티는 볼을 소유하고 첼시의 뒷공간을 노렸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공헌했듯 백스리의 약점이었던 측면을 지속적으로 공략했다. 첼시가 경기 내내 9번의 크로스를 시도하는 동안 맨시티는 4배가 많은 36번의 크로스를 기록했다.

문제는 결정력의 차이였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좋은 경기를 펼쳤다. 볼을 많이 소유했고 찬스도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박스 안에서는 충분히 강하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맨시티의 맹공을 버텨낸 첼시가 묵직한 카운터 3방으로 맨시티를 K.O 시켰다.

최소한의 변화 택한 첼시, 최대 변화 택한 맨시티  

첼시의 최근 명확한 베스트 일레븐과 운영방식으로 경기에 나선다. 최전방의 디에고 코스타를 기점으로 세 명의 빠른 윙포워드를 배치한다. 중원엔 활동량이 좋은 마티치와 은골로 캉테를 통해 중원을 장악한다. 후방의 세 명의 백스리는 단단함을 유지한다. 측면엔 언제나 공격에 나설 수 있는 두 명의 윙백이 공수에 공헌하게 한다. 후방으로 내려서면서 볼을 탈취하면 전방의 세 명의 포워드를 활용한 역습으로 상대방 골문을 가른다.

맨시티 원정에서 마티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포지션 변화가 불가피했다. 콩테 감독은 마티치의 빈자리에 수비력엔 다소 문제가 있지만 패싱력이 뛰어난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기용했다. 마티치의 부재와 볼 소유에 능한 맨시티를 상대로 첼시는 평소보다 더 내려서는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 중원이 여럿 차례 뚫리며 수비적으로 문제를 노출했다. 그러나 전반 맨시티의 파상공세를 잘 이겨낸 첼시는 자신들이 가장 잘해왔고 할 수 있었던 카운터 어택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일관되지 않는 포메이션과 전술의 팀이 응집해 내기 어려운 역전이었다. 전반 25분에 에당 아자르의 1대 1 찬스를 만들어줬던 파브레가스는 후반 14분 역전골의 발판이 됐던 코스타의 동점골을 도왔다. 결과적으로 파브레가스를 택한 콩테의 선택은 옳았다.

반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첼시를 상대로 맞춤 백스리 전술을 들고나왔다. 직전 번리전과 비교해 선발 라인업 또한 6명이나 변화를 줬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상대에 따라, 팀 내부의 상황에 따라 전술과 포메이션을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그들은 벌써 이번 시즌 스타팅 라인업을 46번이나 수정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큰 변화를 택하고 있는 팀이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반 맨시티는 맞춤 전술로 첼시를 공략했다. 마티치가 없어 공격적으로 수월했던 부분도 있었다. 실바와 케빈 데 브라이너가 중원에서 큰 방해를 받지 않고 키패스를 시도할만한 타이밍과 공간이 있었다. 또한 첼시의 왼쪽 윙백 마르코스 알론소의 스피드를 의식해 오른쪽 측면 윙백에 나바스와 공격수 데 브라이너을 통한 지속적인 크로스를 노렸다. 두 선수가 기록한 22번의 크로스는 경기 내내 첼시가 기록한 9번의 크로스를 크게 상회한다.

첫 번째 득점도 오른쪽 측면에서 나왔다. 전반 45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나바스의 크로스가 위협적으로 올렸는데 박스 안에 있던 게리 케이힐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자신의 골문으로 공을 걷어 내는 실책을 범했다.

그러나 맨시티는 후반 급격히 무너졌다. 익숙하지 않은 백스리의 첼시의 먹잇감이 되기 충분했다.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진 맨시티는 전반만큼 전방압박을 시도하지 못하면서 첼시가 역습으로 나설 수 있는 타이밍을 내줬다. 맨시티의 수비진은 첼시의 빠른 기동력을 지닌 공격수를 막을 만한 스피드가 부족했다.

승부 가른 또 하나의 차이 '수비'

올 시즌 과르디올라 감독이 백스리를 들고나온 세 차례(에버튼, 사우스햄튼, 뮌헨글라드바흐) 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를 거뒀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맨시티는 전반 선제골을 넣는 데까진 성공했으나 백스리 수비는 코스타에 치명적인 실점을 내주면서 흔들렸고 이어 2골을 더 헌납했다.

맨시티가 약팀을 상대로 실점을 내주면 더 많은 득점을 통해 승점을 얻을 순 있지만 강팀을 상대론 한 번의 실수는 치명적이다. 맨시티는 올 시즌 리그에서 클린시트를 단 2회밖에 기록하지 못하며 배후공간을 허용하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는 수비라인을 올리고 전방과 후방의 라인을 좁히는 형태다. 필연적으로 뒷공간에 위기를 노출할 확률이 크다. 그만큼 전방압박과 최후방 골키퍼의 스위퍼 능력이 중요하다. 올 시즌 프렌차이즈 스타 조 하트를 내보내고 클라우디오 브라보를 영입한 것도 그러한 이유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수비방식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팀들이 많다. 보통 많은 팀들이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한 킥앤러시를 즐겨한다. 기본적으로 약팀과 강팀 할 것 없이 스피드 싸움에 가능하다.

올 시즌 4750만 파운드(약 684억원)을 들여 영입한 존 스톤스는 아직 무르익지 못했다. 발밑은 좋지만 이따금 불필요한 볼 터치로 위험을 자초한다. 전반 8분 코스타와 몸싸움을 통해 수비까진 성공했지만 볼을 끌면서 재차 볼을 내줬고 위기를 초래했다. 첼시의 역습 과정에서도 수비진을 통솔하지 못했다.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니콜라스 오타멘디 역시 때때로 큰 실수를 범하고 대인마크에 능숙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전반 16분 코스타에 무리한 태클로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른 시간 카드를 받으며 수비 상황에서 적극성을 보이지 못했다. 후반 14분엔 코스타와 1대 1 싸움에서 무너지며 실점을 내줬고 후반 25분 코스타의 턴 동작에 완벽히 무너지며 역전골을 내준 장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첼시는 최근 주제 무리뉴 감독 시절 보여줬던 단단했던 수비력을 회복했다. 불안정한 수비로 비판을 받아온 다비드 루이스는 파리생제르망에서 복귀한 이후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백스리 전환 이전 흔들렸던 케이힐 역시 안정감을 되찾았고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는 지능적인 수비로 중앙 수비수로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양 팀의 희비 가른 '결정력 차이' 

경기력 자체는 맨시티가 더 훌륭했다. 맨시티는 볼을 소유했고 지속적으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오히려 전반 1골밖에 실점하지 않은 첼시가 안도했을 법할 만한 결과였다. 맨시티는 전반 25분 페르난지뉴의 헤더 득점이 오프사이드가 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아게로의 결정적인 찬스는 첼시 수비진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후반 초반 데 브라이너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벗어났다. 결정력의 문제를 들어내면서 첼시가 반등을 꾀할 시간을 허용했다.

특히 전반 한 차례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던 코스타는 후반 4분 첫 슈팅을 기록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후반 14분엔 자신의 두 번째 슈팅으로 역전골을 만들어냈고 후반 25분엔 윌리안의 역전골을 도왔다. 반면 아게로는 6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침묵했다.

전·후반 내내 수많은 찬스를 살리지 못한 맨시티는 결국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위기가 찾아온다'는 축구계의 격언을 몸소 보여줬다. 과드리올라 감독은 "첼시의 접근은 달랐다. 그러나 이것 역시 축구의 부분이다. 당신들은 첼시가 25번의 찬스(맨시티가 만든 기회 횟수)를 만드는 걸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 지 세 번의 찬스에서 세 골을 만들었다."며 결정력의 차이가 결과를 바꿨다고 인정했다.

경기에 패한 맨시티는 경기 종료 직전 아게로가 루이스에 거친 태클을 시도하며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고 파브레가스와 몸싸움을 펼치던 페르난지뉴까지 레드카드를 받으며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이번 패배로 과드리올라는 첼시를 상대로 한 무승 기록(4무 2패)이 6경기로 늘었다. 다가올 양 팀의 두 번째 맞대결은 좀 더 피 튀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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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종현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에도 게재합니다.
맨시티 첼시 아자르 코스타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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