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유재하를 바라보면서 왔다면 이제부터는 유재하를 넘어서 자기만의 길을 더 열심히 헤쳐 나가길 바랍니다. 축하합니다." (김민기)

대상 시상자로 나온 가수 겸 작곡가 김민기는 명료한 말로 후배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아침이슬을 만든 한국가요계의 대선배는 이처럼 짧고 힘 있는 한 마디를 남긴 후 참가번호 7번 '장희원팀'에 유재하음악상(대상) 상패를 건넸다.

가수 고 유재하를 기리고 '진심으로 노래하는' 뮤지션을 발굴하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보물들을 찾아내 가요계에 선물했다. 지난 5일 오후 6시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제27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다녀왔다. 이날 사회는 가수 스윗소로우의 김영우-인호진이 맡았고, 심사위원은 유재하와 함께 한양대 작곡과에서 공부한 작곡가 김형석을 비롯해 가수 정지찬 등 총 6명의 뮤지션이 맡았다.  

본선진출 10팀 모두 '진정성' 갖춘 '진짜 음악'을

2016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제 27회 2016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지난 5일 토요일 오후 6시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열렸다. 이날 본선에 진출한 10개팀이 경합을 벌여 대상(유재하 음악상)에 장희원팀, 금상에 백두인, 은상에 박희수가 선정됐다.

제 27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지난 5일 오후 6시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열렸다. ⓒ 유어썸머



"봄, 흐드러진 꽃 사이에 내가 있었다. 나는 향긋한 꽃이구나 / 여름, 무성한 잎 사이에 내가 있었다. 나는 푸른 잎사귀구나 / 가을, 탐스런 열매 사이에 내가 있었다. 나는 꽉 찬 열매였구나 / 겨울, 모두 떨어지고 숨어있던 나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 난 향긋하지 않은 난 푸르지 않은 난 꽉 차지 않은 /  난 나무에 걸린 물고기구나." - 장희원팀, '나무에 걸린 물고기' 중에서

대상을 받은 장희원팀(장희원·윤덕호)의 장희원은 "나무에 제일 있으면 안 되는 것을 찾다가 물고기를 떠올렸다"고 했다. 심사를 맡은 뮤지션 정원영은 '나무에 걸린 물고기'를 부른 장희원팀에 대해 "무대에서 표현이 완벽했다"며 "곡을 긴 호흡으로 하는 게 힘든데,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으로 해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곡을 쓰고 노래하는 장희원은 "기대를 정말 안 했는데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무대에 선 본선진출 10팀 중 금상은 '목화'를 부른 백두인에게 돌아갔다. 예전에 만났던 여자친구의 생일선물로 쓴 곡이라고 한다. 은상은 '작은 순간들'을 부른 박희수가 받았다.

'경연대회'라지만 경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진정성 있게 노래하는 10팀의 각 무대는 편안하고 따뜻한 '공연'에 가까웠다. 음악 제대로 하는 숨겨진 뮤지션들의 공연을 릴레이로 관람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경연의 시작과 끝에 유재하 경연대회 출신 동문이 나와 다 같이 부른 '지난날'과 '사랑하기 때문에' 무대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이벤트였다. 이 대회 출신 가수인 스윗소로우 김영우와 인호진은 이날 찰떡궁합 만담 듀오가 되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대회를 이끌었다.



음악의 '본질' 지키는 일... 유재하 경연대회의 정체성

2016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제 27회 2016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지난 5일 토요일 오후 6시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열렸다. 이날 본선에 진출한 10개팀이 경합을 벌여 대상(유재하 음악상)에 장희원팀, 금상에 백두인, 은상에 박희수가 선정됐다.

이날 본선에 진출한 10개팀이 경합을 벌여 대상(유재하 음악상)에 장희원팀, 금상에 백두인, 은상에 박희수가 선정됐다. ⓒ 유어썸머


유재하 경연대회가 다른 오디션이나 대회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인터뷰 시간, 이 대회만의 정체성을 물었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가수 정지찬은 "다른 대회에서는 '어떻게' 노래 부를 것인가를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노래 부를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말하는 대회가 유재하 경연대회인 것 같다"며 "이 대회가 가치 있는 것은 음악을 만들고 더 깊게 다른 것들을 터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을 만날 수 있는 대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지찬은 1996년 8회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유재하 동문회 선배이기도 하다.

역시 대상을 받았던 스윗소로우는 김영우는 "유재하 페스티벌을 마련해서 동문이 다 같이 공연했으면 좋겠다"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내년 유재하 30주기에는 유재하 리메이크 앨범이 다시 발매되거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의 음악을 조명하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영우는 유재하 동문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당시 유재하와 함께 한양대 작곡과에서 공부한 작곡가 김형석은 은상 시상자로 나와 "여기 오면 옛날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그 기억 속에 유재하가 화석처럼 박혀 있고 나는 아직도 유재하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참가자들에게 "맑은 정서를 표현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형석은 이런 후배들을 위해 현실적으로 도울 일을 고민 중이다. 그는 "요즘은 SNS가 발달하는 등 새로운 매체가 많이 등장하면서 어떤 형태로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수들은 감성을 유지하며 음악에 몰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노래를 내놓을지 프로모션(홍보) 방식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왜 이토록 유재하는 영원한가... 김형석이 대답하다

2016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제 27회 2016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지난 5일 토요일 오후 6시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열렸다. 이날 본선에 진출한 10개팀이 경합을 벌여 대상(유재하 음악상)에 장희원팀, 금상에 백두인, 은상에 박희수가 선정됐다.

작곡가 김형석은 이날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 유어썸머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을 속이지 않고 음악을 하는 것, 본인이 만족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다. 그걸 지키면서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김형석)

김형석은 "예술이 갖는 가장 본질적인 속성은 어른을 어린아이로 만드는 것"이라며 "그게 예술의 힘"이라고 했다. 이어 "모든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과 '섬세함'이며 이것 두 가지가 있어야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유재하의 음악이 어떻게 이토록 오래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김형석은 이 물음에 주저 없이 "유재하의 음악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클래식에 바탕을 둔 큰 틀 안에서 가사는 그때 쓰지 않던 소재를 썼고, 브리지는 매우 새로운 형태의 전개를 하며, 스트링 편곡을 한 점, 변박을 쓴다거나 코러스의 화음 등의 새로움. 이렇듯 공부할 게 많은 게 유재하 음악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중은 그것(유재하 음악)이 왜 좋은지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틀림없이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특히나 아직도 젊은 친구들이 유재하 음악을 듣는다는 건 그 음악이 가진 섬세함과 미학적인 측면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좋은 그림은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 거기서 새로운 감동을 얻는 것처럼, 유재하의 음악도 들을 때마다 좋은 부분이 새롭게 나타난다. 유재하가 음반 하나 내고 경연대회까지 이렇게 유지되는 건 그런 '감성 표현법'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김형석)

또 다른 심사위원인 뮤지션 정원영 역시 유재하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음악의 본질적인 것들이 아주 확실히 그 안에 있고 거기에 또 새로운 게 있기 때문"이라며 "어릴 땐 새로운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본질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본질적인 게 없으면 무엇을 화려하게 더하게 되지만, 본질적인 것이 있으면 단순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음악의 본질'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정원영은 "저 사람 안에는 뭐가 있구나, 라고 느끼는 그런 것"이라고 답하며 "저 친구는 노래는 잘하지만 '자기 것이 아니구나!'하는 게 느껴지는데, 대중들도 그것을 본능적으로 그리고 빨리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재하, 그리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와 연을 맺은 이들은 내면에 분명한 '자기 것'이 있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음악으로 표현하는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 이렇듯 섬세한 감성의 음악가들은 진심 없는 음악이 섞여 있는 가요계를 지켜내는 파수꾼들이다.

2016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제 27회 2016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지난 5일 토요일 오후 6시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열렸다. 이날 본선에 진출한 10개팀이 경합을 벌여 대상(유재하 음악상)에 장희원팀, 금상에 백두인, 은상에 박희수가 선정됐다.

동상으로는 '말할 수 있는 비밀'을 부른 조애란, '파동'을 부른 박한 세상, '위로연'을 부른 김민수가 선정됐다. 장려상은 박소은, 주예빈, 장유경, 영진이네에게 돌아갔다. ⓒ 유어썸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