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EP <더 미러 룸(the Mirror Room)>을 발표한 밴드 트랩은 리더 김초원(드럼), 황성훈(기타), 김현영(보컬·기타), 김웅수(베이스) 네 명으로 이루어진 포스트 그런지 록 밴드다. 슬립낫, 크리드, 오지오스본, 엘르가든을 좋아하는 멤버들의 각기 다른 음악적 취향이 맞물려 트랩의 사운드를 완성했다.

"음악에 함정 장치 같은 것을 걸었으면 싶었어요. 그래서 팀 이름을 트랩으로 했죠."(김초원)

음반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미묘하게 나타날 수 있는 인간 심리의 다의적 측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마지막 장면에서 착안한 'I'M SO HONORED', 친구와 친구 간의 진심과 오해를 나타낸 'FRENEMY'(FRIEND와 ENEMY 합성어), 악행을 저지른 자가 종교를 어떤 식으로 악용하는지를 그린 'SIN(GOD)', 죄의식과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피의자 이야기 'DA CAPO', 유명인의 그릇된 행동에 따른 지지자들의 각기 다른 반응을 다룬 'WHAT.', 손 안에 쥐어진 낚싯대를 던지라고 노래하는 타이틀 곡 'IN MY PARTY'.

 밴드 트랩의 멤버들. (왼쪽부터) 김웅수 김현영 황성훈 김초원.

밴드 트랩의 멤버들. (왼쪽부터) 김웅수 김현영 황성훈 김초원. ⓒ 김광섭


"한 때 이슈가 되었던 사건을 토대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이야기했어요."(황성훈)

"부클릿에 있는 사진들은 각각의 곡 주제를 나타내요. '이 사진들은 왜 들어간 거지?' 하면서 음반에 담긴 의미를 같이 고민해보고 싶었어요."(김초원)

그들의 묵직한 음악처럼 한 덩치 하는 밴드 트랩의 단합 비결은 리더의 일인 통치와 함께 먹는 고기라고. 밴드 트랩을 지난달 3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떻게든 음악 색깔만은 지키는 밴드

- 첫 EP < the Mirror Room >을 발표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현영 "굉장히 괴로워요. 녹음된 본인 목소리를 들으면 참 이상하잖아요. 어색하고 창피해요."
성훈 "이견 조율, 녹음 등의 과정이 힘들었어요. 다들 직장에 다니거든요. 철야하면서 새벽까지 긴 시간을 고생해서 나왔기 때문에 진짜 보람차요. 멜론에서 검색하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신기했고요. 목표와 욕심이 생겼어요."
웅수 "처음에는 시큰둥했는데, 음원이라는 결과물이 나오니까 진짜 무언가를 하긴 했구나 생각이 들어요."
초원 "연습실에서의 녹음과 믹싱, 아트워크 등 기타 작업을 저희끼리 다 했어요. 디자이너 친구 섭외부터 해서 저희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이 없는 첫 음반이라 의미가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작업한 만큼 아쉬움도 많지만 첫 결과물로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1집은 좀 더 괜찮게 나오면 좋겠어요."

- 음반 작업 중에 기억나는 일이 있을까요?
현영 "원래 녹음을 스튜디오에서 했어요. 그런데 엔지니어에게 트랩의 음악 세계와 스타일을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운 거예요. 서로 세계가 너무 달랐죠. 그래서 스스로 해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느꼈어요. 스튜디오에서 한 결과물은 버리고 다시 연습실에서 녹음했어요."
초원 "저희는 거친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견해가 다르니까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분이 한 작업물보다 퀄리티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 색깔을 최대한 내자 해서 연습실에서 작업했어요."

-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요?
초원 "재킷을 보면 소녀는 한 명이잖아요. 그런데 거울 속의 소녀는 각각의 얼굴이에요. 사람들은 같은 소녀를 봐도 자기가 보고 싶은 소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을 전체적인 주제로 담았어요.
'FRENEMY'는 친구 간의 일을 썼어요. 친구에게 '너는 인생을 그런 식으로 살지 말고 내가 봤을 때, 너는 공기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할 수 있잖아요? 근데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이 이야기가 오지랖일 수도 있고 조언일 수도 있죠. 'WHAT.'은 어떤 분야에서 굉장히 지위가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했어요. '내가 인기가 있고 대단한 것을 나도 아니까, 지지 보내는 것을 그만하라'는 짜증을 담았어요. 그런데 이 사람의 태도에 대해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성훈 "주인공 캐릭터를 봄으로써 저희가 볼 수 있는 시점이 여러 가지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이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나쁜 짓이라고 해도 나는 팬이니까 좋다는 시점이 있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라는 시점이 있죠. 그런 행동들에 대한 주인공의 표현을 나타낸 거죠. 'FRENEMY'는 약 올리는 듯한 멜로디를 썼어요. '띠리리~', '바보래요~' 같은 멜로디를 모티브 삼아서 만든 거죠. 상대를 놀리거나 깎아내리는 듯한 가사를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요."

"트랩 음악은 가사를 잘 들어주세요"

 트랩의 첫 EP앨범 <더 미러 룸(the Mirror Room)>

트랩의 첫 EP앨범 <더 미러 룸(the Mirror Room)> ⓒ 김광섭


- 라이브는 더 강렬할 것 같은데, 공연 분위기는 어때요?
현영 "에너지라고 할까요? 무대를 보면 팍 느낄 수 있어요."
초원 "현영 오빠 목소리가 압도적이라고 생각해요. 음악감이 있어 집중력이 팍 오는 경향이 있어요. 음반보다 더 파워풀한 느낌도 있고요. 그리고 일단 라이브를 보시면 저희 덩치에 깜짝 놀라실 겁니다.(웃음)"

- 부천이 주 무대인데, 홍대와는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초원 "도시는 작지만 문화행사가 굉장히 많아요. 부천시에서 지원도 많이 해 주는 편이고요. 부천에서 열리는 밴드 행사는 부천밴드연합이 주관하고 있어요. 직장인밴드, 카피밴드, 학생밴드 등 다양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지역 안에서 로컬신이 크는 걸 좋아해요. 자작곡을 한다고 잘난 것 없고, 카피곡을 한다고 못난 거 없잖아요? 같이 어우러져서 하는 것을 좋아하죠. 부천밴드연합과 같이 회의해서 행사도 진행하죠. 시민들과 어우러졌을 때는 보고 웃을 수 있는 곡도 준비해요. 이처럼 소통하면서 준비하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과 엮여 있다고 해야 할까요?"

- 관객층도 다양하겠어요?
현영 "온 세대를 아우르죠."
초원 "아저씨들은 춤도 추시죠."
성원 "할머니나 어린이도 나와서 춤을 추기도 하고요."

- 부천에서 활동하는 팀을 추천한다면?
초원 "우선 단체를 추천하고 싶어요. 부천밴드연합은 복사골축제와 같은 지역축제와 마루광장에서 열리는 버스킹을 주관하고 있어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팀은 '탐구생활'과 '국내산' 밴드요. 직장을 다니면서도 연습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하시죠. 무대를 대관하는 수준이 아니라 무대를 직접 만드세요. 소극장을 빌려서 직접 조명도 설치하시죠."

- 음반을 냈으니, 어떤 기대가 있을 것 같은데요.
현영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서 여름에는 바쁘게 활동하고 싶어요.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웃음)"
성훈 "음반이 잘 팔리면 좋죠. 욕심도 다 있으니까요.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 방법은 찾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트랩 음악을 들을 때, 가사를 생각하면서 들어주시면 가장 큰 고마움일 것 같아요."

- 그런데 가사가 영어죠?
밴드 (웃음)
현영 "영어로 만든 이유가 있어요. 음악 분위기 자체가 영어와 더 맞더라고요. 한글 가사로도 만들었는데, '어,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초원 "의미가 조금은 헷갈렸으면 좋겠다 싶은 점도 있어요."
웅수 "저는 음악을 취미로 시작했어요. 장래를 생각해야 하니까 올해까지만 음악을 하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었어요. 그런데 음반이 나오고 조금이라도 팔리는 걸 보니까 '아 올해도 틀렸구나'해요."
초원 "웅수 친구가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공연이 없는 날에는 너무 심심하다고 해요. 점점 발을 빼지 못하고 있죠. (웃음)"
웅수 "너무 빠져버린 게 아닐까 걱정도 하지만 바쁜 게 재미도 있으니까요."

"너희는 뭐하는 밴드냐?" 물으신다면

 김초원은 "부클릿에 있는 사진들은 각 곡의 주제를 나타낸다"며 "'이 사진들은 왜 들어간 거지?' 하면서 음반에 담긴 의미를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초원은 "부클릿에 있는 사진들은 각 곡의 주제를 나타낸다"며 "'이 사진들은 왜 들어간 거지?' 하면서 음반에 담긴 의미를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광섭


- 트랩을 한 단어로 표현해 본다면요?
초원 "'거울'인 것 같아요. 타인을 비출 수도 있지만 자신을 비출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영 '이끼'라고 생각합니다. 엄청 밝고 빛나는 곳에는 없잖아요? 하지만 엄청난 존재감은 아니지만 어딘가에는 있잖아요."
성훈 "'관계'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속이기도 하고, 잘 해주기도 하는 속내를 잘 모르는 것이 트랩 EP의 중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웅수 "'SIN(GOD)'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노래가 제일 좋아요."

- 8월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초원 "날짜는 미정이지만 동두천록페스티발, 화천록페스티발과 강릉에서 열리는 록페스트벌 일정이 맞으면 공연을 하고요.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부산록페스티벌 밴드 경연대회요. 입상하면 무대에 설 수 있거든요. 그리고 동두천과 화천은 저희에게도 의미가 커요. 그곳에서 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음반을 만들 수 있었거든요."

- 지원을 받았나요?
초원 "상금을 받았어요. 물론 못 받았어도 음반을 제작했겠지만 상금 덕에 조금은 더 수월하게 만들 수 있었어요."
웅수 "못 받았으면 빈털터리였죠."
현영 "올해는 축하공연을 하는 거죠."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영 "요새 노골적으로 포스트 그런지 음악을 한다고 말하는 밴드들은 없는 편인 것 같아요. 개성 있고 재미있는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취향이 맞으면 관심 갖고 들어주세요."
웅수 "주변 반응을 보면 '너희는 뭐하는 밴드냐?'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장르적으로 선뜻 대답을 해줄 수가 없어요. 저도 포스트 그런지가 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하드록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해요. 센 음악 같아요. 취향에 맞는 사람만이라도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성훈 "<브레이킹 배드>나 <범죄와의 전쟁> 등 드라마나 영화의 큰 테두리 안에 있는 작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그런 부분을 곡의 흐름으로 생각하면서 들으면 좋겠어요."
초원 "머릿속에 상상할 수 있는 작은 영화관을 만들 듯이 곡과 영상을 매치시키면 VR을 즐기듯 노래를 명확하고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8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트랩 밴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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