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극장에서 단독 개봉하거나 개봉 예정인 <나의 소녀시대> <산이 울다> <본 투 비 블루>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팝엔터테인먼트, 그린나래미디어
30만 관객을 돌파한 <나의 소녀시대>는 오직 CGV에서만 볼 수 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호평받은 <본 투 비 블루> 역시 오는 9일 CGV에서만 개봉한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작품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산이 울다>는 지난 25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했다.
이처럼 대기업 상영관들이 특정 예술영화를 독점 개봉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예술영화 중에서도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독차지한다며 국내 예술영화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화산업을 장악한 대기업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외국영화 수입사들까지 줄 세운다는 게 이 비판의 핵심이다.
논란이 일게 된 데는 최근 30만을 넘긴 <나의 소녀시대>의 흥행이 작용했다. 대만영화로 지난해 부산영화제 야외상영작이었던 <나의 소녀시대>는 대중성 있는 영화로 부산에서도 화제를 모았었다. 오직 CGV에서만 상영하는데도 높은 좌석점유율 속에 탄탄한 흥행을 이어가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주연배우의 한국 방문도 확정됐다.
음악영화들이 흥행하는 특성 때문에 <본 투 비 블루> 독점 개봉에도 비슷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영화는 재즈 음악사를 대표하는 트럼펫 연주자인 쳇 베이커를 소재로 삼았다. 음악이 인상적이라 흥행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기업 상영관인 CGV에서만 상영한다. 중국 영화 <산이 울다>도 예술영화 관객들의 관심 속에 1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서울지역 예술영화관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대기업 상영관에서 상영해도 배급에 문제없었는데, 특정 극장 체인에서만 개봉하게 되면 몇 안 되는 예술극장들이 '게토화'(빈곤·슬럼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배급사가 문제인지 극장이 문제인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지역극장들이 어렵고 고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영화관 모임은 지난주 이 문제를 의제로 올려 논의했다. 초기 대응을 못 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극장과 배급사 쪽을 만나 우려를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영화관 모임의 한 관계자는 "다양성 영화까지 자기들 스크린에서만 단독으로 개봉시켜 배급사를 길들이고, 가뜩이나 힘없는 독립예술영화관들 프로그램 선정에도 벽이 쳐지게 했다"라며 "이건 동네 자영업 극장들 다 문 닫으라는 소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콘텐츠 차별 전략, 홍보마케팅비 등 지원으로 배급사도 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