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생업은 달라도... 모두들 직업이 따로 있다. 그리고 모두들 게으르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다. 멤버 모두 레이지본에 충실한 이들이라고 확신한다.

▲ 각자의 생업은 달라도... 모두들 직업이 따로 있다. 그리고 모두들 게으르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다. 멤버 모두 레이지본에 충실한 이들이라고 확신한다. ⓒ 레이지본


지난 20일 토요일, 대구 KBS 공개홀에서 박길도 대구 문화공장 대표와 함께 대구 공연 목적으로 방문한 레이지본의 보컬 준다이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레이지본, 그들의 음악을 단순히 '홍대 1세대'로 정리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순간 그들을 잠시 볼 수 없었지만, 17년의 역사를 이어온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1997년, 스케이트보드 타다가 뭉친 게으름뱅이들

느리지만 정열적으로 밴드 이름과 걸맞게 레이지본은 느리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어느 밴드보다 정열적이라는 것을 요즘 <불후의 명곡>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 느리지만 정열적으로 밴드 이름과 걸맞게 레이지본은 느리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어느 밴드보다 정열적이라는 것을 요즘 <불후의 명곡>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 레이지본


- 음악을 시작한 시점이 정확히 언제지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지난 1997년,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노진우가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했다. 당시 해외 스케이트보드 비디오를 통해 자연스레 빠져들었던 펑크 음악을 클럽에서 공연하기 시작했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의 밴드들을 알게 되어 우리도 밴드를 해보자고 의기투합해 결성하게 됐다."

- 팀 이름인 '레이지본'의 어원을 설명해주세요.
"'레이지본'은 '게으름뱅이'라는 뜻이다. 당시 네 글자 영문 밴드 이름이 유행처럼 생겨났는데 노진우가 영어사전을 뒤지다 찾아낸 이름이다. 이후 결과적으로 멤버들이 게을러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웃음)"

- 각 멤버와 멤버들 특징을 말씀해주신다면?
"결성 이후 각각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던 임준규(기타), 김석년(드럼), 안경순(베이스), 준다이(보컬)가 영입되며 현재의 멤버 라인업이 완성됐다. 이후 본격적인 앨범 작업과 활동을 하게 됐다. 1집에서는 트럼펫에 일본인 '진 토시오'가, 2·3집에는 키보드 '김문용'이 멤버로 함께 활동했다."

레이지본의 결성 당시의 모습과 현재 결성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같이 20년이 지난 지금 같은 포즈를 취한 레이지본

▲ 레이지본의 결성 당시의 모습과 현재 결성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같이 20년이 지난 지금 같은 포즈를 취한 레이지본 ⓒ 레이지본


- 첫 음반 발매가 언제였죠?
"밴드 크라잉넛과 함께 '드럭' 레이블에서 활동하며 여러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했다. 전국적으로 라이브 활동을 해오던 중 2002년 정규 1집 앨범 <레이지 다이어리(Lazy Diary)>를 발매했다."

- 기억에 남는 활동을 특별히 꼽아본다면 무엇인가요?
"2002년 월드컵 공식 응원가 'Go west(우리의 힘을)'을 통해 시청광장을 비롯한 월드컵 응원공연 최다 참여 기록을 세운 적 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오프스프링 내한 공연 게스트로도 공연했고,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중국 리장 국제 록 페스티벌·몽골 단독 콘서트 등 해외에서 다양한 대형 공연에 참여했다.

<신라의 달밤> <후아유> <똥개> 등의 다양한 영화 OST에 참여한 것도 특별한 기억이다. MBC <수요예술무대>, KBS <이소라의 프러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다수 라이브 프로그램과 라디오에 참여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재미 삼아 콘서트 했다가 재결성

잠정해체 후 재결성까지 레이지본의 재결성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오리지널 멤버들끼리 콘서트를 한 번 했다가 '재미있어서' 재결성했다. 결국 무대에서 죽고 살 게으름뱅이들이다.

▲ 잠정해체 후 재결성까지 레이지본의 재결성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오리지널 멤버들끼리 콘서트를 한 번 했다가 '재미있어서' 재결성했다. 결국 무대에서 죽고 살 게으름뱅이들이다. ⓒ 레이지본


- 팀을 재결성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2006년 멤버들 군 입대 등의 이유로 잠정 해체 후, 노진우(보컬, 기타)를 중심의 새로운 형태의 레이지본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결성·활동한 '카피머신'으로 나뉘었다. 그렇게 각자가 다수의 음반을 내며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이후 미국 뉴욕 필름 아카데미에서 영화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노진우의 귀국을 계기로 2013년 오리지널 멤버로 재미 삼아 콘서트를 했다가 너무 재밌어서 전격 재결성을 하고 말았다."

- 각 멤버들이 겸업하고 있는 업종을 소개해주세요.
"노진우는 CF·뮤직비디오 감독, 나는 패션 디자이너 일을 한다. 안경순은 합주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고, 임준규는 음악감독이다. 그리고 김석년은 요리사. 각자의 재능을 살려 밴드와 함께 겸업하고 있다."

- 특별히 레이지본에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있나요?
서브라임, 랜시드 등의 해외 아티스트 외에도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란 다양한 한국 뮤지션들의 음악들에 영향을 받았다.

- 레이지본의 대표적인 음악 동료는 누가 있을까요?
"크라잉넛, 노브레인과 같이 동시대에 함께 활동한 밴드들 외에도 스트릿건즈, 중식이 밴드 등 많은 라이브 뮤지션들이 있다. 방송과 다른 작업을 통해 교류하게 된 많은 선·후배 음악가들과 두루 즐겁게 교류하고 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나요?
"3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모였던 2002 월드컵 시청응원 공연의 열기를 기억한다. 처음으로 해외 대형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후지 록 페스티벌도 기억에 남는다. 2013년 재결성 콘서트에서 눈물을 흘리며 슬램도 하고, 함께 '떼창'을 하던 올드팬들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불후의 명곡> 이후 알아보는 사람 늘긴 늘었는데...

무대에 강한 남자들 강인하지만 한껏 부드러운 다섯 남자들이 뿜어내는 무대의 열기는 레이지본 특유의 스테이지 파워에서 나온다.

▲ 무대에 강한 남자들 강인하지만 한껏 부드러운 다섯 남자들이 뿜어내는 무대의 열기는 레이지본 특유의 스테이지 파워에서 나온다. ⓒ 레이지본


- <불후의 명곡> 출연 이후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불후의 명곡> 출연 이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층을 아우르는 프로그램 스펙트럼 덕분에, 중년 이상의 분들이 동네에서 각 멤버들을 알아보시고 잘해주는 즐거운 변화가 생겼다.

밴드의 특성상 (따로 있을 때보다) 같이 모여 있을 때 사람들이 잘 알아보는 편이다. 나는 경찰관이 수상하게 계속 쳐다봤다. 애매하게 기억난 것 같았다…. (침울)"

- 최근에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앞으로의 음반 발매 계획은 따로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2015년 가을, 노숙인 재활을 돕는 국제적인 잡지 '빅 이슈 코리아'를 통해 1000장 한정판으로 5집 앨범을 발매했다. KBS <불후의 명곡> 등의 방송과 크고 작은 라이브 활동도 했다.

2016년 초 발매를 목표로 싱글 음반을 준비 중이며 음악 페스티벌 공연 및 다양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또한, 기회가 되는대로 다양한 도시를 찾아 라이브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레이지본 20일 대구 공연 대구 KBS 이야기콘서트 휴 공연 및 인터뷰 장면

▲ 레이지본 20일 대구 공연 대구 KBS 이야기콘서트 휴 공연 및 인터뷰 장면 ⓒ 레이지본


- 앞으로의 공연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오늘(2월 20일) 토요일 녹화가 진행되는 '대구 KBS 이야기 콘서트-휴'가 있고, 오는 27일에는 클럽 프리버드에서 마니아들이 직접 만들어 화제가 되는 강력한 라인업의 '우주 락페'에 참가한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를 밝혀주세요. 음악이란 무엇이고, 레이지본은 어떤 팀인지에 대해서도 부탁합니다.
"더욱 많은 공연을 하고 싶다. 레이지본은 라이브 밴드이다. 무대 위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게 절실해서 재결성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계속 살아있는 무대 위에서 솔직하게 살고자 한다. 오래된 밴드라면 당연한 듯 따라다니는 '클래스' 같은 단어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밴드의 클래스는 공연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잘 만들고 완벽한 무대도 좋지만, 더욱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으로 가고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은 레이지본, 여전히 초창기 열정을 다시 음악에 쏟아붓고 있다는 느낌이 가득 찼다. 성장통을 겪고 만난 멤버들이지만 여전히 결성 당시의 개구쟁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우주락페 공연 포스터 홍대 및 전국에서 활동하는 총 12개의 밴드가 출연한다. 마니아들과 함께 확실히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되리라 기대된다.

▲ 우주락페 공연 포스터 홍대 및 전국에서 활동하는 총 12개의 밴드가 출연한다. 마니아들과 함께 확실히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되리라 기대된다. ⓒ 우주락페



레이지본 불후의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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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다같이 공유하는 것 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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