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첫 오스카를 안길 수 있을까?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의 배경인 19세기 초반은 미국 역사는 물론 영화나 소설 등에서도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 시기다. 미개척지 곳곳에서 원주민과 백인 군대 사이에 살육전이 펼쳐졌고 영화가 그리고 있는 것처럼 프랑스 등 외국군도 진주해있었으며 용병에 가까운 형태의 군대가 물소 등 동물을 사냥해 그 가죽을 유럽에 파는 형태의 무역도 이뤄졌다.
1820년 회색 곰의 습격을 받고 중상을 입은 사냥꾼 휴 글래스가 수백 킬로미터를 기어간 끝에 자신을 버리고 간 동료들에 책임을 물은 일화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레버넌트>는 복수극인 동시에 생존기다. 복수극인 건 자신의 아들을 죽인 악당을 처단하겠다는 일념으로 그를 뒤쫓는 아버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생존기인 건 척박한 환경 가운데 성치 못한 몸으로 내던져진 주인공이 살아남는 과정이 담겼기 때문이다. 2시간 3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관객이 마주하는 건 오로지 복수와 생존이며, 빛나는 건 이를 표현한 디카프리오의 처절함이다.
하지만 이것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감독 이냐리투가 말하고자 하는 게 주요 서사가 아닌 상징과 디테일에 있는 듯도 하다. 의도 없는 대사처럼 의미 없는 배경인 듯 그렇게 지나치지만, 찬찬히 생각하다 보면 수면 위로 본래의 뜻이 떠오르는 그런 장면 말이다.
세 번 등장한 기독교적 상징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역을 맡아 유명세를 탄 이후 할리우드 유명 작품에 자주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돔놀 글리슨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엔 기독교적 상징이 모두 세 차례 등장한다. 하나는 피츠제럴드가 휴 글래스를 죽이려던 장면에서 내뱉는 대사이고 둘은 그를 죽였다고 생각한 피츠제럴드 일행이 하룻밤 머문 동굴의 벽화이며 셋은 휴 글래스의 상상 속에서 등장하는 무너진 교회 터다.
감독은 얼핏 중요하지 않게 지나치는 이와 같은 장면들을 통해 복수와 생존이라는 주요 줄기보다도 무겁고 중한 이야기를 전한다. 청교도들이 새로운 땅에 세우려 노력한 기독교적 가치들이 무너져 내린 자리, 그 위에서 자행된 탐욕에 찌든 폭력 말이다.
약자를 살해하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비겁자의 입에서 신의 이름이 불리고 청교도들이 남긴 벽화는 버려져 기괴한 모습을 드러내며 한 때는 신앙이 움텄을 교회도 무너진 채 터만 남아있는 시대, 영화가 주목하는 건 바로 이와 같은 부분들이 아닐는지.
이냐리투가 이 영화를 통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한 건 미국이 어떤 역사 위에 세워졌느냐 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휴 글래스의 인간승리나 부성애의 위대함이 아닌 미국 초창기의 역사, 그들이 자랑해마지않는 청교도적 가치가 무너진 시대의 적나라한 폭력을 영상화함으로써 오늘의 미국인들에게 그들의 맨 얼굴을 들춰 보여주는 것이 이 위대한 감독의 진의가 아니었을까?
나는 그렇게 이 영화를 보았다. 비록 영화가 그 뜻을 이루는 데 실패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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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