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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비디오테이프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디오테이프 없는 영상문화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테이프를 기기에 넣었을 때 우리가 어김없이 보았던 장면이 있다. 80년대 문화부(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 명의로 만들어진 영상이었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습니다…. 한 편의 비디오가 사람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여기서 나는 '호환(虎患)'이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왜 옛날에는 호환이 그리 두려웠을까.
기록을 살펴보면 조선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남북한 전역에 호랑이가 출몰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궁궐에까지 나타나는 호랑이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호랑이가 흔했던 모양이다. 요즘 겨울철 먹이가 귀해지면 인가에 출몰하여 피해를 주는 멧돼지를 생각해보면 호환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짐작이 간다.
박훈정 감독의 영화 <대호>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의 장렬한 최후를 다룬다. 영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몸무게 400kg, 꼬리 길이 1.2m, 몸 전체 길이는 3.8m에 달한다. 지금은 한반도에서 사라진 이 조선 호랑이를 박정훈 감독팀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아주 실감나게 잘 구현했다. 영화 <히말라야>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우리나라 CG기술의 발달이 눈부시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영물(靈物)이다. 신령스러운 동물로 통했다. '백수(百獸)의 왕'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융 심리학자인 이부영에 의하면 호랑이는 '사랑과 희생의 열정'을 상징한다. '성스러움(Numinose)의 화신', '종교적 본능' 혹은 '영혼의 인도자(Psychopomp)'를 상징하기도 한다. 호랑이는 또한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보은(報恩)'의 동물이기도 하다.
보은의 동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