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의 박소담메이저 자본이 들어간 영화에서 처음으로 두드러진 연기를 펼친 박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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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은 처음으로 등장한 한국판 엑소시즘 영화치고는 뜻밖에 안정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부족한 점도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드라마와 구마행위를 병렬적으로 가져가며 시간상 둘 모두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특히 영화는 두 차례에 걸쳐 김 신부에게 드라마적 연기를 할 공간을 허용하는데, 드라마적 캐릭터인 최 부제와 달리 장르적 캐릭터인 김 신부의 오열은 영화 전반의 분위기와 따로 논다는 인상이 들기도 한다.
문제가 된 두 장면은 김 신부가 바티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 장면과 소녀를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오열하는 장면이다. 이 두 장면에서 김 신부는 예외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격하게 표출하는데 이전까지 특별한 드라마 없이 절제된 캐릭터로 표현된 그였기에 관객이 낯설게 느낄 수도 있을 법하다. 영화는 김윤석과 박소담이 연기한 김 신부와 영신의 캐릭터를 장르적으로 활용하고, 강동원이 연기한 최 부제만을 입체적인 인물로 다룬다. 그런데 갑자기 김 신부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두 장면이 일시적으로 어색한 인상을 준다.
<검은 사제들>은 구마행위 뿐 아니라 진정한 성직자로 거듭나는 최 부제의 성장드라마를 병렬로 배치했다는 점에서, 신세대 엑소시즘 영화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최 부제를 연기한 배우가 무려 강동원이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컬트적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저력이 엿보였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그의 품에 안긴 돼지가 부러웠다'거나 '성가를 부르고 라틴어 대사를 읊는 최 부제에게 반해 성당에 나가겠다'는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찌 보면 반쪽짜리 드라마에 불과할 수 있는 작품을 멋들어진 작품으로 만들어낸 데는 강동원의 공이 적지 않은 듯하다.
장르영화로서도 단순히 구마행위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일종의 반전이라 할 만한 추격극을 후반부에 배치해 긴장감을 높인 선택이 주효했다. 정적인 데다 취향을 타는 엑소시즘 영화의 단점을 드라마뿐 아니라 기존 장르영화의 장점과 적절히 배합한 점은 영화의 성공에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에서 나올 엑소시즘 영화는 <검은 사제들>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의 심판을 이겨내고 제법 오랫동안 살아남을 몇 안 되는 작품 가운데 한 편이라는 뜻이다.